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라디오 <주말이야기쇼>가 경상북도 경주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영국 후보를 부각하는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 이하 선방위)는 21일 오후 4시 열린 회의에서 CBS라디오 <주말이야기쇼> 2부(3월 5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와 패널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무소속 권영국 후보와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를 다루면서 권영국 후보만을 긍정적으로 다뤄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4조(정치적 중립) 제2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주말이야기쇼> 2부는 ‘세 남자와 이야기 바구니’로 꾸며진다. 홈페이지에는 해당 코너를 역사, 자연, 삶 전 장르에 걸쳐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생각이나 영웅적인 행위들을 이야기하는 ‘무협 인문학 이야기쇼’로 설명하고 있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공원국 동양사학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중국 삼국시대 주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권영국 후보와 김석기 후보를 언급했다.

출연진은 야생마, 아웃사이더 이야기를 하다 한국 총선 이야기를 꺼냈다.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는 권영국 변호사가 시민혁명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었고 경주에 출마했다는 점, 같은 지역구에 지난 2009년 용산참사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후보로 나왔다는 점,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은 김석기 후보에 대해 철거민 5명이 희생된 사건의 책임자가 어떻게 총선에 나올 수 있느냐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 당시 그들(용산참사 희생자, 철거민들)의 변호사가 권영국 변호사였다는 점 등을 말했다.

용산참사를 두고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후보가 같은 지역구에 나온 것에 대해 공원국 씨는 “빅 매치네요”라고 했고, 이정모 관장은 “우린 (사실을) 단순하게 소개할 뿐이죠. 권영국 변호사가 (당선)되어야 한다든지 떨어져야 한다고 하는 얘기가 절대로 아님을 밝혀드린다”고 덧붙였다.

심의위원들은 방송 내용이 법정제재를 줄 만큼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후보를 긍정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일치했다. 심영섭 위원은 “(방송 중에) 버니 샌더스 얘기도 나오지만 권영국 변호사에 비한 게 아니고 별개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확실히 방송 내용을 보면 김석기 전 청장보다 권영국 변호사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루기는 했다”며 “특정 후보자에 대해 유리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방송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음 있는 일이고 토론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권고(행정지도)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흥식 위원은 “비슷한 의견이다. 권영국 변호사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얘기했다. 그래서 중립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다소 어렵지만 언급 정도가 (심의규정을) 심하게 위반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법정제재보다는 행정지도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권고’ 정도의 지적은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영덕 위원은 “권영국 변호사 얘기를 하다 보니 용산참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거기까지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김석기 후보 얘기를 하는) 뒷부분이 치우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행정지도 의견제시 입장을 밝혔다.

방송 내용을 강하게 문제 삼는 경우도 있었다. 강신업 위원은 “이것이야말로 교묘하게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끝에 가서 한 말(단순하게 소개할 뿐이죠 등)은 스스로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 결과, 8명 위원 중 7명이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는 데 동의했고, 그 중 과반 이상이 ‘의견제시’ 입장을 내놔 의견제시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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