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대한 외신(미국 LA타임스) 보도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에게 추적권과 조사권 등 더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약 65시간째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26일 오후 1시 20분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까지 12명의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이 도입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부터 정의당 서기호 의원에 이르기까지 11명을 대상으로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① 김광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대중 대통령 기록 경신 #5시간 33분

“무소불위의 국정원에 국가비상사태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무차별적인 정보수집권과 조사권, 감청권을 추가로 부여해 괴물 국정원을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국민들을 안심시켜 주시는 것이 여당의 역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언급하며)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똑같은 과거의 반복일 것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지금 그렇게 활동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 북한의 활동은 테러가 아닌 군사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 테러방지법이 없어도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따라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고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조치가 가능하다. (…) 테러방지법과 함께 통과된 사이버테러방지법 역시 국정원 직무 확대, 사이버 사찰 권한 부여의 우려가 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원세훈 전 원장 선거법 위반 판결, 좌익효수 사건 등을 고려할 때 매우 걱정스럽다”

② 문병호 의원(국민의당)

#현재까지 유일한 국민의당 의원 #1시간 50분

“국정원은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 비하면 아마추어 집단이다. (…) 국정원에 감청 등 너무 큰 권한을 쥐어주는 것은 위험하다”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규정이 광범위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법안 제정을 위한 전제조건이 성립하지 않고, 목표 달성의 효율성이 의심되며, 기존 법 제도가 대테러대책에 충분하고, 국제인권법과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테러방지법을 반대 중”

③ 은수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10시간 18분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고 1973년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법이 폐지됐으며 그 당시를 우리는 ‘암흑시기’라고 부른다. 묘하게도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 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혹여 똑같이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폐지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암흑시기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

“어떠한 사회든지 약간의 안전을 위해 약간의 자유를 버리는 사회는 어떤 것도 가질 자격이 없으며, 둘 다 잃게 될 것이다(벤저민 프랭클린)”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헌법이 있다. 헌법에는 일자리, 노동, 복지 또 그 이상의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가 있다. 누가 그러더라. ‘테러방지법’ (입법) 되어도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살겠지‘라고. 다시 말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 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자기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능하고 제가 무능한 탓에 항상 발목을 잡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못한다. 저의 주인이신 국민이 살아가야 되니까. 그분들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 이따금 눈물 보이기도.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장시간 이어지는 필리버스터를 보고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고 하자 “김 의원님은 공천 때문에 움직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며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소리 질러 억압하지 말라”고 맞받음.

④ 박원석 의원 (정의당)

#테러방지법은 불필요한 공포 캠페인 #9시간 29분

(1971년 유신 정국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낭독했던 <국가비상사태> 선언문 낭독한 후) “북핵에 대한 우려,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안보의 강조, 실제 일어난 사태보다는 사태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는 점 등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 논리 흐름과 유사하다. (…)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이 늘 있었는데도 굳이 이번에 개성공단 중단, 비상사태 선포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불필요한 공포 캠페인”

“국정원은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지며 35년 간 대통령의 사적 통치기구로 활용돼 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인, 언론인, 노조, 시민사회 사찰 사례와 국정원의 BBK 사건 개입 등의 사례 언급)

“국정원의 통신감청은 이미 지나친 수준이다. 테러방지법보다는 통신감청에 대한 합리적 제한과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테러방지법과 비슷한 취지의 미국의 애국법의 악용사례가 이미 스노든에 의해 폭로된 바 있으며 결국 위헌 판결을 받았다. (…) 테러방지법은 14년을 거쳐 손질하고 있는 법안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⑤ 유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여당 의원들도 왜 법 찬성하는지 얘기해야 #5시간 20분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북한과 테러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로부터 지켜내고자 하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 자랑스러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계속해서 후퇴시키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박근혜정부의 여러 가지 조치 중 테러방지법이 그 완결판”

(국회 본회의장을 바라보며) “의사 진행 방해만 하지 마시고 여당 의원님들도 이 자리에 나오라. 왜 이 법을 찬성하는지 얘기해야 한다”

⑥ 최민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조지 오웰 <1984> 등판 #5시간 21분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종류의 테러에도 반대한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은 테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테러방지법이 민주주의를 테러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국정원에 테러범을 지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그에 따라 (국정원이) 감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것인지 상상할 수가 없다”

