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티브로드(대표이사 김재필)의 업체 선정 공백과 신규 업체의 ‘선별고용’ 정책 탓에 일자리를 잃은 케이블 기사들의 해고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 한빛북부기술센터 소속 노동자 28명은 티브로드가 두 달여 동안 신규업체를 선정하지 않은 탓에 졸지에 해고됐고, 전주기술센터 노동자 23명은 새로 선정된 업체에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 일자리를 잃었다. 티브로드는 한빛북부의 경우 협력사 공모가 진행 중이고, 전주에서는 협력사 노사 간 면담을 주선했으나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삼보일배를 이어가고 있다.

총 51명의 해고자가 발생했으나 티브로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법적으로 따지면 ‘협력사 노사 문제’라는 게 티브로드 입장이다. 티브로드는 전국 22개 지역에서 상시‧필수업무인 설치, AS, 철거, 영업 등을 외주화하고 있다.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티브로드는 323만8204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케이블 업계 2위인데,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매년 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160억9400만원이고, 2014년과 2013년 영업이익은 각각 1579억9100만원과 1438억5300만원이다. 가입자수 기준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곱절 이상이다.

▲15일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의 광화문 사옥 앞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한 티브로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삼보일배 모습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탓에 원청인 티브로드가 직접 나서야 해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노동조합 주장이다. 티브로드가 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조합원 고용승계’라는 노사상생협약을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강제하지 않은 탓에 51명의 노동자가 졸지에 해고자가 됐기 때문이다. 한빛북부기술센터의 경우, 티브로드가 신규 업체를 선정하고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을 도급비에 반영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업체가 이미 채용을 끝낸 전주센터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티브로드는 ‘중재’ 이상의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 티브로드는 15일 “한빛 지역에서는 협력사 공모가 아직 진행 중이고, 전주 지역은 선정된 업체와 협력사 노조 간 면담을 주선했으나 현재 양쪽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진영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15일 미디어스에 “업체 선정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고, 임금 보전에 대한 답도 없는 상황”이라며 “전주센터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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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와 협력사협의회는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앞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최우선 요구가 ‘복직’이 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티브로드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에 ‘불법파견 소송’을 철회하라는 압박의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티브로드를 비롯해 씨앤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삼성전자서비스 등을 위해 일하는 기술서비스노동자들이 원청인 재벌 대기업에 사용자 책임을 묻는 상황에서 티브로드가 ‘재계의 공통된 이해관계’에 따라 이번 사태를 처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원‧하청의 방치 탓에 해고자들은 한 달여 동안 서울 명동 티브로드 본사와 티브로드 전주지사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15일에는 지난 8일에 이어 또 다시 서울 시내 삼보일배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 협력업체와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중재에 나서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해고자는 “복직이 될 때까지 삼보일배든 뭐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보일배를 하는 노동자들의 뒤편에서 피케팅을 하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 (사진=미디어스)
삼보일배 모습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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