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 복면가왕전은 가히 역대급이라는 말을 써도 좋을 것 같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출연자들이 준 반전과 감동이 그랬고, 스포일러 또한 너무도 정확해서 그렇다. 복면가왕으로서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표정을 선택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음악대장의 연승을 결코 쉽게 주지 않겠다는 복면가왕 제작진의 노력은 인정해줄 만 했다. 임재범의 고해만큼이나 한국남자라면 반드시 한 번은 불러본다는 팝송 쉬즈 곤의 주인공 스틸하트의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여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 MBC <일밤-복면가왕>

밀젠코가 가왕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묵한 번개맨이 누구인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았다는 것이다. 밀젠코만이 아니다. 지난주 최고의 화제인물이었던 성냥팔이소녀 또한 방송 직후에 그 정체가 확인됐다. 그것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스포일러가 아니라 방송만으로도 이제는 얼마든지 복면을 벗겨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만일 3라운드에 들어 성냥팔이소녀도 누군지 몰랐고 번개맨의 정체도 몰랐다면 그 긴장감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누가 누군지 알고 하는 승부는 복면가왕의 특성이 이미 사라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포일러가 아니라 방송 분석만으로 출연자의 정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네티즌 수사대의 능력치가 더욱 커졌다. 성냥팔이소녀의 경우 음성변조를 복원하는 과학적 수단까지 동원됐다.

▲ MBC <일밤-복면가왕>

복면가왕에 오른 사람은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정체가 밝혀지기는 했지만, 이제 그 대상이 그동안은 안전지대(?)였던 1라운드까지 넓혀졌다. 그것은 복면가왕의 장점이자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 복면가왕 제작진은 이 복면의 가치를 회복할 묘수가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과연 어떤 묘수를 낼지 아니 묘수가 있기는 한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너무 비관적은 아니다. 그렇게 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복면가왕의 최종병기 반전과 그로 인한 감동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선 EXID 예능담당 하니가 가왕결정전까지 오른 것은 통쾌할 정도였다. 편견을 깨자고 복면가왕은 그간 주문처럼 외어왔다. 하니가 그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한번은 우연이라 할 수 있겠지만 세 번이라면 실력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 나이 많은 옛날 가수라 여겼던 레이디스코드 소정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소정은 2라운드 노래를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 가수가 자신의 노래에 감정이입이 되어 우는 일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소정은 노래를 다 마치고 흐느꼈다. 노래가 아닌 이유인 것이다.

▲ MBC <일밤-복면가왕>

레이디스 코드 소정의 눈물의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알 수 있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감이 오가는 순간이었다. 동료 두 명을 잃은 슬픔과 상처를 딛고 무대에 오른 소정 그리고 레이디스 코드에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모두에게 생겼을 것이다.

그렇게 24대 복면가왕 결정전은 굵직한 이슈들을 생산하며 음악대장의 3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출연자들과 그들 모두의 공세를 견뎌낸 음악대장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복면가왕으로서는 어깨에 힘 좀 줄 일이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제작진의 고민이 깊어졌다. 복면이 더 이상 출연자들을 숨겨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워낙 힘든 난제에 부딪힌 상황이라 쉽게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뭔가 복면가왕에게 보완하고 더 숙성될 휴지의 시점이 다가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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