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굳이 혹한기 마감 캠프를 하얼빈으로 택한 그 깊은 속뜻이 밝혀졌다. 이런 감동의 결말을 예상한 사람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굳이 왜 하얼빈까지 가야 했냐는 말도 많았다. 그러나 <1박2일>은 하얼빈에 간 이유를 마지막에 드러냈다. 독립영웅 안중근 의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하얼빈 특집

우선 놀라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김종민이었다. 김종민은 <1박2일>이 시즌을 바꿀 때에도 하차하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멤버이자 또 유일하게 바보 캐릭터를 맡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놀랄 만큼 지식이 풍부했다. 심지어 안중근 의사의 아명까지 맞출 정도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종민이 그렇게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줄줄이 꿰고 있다는 것이 왠지 또 웃겼다는 사실이다. 우선 그의 동료들부터 김종민의 지식에 대해서 깐죽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그의 동료였다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우연인 것처럼,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김종민을 몰아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려 했을 것이다.

그나마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아니 그래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멤버들은 김종민이 하얼빈에 오면서 미리 예습을 했다고 모함(?)을 했지만 그 말 자체가 사실은 김종민이 칭찬받을 대목인 것은 몰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퀴즈가 진행되면서 김종민이 우연인지 실력인지 김구 선생의 어록도 맞추는 것을 보면 그 예습은 어쩌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하얼빈 특집

김종민뿐만 아니라 모두가 사실은 예습을 했어야 했다. 하얼빈에 간다고 했을 때 그곳이 안중근 의사의 역사적 의거가 있었던 사실을 알았거나 적어도 누군가에게 전해 듣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할지라도, 예능을 하러 가는 길일지라도 공부를 했어야 했다. 그러니 예습을 한 김종민을 나무라는 것은 모순된 모습일 뿐이다.

고백하자면, 김종민이 맞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지식들은 나 역시도 몰랐던 것들이었다. 평소 역사 좀 안다고 자부하던 헛된 자신감을 거두고 반성케 한 부분이었다. 그렇게 하얼빈 곳곳에 산재한 안중근 의사 사적지를 찾아다니는 <1박2일>은 더 이상 예능이 아니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하얼빈 특집

요즘 한국의 탐사보도는 살인사건에만 빠져 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것이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따질 일이 아니다. 어쨌든 이번에 <1박2일>이 한 것을 하라고 존재하는 시사교양이 못한, 3월의 의미를 예능이 한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한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예능에서라도 몰랐다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1박2일>을 통해서 역사와 민족을 배웠다.

이후 스케줄로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은 귀국하고 끝까지 남아 안중근 의사의 족적을 따른 것은 김준호와 차태현 둘뿐이었다. 그러나 진짜는 거기에 다 있었다. 안중근 의사가 재판 아닌 재판을 받은 뤼순 일본 관동법원, 뤼순 감옥의 안중근 의사의 독방 그리고 그곳에 갇혔던 144일을 마감했던 형장의 모습까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하얼빈 특집

많은 사람들이 이번 <1박2일>을 보고 울었다는 고백을 했다. 예능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니 이번 주 <1박2일>은 예능이 아니었다. 교육이 못한 일을 대신 한 것이었다. 그래도 칭찬해야 하고, 그래서 칭찬해야 한다.

예고를 통해서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최소한의 예능 욕심도 없이 하얼빈에 남겨진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발자국을 쫓은 <1박2일>의 성실하고 진실한 노력과 의도는 훌륭했다. 안중근 의사의 신념에 가득 찬 삶을 조명한 것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분명 조금 이상했던 하얼빈에서의 혹한기 마감캠프의 숨은 이유에 대해 불립문자의 미소를 보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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