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22일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래부는 방송 부분에서 8~10인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최대주주 변경 및 합병의 가부와 조건을 건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래부는 심사위원회에 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 방안, 유료방송 공정경쟁 방안, 원‧하청 고용안정 방안 등을 ‘심사주안점(안)’으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부분은 10명 내외의 자문단이 인가 여부와 조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미래부 설명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공익성심사를 실시하는데, 이 심사에는 경찰 등 중앙행정기관이 참여한다. 사업자가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감청’에 협조하는지가 주요 심사기준 중 하나다.

심사일정부터 살펴보면 미래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력 전이와 독과점 심화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CJ헬로비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CJ오쇼핑→SK텔레콤)을 승인 심사하고, CJ헬로비전(SO)과 SK브로드밴드(IPTV)의 합병을 심사할 계획이다. 심사기간은 공휴일, 자료 보정 기간, 의견청취 등을 제외하고 최단 60일(최다출자자 변경 심사, 30일 연장 가능), 최장 120일(유료방송사업자 합병 심사 기준, 60일 연장 포함)이다. 미래부는 “공정위에서 보고서가 넘어오지 않았고, 아직 60일이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게 법률 검토 결과”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전동의권을 행사하기 위해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인데, 이를 고려하면 인수합병에 대한 최종 결정은 빨라야 6~7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인가조건을 이행해왔는지 평가하고 이번 인수합병이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방향과 부합하는지 살필 계획이다. 특이한 것은 미래부가 심사주안점을 사전에 공개했다는 점이다. 미래부는 인허가 신청서 보정기간(1월28일~3월31일) 중인 22일 언론에 심사주안점(안)을 공개했다. 미래부는 “심사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검토 중인 안이고 심사위원들이 토론해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SK가 사업계획서를 보완해야 할 지점을 알려줬다는 점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손지윤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사모펀드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을 인수할 때보다 더 큰 영향이 있고, 여러 인‧허가가 얽혀 있어 미래부가 사전에 쟁점을 정리해 심사위원회에 제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부가 제시한 심사주안점안은 경쟁사업자,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한 문제가 포함돼 있다. ‘방송 부분 합병 변경허가’ 심사주안점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익성‧공정성 실현 + 유료방송 공정경쟁 확보계획 적정성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계획의 적절성 + 콘텐츠 수급계획의 적정성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조직‧인력 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 시설계획의 적정성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 + 방송영상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 △그 밖에 사업 수행에 필요한 사항 등이다.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주안점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익성‧공정성 실현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그 밖에 사업수행에 필요한 사항 등을 제시했다.

통신 부문 심사는 이가 심사와 공익성 심사로 나뉜다. 인가 심사에서는 △재정 및 기술적 능력고 사업운용 능력의 적정성 △주파수 및 전기통신번호 등 정보통신 자원관리의 적정성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전기통신설비 및 통신망의 활용, 연구개발의 효율성, 통신산업의 국제 경쟁력 등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본다. 미래부는 “주식 인수 및 합병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공익에 미치는 영향, 사업운용 능력 적정성 등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익성심사 기준은 △국가안전보장 △공공의 안녕, 질서 유지 등인데 이유는 “주식 인수가 국가 안전보장, 공공의 안녕, 질서의 유지 등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지” 위해서다.

최대 쟁점은 ‘이번 인수합병이 이동통신+유료방송 결합상품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될 것이라는 게 미래부 설명이다. 미래부는 △유료방송사업자 간 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요금이 오르거나 시청자의 선택권이 제약될 가능성을 따지고 △합병법인의 영향력이 증가해 채널 사용료 대가가 감소하거나 SK가 방송채널시장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송재성 통신경쟁정책과장에 따르면 통신 관련 자문단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판단을 ‘유보’한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이 결합상품시장에 전이되는 정도’에 대해서도 판단을 시도하고, 미래부가 이를 최종 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미래부가 심사에 돌입하기 전에 SK에 원‧하청 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 시청권 보호 및 강화 방안, 지역채널 공정성‧독립성 확보 방안 등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미래부는 “합병법인의 인력운용계획(고용승계, 고용안정성 보장, 인력 배치, 노사정책 등)의 적정성 및 실현의지, 협력업체 안정화를 위한 지원 의지 등”을 따지고 “합병이 협력업체 등을 포함한 고용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 협력업체 인력 고용 안정성 제고 방안의 실효성”을 심사중점안으로 제시했다. 또 “요금 인상 및 선택권 제한 가능성에 대한 방지대책의 적정성”과 함께 “지역보도의 공정성‧객관성 등 담보를 위한 채널운용 독립성 확보방안의 실효성과 투자계획의 적정성” 등을 심사중점안으로 제시했다. 손지윤 과장은 “사업자, 언론,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취합해 정리했다”고 전했다.

한편 논란이 될 만한 심사기준도 있다. 정부는 공익성심사의 심사기준으로 ‘국가안보 등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 및 통신제한 조치 협조’ 등을 제시했다. SK는 수사기관의 감청 요청은 물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에 적극 협조해야만 인수합병에 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주식 인수가 국가 안전보장, 공공의 안녕, 질서의 유지 등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지 심사”한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10조(기간통신사업자의 주식 취득 등에 관한 공익성심사)와 11조(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따르면 공익성심사위원회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심사를 하고 가부를 결정할 수 있다. 위원회는 미래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장 포함 5~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은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중앙행정기관의 3급 또는 고위공무원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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