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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 대량해고, 원하청 다 ‘난 몰라’[케이블기사 51명 집단해고] 노동자와 상생한다면서요?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3.03 17:34

티브로드의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 수리하는 노동자 51명이 업체 변경 과정에서 무더기로 해고됐으나, 원청인 티브로드는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간접고용된 이 노동자들이 티브로드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노동조합 가입률이 높은 업체에서만 고용승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노조를 깨기 위해 지역센터를 솎아내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도 티브로드 사태에 개입하기로 했다.

3일 현재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 소속 조합원이자 경기도 광명‧시흥지역에서 티브로드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수리해온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28명은 티브로드가 입주한 서울 명동 신일빌딩 앞에서 열흘째 노숙농성 중이다. 전북 전주지역 노동자 23명 또한 3월1일자로 계약해지돼 티브로드 전주지사에서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티브로드는 광명‧시흥지역을 담당하던 기존 업체를 ‘저성과’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으나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지 않아 노동자들만 일자리를 잃었다. 전주의 경우, 신규업체가 선정됐으나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티브로드지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 티브로드가 나서 빠른 시일 내에 업체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 문제를 책임지고, 51명 조합원들의 고용승계와 업무복귀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티브로드지부는 원청 및 지역사업부, 하청업체들에 대화를 요청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했음에도 한달이 넘도록 시간을 끌더니 3월이 되자 티브로드 원청 및 지역사업부, 협력사들이 일제히 서로 발뺌하며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51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 2016년 3월3일(목) 오후 희망연대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명동 티브로드 입주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이 직접 나서 해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케이블기사들이 해고에 항의하며 피케팅을 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티브로드는 현장영업, 설치, 수리, 철거 등을 모두 외주화하고 있다. 가입자 규모로는 케이블 업계 2위이지만 가장 많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하는 사업자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1160억9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1579억9100만원, 1438억5300만원이었다. 순이익도 매년 천억원 안팎 수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활용하는 탓에 실제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떨어지는 몫은 동종업계 평균 이하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김상열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상황실장은 “다른 케이블방송보다 더욱 더 노동자를 쥐어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1, 2년마다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갱신, 해지하는 까닭에 고용 불안은 상시적일 수밖에 없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노동조합이 ‘복직’ 요구에 집중하도록 해 지역센터에 내려보내는 도급비와 임금을 보다 손쉽게 통제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특히 티브로드는 지난 2013년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 및 임‧단협을 승계하도록 한다는 ‘원하청 노사상생 협약’을 맺었는데, 매년 대규모 계약해지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태광바로잡기운동본부의 이형철 공동대표는 “노사가 상생하겠다며 협약까지 맺었는데 노동자들을 매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이후 케이블방송은 방송의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공공성의 가장 기본은 가입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수리 기사들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좋은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방송사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십수년 간 지역 주민을 만난 노동자를 ‘사장과 업체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이야말로 케이블의 위기”라고 말했다.

   
   
▲ 티브로드지부 농성장 모습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국장은 “지역에서 같은 주민으로서 가장 먼저 시청자를 만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케이블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경쟁력”이라며 “케이블이 지역성을 말하려면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이번 해고는 정상적인 기업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정성희 새로하나 집행위원장은 “지금이라도 티브로드가 직접 나서 대화하고, 노동자들을 업무배치하고 고용승계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실이 지역에 알려진다면 과연 지역 주민들이 티브로드 방송을 계속 시청하겠나”라고 말했다.

노동당 김한울 부대표는 “티브로드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영업, 설치, AS 등 사실상 모든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51분의 노동자가 이렇게 쉽게 해고됐다. 해고가 쉬운 일이 됐고 흔한 일이 됐다. 하청도 너무 쉽게 쓴다. 티브로드는 비겁하게 가지고 싶은 것만 가지고 그렇지 않은 (사용자 책임 같은) 것은 가지지 않으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승계를 해달라는 것을 요구하는데 몇 년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티브로드 ‘직접고용’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단장 추혜선)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방송사업자가 노동자들을 탄압할 때 피해를 받는 것은 탄압받는 노동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우수한 유지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해당 지역의 주민이기도 한 노동자들의 해고와 일자리감소는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케이블방송이 구현해야하는 공공성과 지역성 역시 노동탄압과 후려치기에 열중하는 사이 점점 멀어진다. 결국 유료방송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탄압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티브로드지부 김승호 사무국장은 “이곳에 천막을 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침낭을 들이는 것도 막고 있다. 태광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무시하고 외면할 문제이지만 해고는 노동자를 죽이는 문제다. 끝까지 싸워서 없애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숙농성 중인 한 노동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원청과의 대화다.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곳에서 먹고 자겠다”고 말했다.

▲ 연세대 학생행진 활동가가 “티브로드, 너네만 힘드냐?! 노동자들은 백만배 힘들다!! 힘들 때마다 해고하는 악질기업 티브로드 해고대책 마련하라”는 피켓을 들고 티브로드에 항의하는 모습

한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과 을지로위 소속 은수미, 장하나 의원은 이날 티브로드 사업본부장 등을 만나 즉각적인 업무 배치와 고용승계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티브로드는 “업체가 그렇게 하지를 않는데 어떡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원식 의원은 티브로드 면담 직후 농성장을 찾아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저하 금지를 하도급계약 조건으로 달면 될 일인데 티브로드는 ‘원청의 책임은 없다’고만 한다. 이 문제는 하청업체의 선의가 아니라 원청의 사회적 책임으로 해결해야 한다. 선거가 있지만 선거 시기에도 선거 이후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가운데)과 은수미 의원(왼쪽), 장하나 의원은 선거운동을 잠시 중단하고 티브로드 본사를 찾아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면담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으나, 티브로드는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고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사진=미디어스)

은수미 의원은 “하루라도 회사를 위해 일했다면 회사는 그를 ‘사람’으로 대접해야 한다. 그런데 티브로드는 십년 넘게 일한 노동자도 그렇게 대하지 않는다. 티브로드에 ‘원청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태광그룹과 티브로드가 어떤 기업인지 시민들에게 끈질기게 알리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다 (면담을 한) 이분들도 1, 2년마다 신규채용되는 처지가 돼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 것이다. 티브로드는 수익성을 문제 삼지만 그 지역의 가입자들은 똑같은 요금을 낸다. 원청은 가입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지역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매년 이렇게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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