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이 이제 마지막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믿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사실이다. 이재한이 살아온다고 할지라도 이 변치 않는 사실 때문에 <시그널> 16화는 슬플 수밖에는 없다. 그런데 그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는 박해영마저 총을 맞았다.

김범주가 보낸 킬러의 총에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따로 없다. 그나마 가는 희망의 끝을 남겨둔 것이라면 바로 죽지 않고 병원으로 이송된 정도라고 할 것이다. 마치 시청자에게 “자, 이제 이재한과 박해영 둘 중 누굴 살릴 것이냐”는 어려운 딜레마의 숙제를 내는 것만 같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또한 지금까지와는 달리 박해영이 날짜까지 정확히 말해주었지만 이재한은 박선우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박해영이 무전으로 알려주었지만 이미 죽음을 막기에는 너무 늦은 때였다. 그런 차에 생각지도 못했던 차수현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들려왔다. 차수현은 이재한에게 8월 3일 죽는다는 사실을 말했다.

이상하게도 무전기는 그 말을 막지 않았다. 지금까지 과거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를 차단하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그 이유는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 회만 남겨둔 상황에서 매듭지어야 할 더 중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재한은 분명히 그 날짜와 장소를 기록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런데 이재한은 그 날짜에 그 장소에 갔다. 그리고는 김범주 일당에게 잡혔고, 그 자리에서 김성범에게 칼을 맞고 도망치다가 결국에는 안치수에게 총을 맞았다. 그 과정에서 이재한은 박해영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무전기를 나무 뒤에 숨겼다. 사실 이 장면은 처음부터 반복되었다.

결국은 이 장면, 혹은 아직 나오지 않은 이 장면의 앞뒤 상황이 이 드라마의 핵심일 수밖에는 없다. 이미 이재한의 죽음을 확인했지만 이 장면의 결말에 따라 현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치밀한 상상력과 구성력을 따라잡기에는 상황이 너무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이재한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강한 것이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방해가 된다. 너무 어렵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러나 어쩌면 누가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형식의 결말을 위해서는 누가 살고 살지 못할지는 결정되겠지만 <시그널>의 결말을 맞으면서 우리가 정리해야 될 것은 그런 생사의 문제만은 아닐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연결된다.

과거와 미래의 형사가 고장 난 무전기로 교신을 하는 것은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 때문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 장본인은 바로 이재한 본인이었다. 그 염원은 바로 과거를 바꾼다는 것이다. 미제사건이라는 분류는 사실상 없어야 하지만 존재하는 것이다. 미제사건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해결이 어렵다. 그래서 과거와 미래의 교신이 시작된 것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과거의 이재한이 그토록 염원한 것은 박선우 살리기가 아닌 대도사건부터 이어지는 권력과 경찰 내부의 검은 결탁을 걷어내는 것일 수 있다. 그 검은 커넥션은 미제사건보다 더한 조작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그 염원에 의한다면 과거나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김범주와 장영철의 유착을 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현장에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가능해 보이질 않는다. 동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시그널>의 결말은 깜깜한 암흑 속에 갇혀 있다. 어떤 결말일지 주말을 주말답지 못하게 보내며 <시그널>의 마지막 회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결말에 시즌2를 위한 여운을 남길 것이냐는 것이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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