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를 잊고 살던 SBS 드라마가 모처럼 쓴맛을 보는 중이다. 절치부심의 KBS2 <태양의 후예>와 한날한시에 시작된 <돌아와요 아저씨>가 남부럽지 않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크게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첫 회의 6.6%라는 저조한 출발에도 다음날 곧바로 1%의 시청률이 붙었기 때문에 나아질 조짐이라는 위안이 있어 다행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스 올 로케라는 강수를 둔 <태양의 후예>를 따라잡기는 결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송송커플의 위력도 거세지만 대사와 연출이 감칠맛을 뿌려대는 통에 시청률이 내려갈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돌아와요 아저씨>를 위로한다면 <태양의 후예>만 아니었다면 결코 2등 할 드라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괜히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돌아와요 아저씨>는 아주 흥미로운 구조가 다중으로 얽혀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이 글의 제목처럼 로맨스인 듯 브로맨스인 듯 헷갈리는 이중적 케미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두 사람은 이미 죽은 자이며, 그들에게는 똑같이 살아서 해결하지 못한 한을 풀어야 한다. 거기다가 가족과 가족 같은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간절함까지 존재한다.

▲ SBS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치 않은 로맨스와 브로맨스의 이중 케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식의 케미는 한국 드라마 아니 어쩌면 작가들이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옆 나라 일본이라면 익숙한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는 일본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낯설고 남의 것 같은 개그 코드를 잘 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돌아와요 아저씨>는 그 일본의 느낌을 쏙 빼면서도 잘 살려내는 기술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오연서의 다 내려놓은 연기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래 오연서의 전생은 김수로. 조폭이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40대 아재다. 겉은 남자라면 눈을 뗄 수 없는 미인인데 속은 걸걸한 아저씨이다. 이제 이 드라마의 제목은 저절로 이해가 되는 셈이다.

▲ SBS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한편 오연서와 짝을 이루게 되는 정지훈의 전생은 김인권이다. 오연서만큼 역변이라지만 그래도 성별은 지켜서 내려왔으니 좀 다행이다. 대신 오연서만큼 웃기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화가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이 드라마를 끌어갈 주요 엔진은 오연서일 수밖에는 없다. 정지훈 혼자라면 겉과 속이 다른, 이 웃을 수도 없고 웃지 않을 수도 없는 페이소스를 제대로 살려내긴 힘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로맨스인 듯 로맨스 아니고, 브로맨스인 듯 브로맨스 아닌 정지훈과 오연서 그리고 김인권과 김수로의 이중 케미가 폭발한 지점은 3회의 호텔장면이었다. 우연히 대포집에서 만나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돈이 부족해 냅다 도망친 두 사람은 왠지 모르게 서로 끌리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숙소도 앞뒤 방인 기막힌 인연이다. 그때 정지훈이 먼저 방에 들어가려는 오연서를 잡아끈다.

그런데 오연서 아니 김수로는 자신을 뚫어져라 살피는 정지훈의 행동을 로맨틱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을 남자라고 철떡 같이 인지하면서 감정을 반대로 작동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정지훈이 오연서의 정체를 알아보고 “혹시 비명횡사?”라는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오연서가 정지훈의 입술을 덮쳐버린다. 선남선녀의 키스를 보고 배꼽을 잡고 웃게 될 줄은 진정 몰랐었다.

▲ SBS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물론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나눈 성별에 대한 농담은 좀 지나친 점이 있다. 오연서가 정지훈의 비밀스러운 곳을 보자고 바지춤을 잡아끄는 모습이나, 정지훈에게 무슨 말을 듣고는 하늘에 대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따지는 모습은 좀 순화시킬 필요가 있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어쨌든 그 상황의 순간들은 예능보다 더 웃겼다. 특히 김인권과 김수로가 키스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너무도 강력한 <태양의 후예>지만 이런 약간은 비급 정서와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묘한 로맨스와 브로맨스의 결합 혹은 이중구조를 잘 풀어간다면 토끼와 거북이가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결말은 착하면서도 또한 슬플 수밖에 없어서 시청자 구미에 딱 맞는다. <돌아와요 아저씨>의 역전이 과연 가능할지 지켜보기로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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