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매체도 접는 마당에 새 매체를 창간하셨다. 이유가 궁금하다”는 첫 질문은 “문화체육관광부 통계를 보면 정기간행물은 계속 늘고 있다”는 대답으로 금세 ‘반박’ 당했다. ‘서울생활길라잡이’를 표방하며 지난 10일 창간된 한겨레 특별 섹션 <서울&>의 윤승일 편집장은, 짤막한 질문에도 ‘풍부한 답’을 들려주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그는 ‘서울의 생활정보’에 집중한 매체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콘텐츠의 나노화, 지역화’를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필요성과 의미가 무엇인지, <서울&>이 앞으로 독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칭찬을 통해 나쁜 걸 변화시킨다”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은 ‘매체 실험’을 하는 데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인쇄물 만드는 데 돈도 많이 들고 글쓰기가 어려워, 몇몇 매스미디어가 일방적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세분화된 ‘맞춤형 매체’가 속속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등록된 정기간행물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종이 매체’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구청에서 만드는 지역소식지만 매달 300만부가 나온다. 윤승일 편집장 말처럼 ‘옛날 같아선 생각도 못할’ 일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매체가 찍는 부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소부수로 발행하는 곳은 는다. 콘텐츠가 나노화, 지역화된다. 그래서 이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움보다 필요함!’ 이게 우리의 모토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여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한겨레 안 볼래, 하는 사람들은 생활정보는 찾아볼 수 없고 무겁고 칙칙하고 어렵다는 평을 자주 한다. <서울&>은 ‘밝게 만들어 보자’는 데서 시작됐다. 비판보다는 포지티브(positive)한 걸로 끌고 간다. ‘칭찬을 통해 나쁜 걸 변화시킨다’는 거다. 잘하고 있는 걸 찾아서 소개한다. 매체 취지를 설명했더니 어느 구청장은 ‘이런 걸 통해서 다른 구청에서 하는 좋은 정책들을 우리도 배울 수 있겠네요’라고 하더라. 그런 걸 노리고 있다. 또 광고 측면에서는 대기업만 쳐다보지 말고 동네에 있는 광고(시장)도 개발해 보자는 뜻이 있었다. ‘구글은 신문이 버린 줄광고로 돈을 벌었다’, 제가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이다”

‘밝고 포지티브한’이라는 성격은 창간준비호부터 최근 10일 나온 2호에서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일단, 정보가 많다. 서울 각 구청의 역점사업, 핵심사업은 무엇이고 벤치마킹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25개 구청장을 전수조사(창간호)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창간호)에만 한 면을 통으로 할애했다. 책 읽는 공간을 넘어 ‘동네 배움터’로 거듭나고 있는 시내 도서관과 어린이 도서관을 소개하는 특집(2호)이 있는가 하면, 각 구청에서 지금 주민들을 위해 어떤 ‘공공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지(2호)도 훑었다. 서울 수능(창간호)이나 서울이 100명의 마을이라면(2호) 등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 식 콘텐츠도 있다.

지난 10일 나온 한겨레 주간 섹션 <서울&> 창간호 (사진=<서울&>)

매주 목요일 발간되는 주간 섹션 <서울&>은 10명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총원은 10명이지만 실제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인원은 6명 선이다. 매주 인터뷰를 하고, <서울&> 콘텐츠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평가하는 역할로 ‘콘텐츠 디렉터’도 있다. 한겨레 이인우 기자가 콘텐츠 디렉터를 맡았다. 외고 비율도 높다. 라이프 분야는 외고가 대부분이다.

