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결정을 두고 내홍에 빠졌다. 20일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대표 김종인)는 중앙위원회에 비례대표안을 발표했으나, 문제적 인사가 많다는 비판이 일자 확정이 미뤄졌다. 더민주당은 21일 낮에 재차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안을 논의할 계획이나, 김종인 대표가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을지로위원회와 소속 의원들은 비대위를 강하게 비판하며 비례대표안을 재고할 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 비례대표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사진=을지로위원회)

앞서 비대위는 총 40명의 비례대표 후보자를 A(당선안정권 10명), B(10명), C(23명) 그룹으로 나눠 발표했다. 논란이 된 것은 A그룹이다. 김종인 대표는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김 대표는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례대표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자신을 2번으로 전략공천했다.

김종인 대표가 당 대표 몫으로 점찍은 A그룹 후보들도 문제가 많다. 비례대표안에서 1번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여성‧50)는 박근혜 정부의 첫 대학구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다. 박 교수는 “부실 대학 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구조개혁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더민주당의 당론과 배치된다. 박 교수는 또 과거 제자의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무단 게재해 연구자의 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대 총선 때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의원을 1번에 배치한 것과 비교된다.

마찬가지로 김종인 대표 몫인 6번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남성‧65)는 사모펀드인 론스타를 옹호하는 칼럼을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교수는 중앙일보 2011년 11월 22일자 신문에 <[시론] 외환은행 ‘먹튀 논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는데, 그는 이 글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가피했었다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위험을 감당하고 투자한 외국자본에 대해 ‘먹튀’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A그룹인 김숙희 서울특별시 의사회 회장(여성·62)은 2012년 11월 의료분야 주간지인 <청년의사>에 ‘의사들에 우호적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 여기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자신의 과오를 묻어 버린 대통령”으로 비난하면서 정치권의 공공의료 확대 공약을 두고 “무상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판단을 왜곡하는 선동적인 복지공약은 절대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A그룹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남성‧62)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종북’으로 비난한 예비역 장성들의 성명에 참여한 이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비대위가 당선안정권에 이 같은 후보들을 배치하자, 당 안팎에서는 ‘비토’ 분위기가 거세다. 소상공인들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대표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 의원)는 21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며 비대위의 비례대표안을 비판했다. 을지로위는 “3월 20일 발표된 비례대표(안)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년 동안 줄기차게 외쳐왔던 불공정과 불평등 해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보이질 않다”며 비대위에 비례대표안을 재고해 달라 요청했다.

을지로위는 “비례대표 명단은 당선자 순열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그 정당이 시대적 과제를 무엇으로 보고,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다. 나아가 그 정당이 어떤 사회적 이익을 위해 향후 4년을 싸우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당을 지지하는 여려 지지층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조율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그 정당의 활동계획서”라며 “을지로위원회는 오랜 시간 묵묵히 우리사회의 불공정-불평등 현장에서 맞서 싸우고 장차 을들의 연대를 만들어 우리당을 더욱 강력한 당으로 만들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갖춘 후보를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혁신안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배려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산산이 부서졌다”며 “혁신안의 취지대로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정했다면 어제와 같은 파행사태가 있었을까 싶다. 김종인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의지 때문에 자신을 비례 상위에 올렸다고 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상위의 순번의 면면을 보면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있는 정당인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적 약자는 탈락하거나 C그룹으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버림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위가 혁신안의 취지대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종인 대표는 사퇴 카드를 꺼내며 압박에 나섰다. 김종인 대표는 21일 서울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2016년 3월 21일자 <김종인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할 생각 추호도 없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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