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한나라당, 우리가 보고 있다. 허튼 수작 하지 마라” “직권상정 막아내자” “MB독재 저지하자” 등의 구호와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진 4일 촛불문화제는 6일부터 8일까지의 ‘2박3일 집중투쟁’을 예고하는 것으로 2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00여명의 시민들은 문화제가 끝난 뒤에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을 떠나지 않는다.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와 오뎅을 다 먹은 지 한참 됐는데도 말이다.
보수성향이기 쉬운 자영업자이자 강남에 산다는 그.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지지층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자 그는 웃음을 흘리며 “난 보수성향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조차도 빨갱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저 상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84학번인 그는 87년 6월 항쟁을 떠올렸다. “6월 항쟁때도 시민들은 일상에서 독재를 마주해야 했다. 당시에도 대학생들이 공부 안하고 데모하러 다닌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촛불시민들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6월 항쟁과 정부 출범 후 생겨난 촛불집회의 차이라면, 조직하는 지도부가 없다는 것이다. 저변은 넓으나 각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제각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노조 총파업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 누구에게나 파업을 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공산주의 사회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훌륭하게 생각하고 좋은 성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쪽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힘도 세니까…원래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는 “다른 이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포기할 까봐 걱정일뿐 나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국민은행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연상하게 하는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집회가 끝났음에도 국민은행 앞에 모여있는 시민들을 보고 ‘촛불문화제’임을 알아챈 것이다.
일상을 쪼개 묵묵히 촛불집회에 참석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송씨. 촛불집회에 익숙해져버린 수많은 시민들은 과연 20년 전처럼 무엇인가를 이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