윤승일 편집장은 “전문적인 외고 필자는 많지 않다. 동네 ‘골목 소식’까지 담는 블로거들의 하나의 콘텐츠 생산자들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니까”라고 말했다. 24일 나오는 다음호(3호) 내용도 살짝 귀띔했다. 그는 “고정 코너인 ‘마을미디어’에서 그동안 우리 동네 마을미디어를 소개해 왔다면, 앞으로는 그 마을미디어가 무엇을 취재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더 많은 얘기를 들으려면 여길 가면 된다 하고 주소를 적고. 더 발전하면 QR코드를 넣지 않을까. <서울&>은 마을 이야기가 모이는 플랫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16p로는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담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24p 정도가 되어야 ‘겨우’ 커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화 도중 대뜸 “마포구에 여성 축구팀을 꾸리고 있는데 알아요?”라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자 “거봐, (동네에는) 현수막 몇 개씩 걸려 있지만 거기 있는 사람만 아는 것”이라며 “이런 걸 <서울&>에서는 왜 축구팀이 필요한지, 여기에 지원하면 뭐가 좋은지 적어도 200자는 쓸 수 있다. 축구팀뿐 아니라 마을마다 극단, 밴드도 생기고 있다. 그런 생활정보를 더 넣고 싶다”고 밝혔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서 언론이 해야 될 중요한 역할이 ‘필터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정제의 기준은 독자가 아니라 취재원에 맞춰져 있다. 총선이 다가오니 모든 언론이 국회의원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있다. 우리는 ‘누가’ 그들을 뽑느냐에 주목한다. 그럼 국회의원들이 그들(주민들)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겠나.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 구청장들 좌담을 진행할 계획도 있다. 각 구청의 그림을 알 수도 있고. 창간호에 나갔던 25개 구청장 전수조사는 반응이 좋았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곳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2호)에 나간 도서관 특집 기사는 도서관이 꼭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수요’ 때문에 바뀌고 있다는 내용이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에서는 할 수 없는 강의들이 도서관에 보면 이렇게 있다는 식이다. 어떤 움직임을 잡고 그걸 포지티브하게 쓰지만, ‘개점휴업’ 중인 작은 도서관 지적도 하면서 뜨끔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해 주면 도서관도 활성화되고 고용도 늘어날 수 있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주는 거다. 아직 기자들이 취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좀 더 익숙해지면 더 괜찮은 기사들이 나오리라고 본다”

“매체 정체성 지키는 한에서 네이티브 애드 도입할 것”

그러나 <서울&>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마을’과 ‘지역’을 다루는 매체가 아예 새로운 모델이 아니고, 라이프 면에 실린 생활정보가 웹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뒤따른다.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독려’나 ‘칭찬’을 지향한다는 방향성 또한 맹점을 갖고 있다.

윤승일 편집장은 “이런 콘텐츠가 웹에도 있다는 것, 누가 모르겠나. 서울 걷기 코스를 검색하면 금방 나오지만, 정말 걸으려면 어떤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역할을 한다. 이번호(2호)에서는 최근 재출간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가지고 그 당시 ‘경성 거리’를 소개했다”면서 “앞으로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시민참여형 신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티브 애드(광고주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로 된 광고형 기사)에 대해서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세상에 복무하고 삶에 복무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다품종 소량 판매 시대로 넘어가 ‘타깃(target)’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니 매체가 나뉘어지고, 전체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10년 전 디지털 신문의 위기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지역화’, ‘전문화’에 복무하라고 했는데 이를 지키는 곳이 별로 없다”며 “<서울&>은 아이쿱(ICOOP,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를 기반으로 윤리적 소비와 생산을 실천하는 협동조합)과 같이, 한겨레 독자에게 잘 맞는 정보를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매체 정체성을 지키는 한에서”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한 18일은 창간준비호까지 총 3번의 ‘결과물’이 나온 상태였다.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을까. 윤승일 편집장은 “사내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지켜보고 있는 상태로 본다. 밖에서는 ‘이거 뭐지?’, ‘이런 것도 콘텐츠가 돼?’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공서비스나 지자체 얘기를 하니까 공무원들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미디어 환경이 정말 맣이 바뀌었는데도 그동안 많은 언론사들이 거기에 대응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독자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서울&>은 ‘독자’를 바라볼 것이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예전의 잣대로만 바라보고 손가락질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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