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이 끝났다. 언제나 인기 드라마의 끝에는 찬사와 논란이 함께 기다리는 법이다. <시그널>도 예외는 없었다. 논란의 핵심은 그간 뿌려놓은 떡밥 혹은 복선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냐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논란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애정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싶다. 또한 결말에 대한 만족도 역시 개인적으로는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그널>에 중독된 지난 8주 동안 가장 커진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수현, 박해영 그리고 이재한이 2015년의 현재, 현실 속에서 만나 포스터처럼 돼지 껍데기에 소주 한 잔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시청자들의 의식, 무의식을 지배한 희망사항이었을 것이다.

다만 작가는 그런 시청자들의 기대사항을 모른 체하지 않고 상상 속의 3인 회합을 만들기는 해서 고맙기는 하지만 성에 차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린 박해영이 오무라이스를 먹던 단골집에서의 상상의 만남은 문학적으로는 매우 근사한 연출이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무엇보다 모두가 한 번씩은 죽었지만 결국에는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시즌제로 이어갈 것에 대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스캅>이 시즌2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해 시즌제로 인정하기 힘든 것은 본래 인물들 특히 핵심인물이 바뀐 점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그널>의 3인 중 누구 하나라도 죽었다면(그래도 또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여지는 존재하지만) 시즌제의 기대와 희망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작가가 시즌제에 대한 의지를 가졌다는 메시지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시그널> 16화의 핵심은 바로 시즌제의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 결말의 구성보다 더 중요하다.

물론 작가는 시즌제에 대해서 아직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tvN은 시즌제의 경험이 많이 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방 시점에서 굳이 서둘러 언급하지 않아도 그 가능성은 오히려 지상파에서 방영했을 때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시그널> 전에 방영됐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 대표가 아닌가.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응사, 응칠에 이어 응팔까지 공전의 히트를 지속했던 tvN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줄을 안다. <시그널>이 이룬 성과를 놓칠 리가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작가다. 속편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은 물론이고 천재적 발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미 <시그널>은 한국 장르물의 최상위에 올랐다. 그 성과는 시즌제의 요구로 이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작가로서는 딜레마에 두려움이 없을 수 없다.

다소 아동틱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그 해법은 드라마 속에 있고, 시청자가 쥐고 있다. <시그널>이 가장 많이 반복한 주제어는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제사건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형사가 수사를 포기했기 때문에 생긴 퇴적물인 셈이다. 그 퇴적물을 치우기 위해서 아니 애초에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 누구라도 포기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이 드라마의 전제였다. 그렇다면 시즌제는 시청자가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작가가 먼저 시즌제를 대비(?)한 결말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새로운 인물의 등장까지 기대케 하는 요소까지 슬쩍 비쳤다. 박해영은 총을 맞는 과정에서 무전기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병원의 이재한의 무전기에는 다시 불빛이 들어오고 ‘치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재한은 박해영이 아닌 누군가와 다시 실종된 15년 동안 교신해오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시그널> 시즌2는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게다가 김범주는 죽었지만(물론 시즌2가 되면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는 깃털에 불과하다. 한영대교 붕괴사고, 인주여고생 사건의 몸통은 권력가인 장영철 의원이다. 아직 이재한의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그것이 다른 무엇보다 시즌2의 절실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그널>의 이번 결말은 시즌2를 향한 문을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시즌2가 시작된다면 김계철 형사가 그토록 노래 부르던 오대양사건을 다룰 것인지 궁금하다. 그것이 왜 궁금하고 또 중요한지는 <시그널> 애청자라면 모를 리 없다. 처음부터 <시그널>의 간절함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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