김좌진 장군과 김두한의 친자 관계에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글을 삭제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위원장 장낙인)는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가족사에 대한 의혹 제기 및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삭제를 요청한 건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회의에 참석한 심의위원들 간 “삭제” 주장과 “(명예훼손에)해당없음”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의결보류’가 결정됐다. 정부여당 추천 방통심의위 김성묵 부위원장의 입장에 따라 삭제여부가 결정될 전망으로, 앞서 방통심의위 법무팀은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사진=연합뉴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김좌진 장군과 김두한의 친자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김을동 의원은 “자신의 가족사에 대한 허위 사실 적시로 본인을 비롯한 가족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해당 글이 의혹과 관련해 각종 자료를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왜곡의 문제를 비롯한 친일 인사·후손의 행적 등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심의위 법무팀은 해당 게시물과 관련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팀은 △‘김을동 가족은 김좌진과 무관하다’는 내용이 허위사실로 판단될 수도 있지만 게시글 내의 자료들에 비춰 게시자는 그가 주장하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 △역사적 인물의 가족사는 공적 관심사로 이에 대한 의혹 제기는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널리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 △여러 친일 인사들의 행적을 비판하고 있는 내용도 있어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게시물의 전체적 취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날 통신심의위 소속 여야 추천 심의위원들 간의 입장차는 분명했다. 정부여당 추천 조영기 심의위원과 고대석 심의위원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허위사실 적시이며 명예훼손으로 봐야 한다’며 삭제 의견을 냈다. 반면, 야당 추천 장낙인 소위원장과 박신서 심의위원은 ‘해당 없음’ 의견을 냈다. 통신심의소위원회는 당초 정부여당 추천 3인과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날 정부여당 추천 김성묵 부위원장이 ‘불참’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입장이 갈리면서 ‘의결보류’가 결정됐다.

(사)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법무팀 입장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가족사는 공적 사안으로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 만일 해당 글을 삭제한다면 어떠한 역사적 사실이나 의혹제기도 할 수 없고 공인에 대한 비판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또한 해당 글에는 친일이나 후손들에 대한 행적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김두한,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일부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삭제까지 한다는 건 과잉심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공인은 본인에 유리한 사실 관계를 전달할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 있는 비판여론까지 차단한다면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유리한 사실만 전달하는 수단만 남게 되기 때문에 삭제 요청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게시글이)허위사실이라고 판단되더라도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해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삭제를 요청한 ‘김좌진 장군과 김두한의 친자 관계’에 의혹 게시글의 조치 여부는 29일 통신심의소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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