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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출입기자는 3명뿐인가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에서 잇따라 일어난 인재, 그리고 언론의 침묵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2.26 15:32

25일 삼성 관련 주요 뉴스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순환출자 문제를 풀기 위해 총 2300여억원을 들여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 3차 협력사에서 또 다시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20대 파견노동자가 실명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소식은 삼성이 언론에 공개한 것이고, 산재 소식은 고용노동부가 밝힌 것이다.

두 소식 모두 재계와 노동계, 그리고 삼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자의 경우, 대다수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어떤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 취득을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분석하기도 했고, 삼성이 공익재단을 활용해 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한 점을 꼬집기도 했다. 어떤 언론은 주식 취득 이유를 카드뉴스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언론은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주식시장에서 ‘이재용 효과’를 중계하고 분석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산재 이야기는 ‘뉴스’가 되지 못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소재 휴대폰 부품 가공업체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28세 여성 파견노동자)는 지난 17일 시력장애, 의식혼미 등 메틸알코올 중독증상으로 응급 후송됐다. 노동부 산업보건과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의식 회복이 안 됐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메틸알코올은 ‘메탄에서 수소 원자 하나를 메틸기로 치환한 가장 간단한 구조의 알코올계 화합물’(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사전)인데 독성이 있어 고농도에 노출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물질이다.

그러나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에서 이 소식을 기사화한 곳은 경향신문, 한국일보뿐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다른 일간지는 단신으로도 이 소식을 싣지 않았다. 범위를 넓혀보면 인터넷신문 CBS노컷뉴스만이 이 소식을 보도했다. 한겨레, 헤럴드경제, 매일경제 등도 보도하긴 했으나 문제 사업장이 삼성전자 3차 협력사라는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13면

왜 그랬을까. 물론 고용노동부의 25일자 보도자료에는 ‘삼성’이라는 이름은 없다. 그러나 한 달여 전에도 삼성전자 3차 협력사 2곳에서 4명의 노동자가 메틸알코올에 중독돼 실명될 위기에 빠진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사고까지 삼성 협력사 3곳에서 5명이 산재를 당했다. 삼성을 적시한 기사도 이미 있었고, 노동부 출입기자라면 모를 수 없는 사안이다. 만에 하나 모른다손 치더라도 전화 한통이면 알 수 있다.

노동부 보도자료에 실무자로 등장한 산업보건과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제 업체 3곳은) 모두 삼성전자의 3차 협력사다. 모든 업체가 삼성전자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로 파악하고 있다.”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것도, 삼성을 취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동부 출입기자라면 보도자료에는 없는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도 있다.

스마트폰 제조공정의 가장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3차 협력사’에서 가장 불안정한 고용형태라고 할 수 있는 ‘파견노동자’에게 일어난 이 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삼성 협력사에서 잇따라 같은 사고가 발생한 일은 삼성 원‧하청이 그만큼 산업안전보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안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부가 1차 사고 이후 사업장을 점검했는데도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에 삼성의 책임은 없을까. 삼성전자가 지난 1월 공시한 2015년 영업실적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조650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6조4100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은 2.69% 줄고 영업이익은 5.55% 늘었는데, 그 배경에는 하청업체 쥐어짜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노무사가 경향신문을 통해 지적한대로 삼성이나 LG가 “메틸알코올을 사용하는 하청업체의 부품은 납품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삼성은 잇따른 사고에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삼성에게 질문을 던지고 원청으로서의 책임을 물어야 할 언론은 침묵했다. 심지어 노동부 관료조차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따른 원가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원청이 영세사업장에 대해 메틸알코올을 저독성 물질로 대체(에틸알코올 등), 안전보건조치를 위한 지도지원 등 사회적 책임과 노력이 함께 협력해 이뤄져야 이와 같은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론은 이 상식조차 옮겨 적지 않았다. 한국에 노동부 출입 언론은 경향신문, 한국일보, 노컷뉴스 3곳뿐인가. 애플의 중국 생산기지인 폭스콘의 노동자들이 고강도 노동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득달같이 달려들던 언론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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