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드라마 왕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tvN이 큰 암초에 걸리고 말았다. 웹툰 원작의 <치즈인더트랩>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며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중국에 이미 수출된 상황에서 더 큰 암초에 의해 좌초 위기까지 대두되고 있다.

응답과 치인트;
같은 삼각관계 다른 결과, 가족의 존재감이 여론을 좌우했다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이제 2회를 남기고 있다. 어떤 결말에 이를지 알 수는 없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끝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작과 상관없는 결말은 예고되었고, 그렇게 16개의 이야기는 이번 주 방송을 통해 종결된다.

제작 전부터 박해진이 주인공 유정 역할로 확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모든 화제의 중심에는 박해진이 있었고 그렇게 제작진이 구성되었다. 중국에서는 박해진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선구매를 했다. 중국에서 박해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케이블 드라마 사상 가장 높은 금액으로 <치인트>를 구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치인트>가 2회를 남긴 상황에서 분노는 다양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웹툰 원작자는 제작진과의 소통 부재에 대해 성토했다. 비밀 엄수를 이유로 제작진은 원작자와의 소통을 끊었고 결말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다양한 논란에 대해 원작자가 입장을 표명하며 시청자들의 분노 역시 공론화되었다. 초반과 달리 극을 이끄는 중심축이 급격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말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극을 이끄는 주체가 달라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응답하라 1988>은 기존 <응답하라>시리즈의 전통을 따라갔다. 그 전통은 여주인공의 남편을 찾는 과정이다. 두 편의 시리즈가 그랬고 세 번째 시리즈 역시 마지막까지 그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앞선 두 이야기와 달리, 세 번째 남편 찾기는 강한 분노와 마주해야 했다.

완급조절 실패는 결국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적절한 힘 조절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는 어느 한쪽이 끊어지며 쏠릴 수밖에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응답하라 1988>의 남편 찾기는 시청자와의 줄다리기에 실패했다. <치인트>의 경우는 너무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며 힘겨루기조차 존재할 수 없었다.

주인공은 극의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존재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인공과 조연 등으로 배역을 구분하고 세분화하는 이유는 이야기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다. 그런 기본적인 경계가 모호한 파격적인 실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인트>는 그런 파격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 인물이 어느 사이 조연으로 전락하는 경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연기력 논란으로 인해 더는 극을 이끌 수 없는 지경에 몰린 경우다. 제외시킬 수도 없을 정도로 진행된 상황에서 도저히 그를 주인공을 삼을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차선을 선택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백인호와 달리 내면의 복잡함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섬세한 연기와 연출이 필요한 인물이 유정이다. 직선적인 백인호와 달리 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야만 유정이라는 인물은 살아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의도적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냐는 우려다.

과거 장면은 유정이 왜 그런 인물이 되어야만 했는지를 설명해주는 단초다. 그런 장면들을 모두 찍은 상황에서도 드라마에서는 그 모든 것이 지워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경험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 듯 그 과정이 삭제되면 오해가 구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치인트>는 원작을 탐독한 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로 변질되었다.

유정이라는 인물은 복잡한 존재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구축된 유정은 단순하다. 재벌집 아들에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불쌍한 유아적 존재 정도로 취급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사람을 시청자들이 좋아해야 하는 것은 억지이자 고문에 가까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하고 파편적인 존재로 전락한 유정과 달리, 백인호는 중요한 존재로 각인되었다. 유정이 몰래 뒤에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인호는 언제나 홍설 곁에 있으며 돕는다. 츤데레 인호의 매력 발산은 중반 이후 극의 모든 것이 되었고, 이제는 주인공을 유정이 아닌 백인호로 보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로 무게 중심의 추는 완전하게 바뀌었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감독이 원작과는 달리 유정이 아닌 백인호를 중심인물로 삼아 자신만의 <치인트>를 만들고 싶었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중간에 어떤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급격하게 흐름이 바뀌었다면 이는 의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왜 그랬는지 이유가 궁금해지니 말이다.

tvN <응답하라 1988>

<응답하라 1988>은 초반 시청자들에게 류준열이 연기한 정환이 덕선(혜리)이 남편일 수밖에 없음을 강변하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물론 작가는 처음부터 택이(박보검)을 남편으로 생각하고 반전을 위한 준비를 했을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정환이 덕선의 남편일 수밖에 없다는 흐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택이와 덕선의 관계를 끌어가기 위해 정환을 유배 보내듯 분량에서 빼버린 것이 문제였다. 더는 가까운 곳에서 덕선과 함께 있으면 이야기를 풀어내기 힘들 수밖에 없게 되자 정환을 공군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이용해 빼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서 이윤정 피디는 대본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직접 고친 대사와 상황으로 대처하곤 했다고 한다. 이는 배우들의 인터뷰에서 나온 것이기에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흐름의 변화는 이 피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웹툰 원작에 각색을 한 작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현장에서 작위적으로 바꾸며 촬영했다고 하니 극의 흐름이 중반 이후 급격하게 모호해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로맨스릴러'라 불러달라던 <치인트>는 그렇고 그런 삼각관계 로맨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드라마로 전락했다. 캠퍼스 로맨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흥미로운 삼각관계도 아닌, 어설픈 상태에서 주저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성장통을 겪는 청춘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tvN <응답하라 1988>,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공식포스터

주인공들의 삼각관계를 통해 청춘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역시 점점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으로 다가온다. 그런 희망을 가지기에는 너무 고전적인 삼각관계 속에 이야기가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수습을 하기에는 남은 2회가 한없이 적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치인트>의 진짜 문제는 이미 팔린 판권의 문제다. 박해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이유로 드라마를 산 중국 측에서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계약 단계에서 제시했던 시나리오와 방송으로 촬영된 것이 다르다며 데이터를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중국 측의 불만은 커 보인다. 이런 상황은 결국 중국내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응답하라 1988>과 <치인트>는 유사한 충격요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전작인 <응답하라 1988>의 핵심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큰 파장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아쉬움은 있지만 기본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는 갖춰져 있었다. <치인트>는 그런 흐름 속에서도 잃지 않아야 할 중심이 무너지고 말았다. 가장 큰 차이는 그 지점에서 발견된다.

유사한 흐름 속에서 다른 결과를 보여준 두 드라마. 한쪽은 여전히 tvN을 넘어 수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드라마로 각인되었다. 하지만 한 드라마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닌 드라마가 되었다. 중국과 일본 등 박해진을 보고 수입한 측에서 드라마 내용을 들어 문제제기를 할 이유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막장 전성시대 잘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기로에 선 tvN이 이런 홍역들을 통해 어떤 진화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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