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적시하는 것이 요즘에는 어렵다. 실질적인 생활에서 손쉽게 경험하는 나 그리고 우리의 일이지만, 언론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는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그 기능을 상실하고, 우린 가끔 예능을 통해 언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한다.

나쁜 기억 지우개와 봄날은 온다;
N포 세대 사랑마저 포기해야 하는 청춘과 막무가내 독재 풍자 개그

이번 주 <무한도전>은 두 편이 맞물렸다. 지난주 방송되었던 <무한도전-나쁜 기억 지우개>의 후속 이야기가 이어졌고, 시청률 특공대를 내세운 <무한도전-봄날은 온다>가 방송되었다. 우리에게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특집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연결이었다.

각 분야에서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분들과 상담을 하고 어떤 식의 소통이 좋은 것인지 알아간 후, 무도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유재석을 시작으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직접 시민들과 만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기억을 지우는 소통의 시간은 흥미로웠다.

MBC <무한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 특집

모든 사람들은 작고 큰 고민들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고민이 때론 너무 무거워 스스로를 힘겹게 만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 역시 소통이다.

취직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힘들게 직업을 가진다고 해도 고용이 불안정해진 사회에서 삶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언제든 사업자가 원하면 고용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쥐꼬리만 한 복지 정책들이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며 공격을 받고 빼앗기는 현실 속에서 당장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삶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런 지독한 현실에서 청춘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적은 보수지만 안정적인 공무원이 아니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이 현실이니 말이다.

독한 마음을 먹고 작은 고시원에서 공부에만 집중하던 수험생. 하지만 인간이란 의지와 상관없이 이성에 끌리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이런 마음의 변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감정마저 사치라고 이야기될 정도로 청춘들에게 사랑은 먼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N포 세대의 우울함은 무도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아픔이었다. 노량진에서 만난 많은 수험생들의 다양한 고민, 연애마저 사치라고 생각하고 마치 범죄라고 저지른 듯 힘겨워하는 모습은 씁쓸하다. 공무원이 되지 못하면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절박함. 그런 상황에서 사랑도 범죄가 되는 현실이 과연 정상일까?

MBC <무한도전>

어린 학생부터 수험생 그리고 직장인들로 이어지는 고민들의 폭은 넓고 다양했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불안은 개인의 몫이라기보다는 사회가 만든 필연적인 고통의 산물일 뿐이다. 그 어떤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불안은 당연한 귀결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 제목처럼 우리의 삶은 이미 '불안'이 지배하고 영혼마저 잠식해가고 있는 중이다. 정치꾼들은 그런 불안을 악용하며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다. 오직 불안과 공포만이 대중을 지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 맹신하는 정치꾼들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웃음을 찾는 특공대들의 봄날 대비 전략에서도 무도 특유의 풍자가 가득했다. 보는 이들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봄철만 되면 급락하는 시청률을 잡기 위한 그들의 대안은 폭압정치의 막무가내를 보는 듯해서 웃기면서도 씁쓸할 정도였다.

무도 멤버들이 내놓은 정책이라는 것이 엉뚱하고 황당함으로 다가오지만 이는 마치 우리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꾼들의 협잡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도 없었다. 버라이어티에서 웃자고 한 말이 그저 웃음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은 흥미롭다.

MBC <무한도전> ‘시청률 특공대 - 봄날은 온다’ 특집

의도하지 않은 설정마저 현실을 풍자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봄날은 온다>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방송을 보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지만 폭압적인 방식들이 전부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강압적으로 방송을 보도록 강요하는 것이 옳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방송에서 우리는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현실의 정치가 막 내던지는 버라이어티 쇼의 상황극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무한도전>은 역시 옳다. 이번 특집은 소통과 재미를 모두 품은 줄타기에 성공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웃음 속에 우리의 정치판을 풍자하는 듯한 모습에서는 잠깐 시원함과 답답함을 공유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게 곧 무한도전이라는 점에서 여전한 그들의 모습이 고맙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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