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이 불발된 상황에서 3월 중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 공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역시나 이번에도 ‘쩐의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사업자들의 동향과 경매 결과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언론이 이번에도 ‘정부의 주파수 경매 계획안이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다’는 사업자들의 볼멘소리를 전하고, ‘낙찰비용이 높아지면 결국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다’는 식의 판에 박힌 보도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관계부터 정리하자.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지난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계획(안)’ 초안을 통해 총 5개 블록 140MHz 폭의 주파수를 올해 경매에 부친다고 발표했다. 미래부는 이번 공개 토론회를 통해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700MHz, 1.8GHz, 2.1GHz 및 2.6GHz 대역에 대한 주파수할당 방안을 최종 확정해 3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할당신청기간은 공고일로부터 한 달이다.

△경매 대상 주파수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래부가 경매에 부치기로 한 주파수를 대역별로 보면 △A블록: 700MHz 대역 40MHz(이용기간 10년, 최저경쟁가격 7620억원) △B블록: 1.8GHz 대역 20MHz(10년, 4513억원) △C블록: 2.1GHz 대역 20MHz(5년, 3816억원) △D블록: 2.6GHz 대역 40MHz(10년, 6553억원) △E블록: 2.6GHz 대역 20MHz(10년, 3277억원)이다. 이밖에도 미래부는 SK텔레콤과 KT의 이용기간이 끝나는 주파수 대역을 재할당하기로 하고, 재할당 대가를 경매 결과와 연동하기로 했다.

새로 나온 5개 블록의 최저경쟁가격을 모두 더하면 무려 2조5779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50라운드에 걸쳐 ‘동시오름입찰’을 진행하고, 그 안에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밀봉입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주파수 경매로 이동통신 3사가 부담할 총액은 5조원 안팎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래부는 40MHz 폭 광대역인 A, D블록과 광대역이 가능한 C블록은 사업자별로 1개 이상 할당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고, 한 사업자가 최대 60MHz폭까지 할당받을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또 미래부는 A, C, D블록을 낙찰받는 사업자에 대해 4년차까지 6만8900개(전체 65%)의 기지국을 건설하고, B와 E블록을 낙찰받은 사업자에게는 같은 기간 기지국 4만2400개(전체 40%)를 구축하도록 하는 의무를 뒀다.

우선 이통3사는 주파수가 필요하다. 이통3사는 정부가 제4이통을 추진하던 중에도 “급증하는 무선데이터 탓에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터다. 그러나 이통3사는 경매 시작가인 최저경쟁가격과 연도별 기지국 구축 의무를 부담스러워한다. 이들은 4일 미래부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언론은 사업자들의 불만을 이렇게 요리했다. “통신사업자의 과도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될 수도 있다.” 전자신문 7일자 사설의 한 대목이다.

주파수를 비싸게 팔면 소비자가 손해를 볼까? 아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자. 첫째. 이동통신사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언론은 기지국 건설 의무를 두고 ‘LTE에 중복 투자하라는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어차피 이통사는 이번 경매로 얻게 될 주파수를 ‘5G 등 기술진화에 따라 새롭게 도입되는 표준방식’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이렇다. 이는 정부가 ‘LTE에서 4G로의 용도변경 대가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번 경매는 이통사로서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다.

둘째. 그 동안 이통사들이 경매에 천문학적 돈을 태운 것은 맞다. 2011년, 2013년 이통3사는 조 단위의 돈을 투입해 주파수를 따냈다. 그러나 경매에 지출한 돈 때문에 통신비가 상승한다는 우려는 ‘거짓말’이다. LTE 시대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은 치솟았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만 하더라도 2015년 6463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기록했다. 1위 SK텔레콤은 1조6587억원, 2위 KT는 86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셋째. 시장을 5대 3대 2로 독과점한 이통3사는 초기 투자 비용을 성공적으로 회수 중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단말기유통법 등은 이통사의 수익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마지막 남은 요금규제 제도인 요금인가제마저 폐지해 버렸다. 정부는 알뜰폰 요금을 좌지우지하는 이통사에 어떤 규제도 적용하고 있지 않다.

지금 정부와 이동통신사, 그리고 언론은 주파수를 좌판에 깔고 그들만의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이번 경매를 통해 역대 최고로 많은 돈을 받아낸다면 이동통신사들은 이를 명분으로 요금 인하 요구를 외면할 것이고, 설령 사업자들의 압박으로 경매방식이 달라져 사업자들의 부담이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요금 인하보다 ‘1기가 더’ 정도의 콩고물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번 주파수 경매는 쩐의 전쟁이 아니다. 정부, 이통사, 언론은 공통의 이해관계로 한몸이 됐고, 충분히 유착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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