(마르크 니뮐러의 시 ‘그들이 처음 왔을 때’ 언급한 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잘못된 것은 완성되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법이 통과되면 그 법 때문에 누군가 고통 받고 피 흘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아무 소용없다”

+) 과거 국정원 불법사찰 및 정치공작 사례 설명하고 언론사 사설, 기고문 등을 통해 시기별로 언론사 논조를 비교함 / ‘빅브라더’를 소재로 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일부 낭독

⑦ 김제남 의원 (정의당)

#시민 목소리 전달 #7시간 3분

“박근혜 대통령 취임 3주년인 오늘(2월 25일), 국민은 없고 대통령만 있으며 정권안보만 있고 국민안보는 없다.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한반도 핵무장 발언을 하는 등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조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있던 기능들은 제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새로운 법안을 만든다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사생활 침해 문제까지 있는 대테러법을 국정원장의 말만 믿고 통과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다니요” (시민의 말)

“정말 평범하게 아무 일 없이 살고 싶습니다. 역사의 시계는 정직하게 흘러갑니다. 그건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권력이요? 그거 너무 허망히 끝난다는 것 잘 알잖아요.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두렵습니다. 후안무치의 정치인, 권력자, 정보기관 때문입니다” (시민의 말)

+) 조지 오웰 <1984> 요약본 읽은 후 “테러방지법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 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1984>에 나오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빅 브라더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고 일침

⑧ 신경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사이다 클로징 #4시간 46분

“어처구니없는 새누리당 시위가 문밖에서 벌어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 공약이다. 이것이 새누리당 19대 총선 공약집이다. 뒷부분에 보면 정치 선진화 부분에 2번 국회 합리적 의사 절차와 관련해 ‘본회의 필리버스터를 도입하겠다’고 되어 있다. 내가 쓴 게 아니다. 52쪽에 분명히 써 있다”

“국정원 개혁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개혁안은 공염불로 끝났다. 국정원은 100마디 말만 하지 말고 1가지 실천을 한 다음에 개혁을 한다고 해야 한다”

(테러방지법이란 법 이름을 꼬집으며) “아무 사람한테나 김태희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김태희가 될 수는 없는 것”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테러, 막아야 하고 막을 수 있다. 우리 대통령과 여당은 귀를 막고 있다. 약속도 자주 잊어버린다. 책상만 친다. 혼만 낸다. 북한 핵 실험 이후 첫 조치가 대북 확성기 재개라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라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스럽다. (…) 이야기하자. 공부하자. 토론하자. 철인정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民主)하자. 바꾸자”

+)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준 ‘사이다 클로징’으로 많은 화제. 필리버스터가 새누리당 공약이었다고 밝힌 후 새누리당 사이트가 다운되는 현상 발생. 어떤 의원이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몇 시간 했는지’에만 집중하는 언론 보도 행태 비판.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진 ‘좌익효수’에게 “안 때리고 욕 안할 테니 언제 한 번 꼭 만나고 싶다”고 함.

⑨ 강기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임을 위한 행진곡 #5시간 4분

“까딱하면 안기부와 중앙정보부가 무소불위 권력으로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공포시대가 올 수 있다. 그걸 막는 것은 우리에게 내려진 국민의 명령이다”

“테러방지법은 대테러방지가 아니라 국정원을 강화하는 법이다. (…) 국정원은 국민들에게 댓글원, 걱정원으로 불린다. (국정원에서 정치적인 댓글을 달았던)그 직원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지 않고 이를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 재판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대테러방지법이라는 안기부 강화법이 분석되고 조명되고 검토된 적이 있었던가 싶다. 그런 점에서 무제한 토론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되고, 토론 결과로서 국민들의 의견이 (의원들의) 실천과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본다”

+) (과거 국회에서의 폭력 사태 언급 후) “다수당이 날치기를 하는데 동료 의원 멱살 잡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면서 “진작 필리버스터가 있었다면 폭력 의원으로 낙인 찍히지 않았을 텐데…”라고 밝힘. MB 정권 당시 금지곡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단상에서 내려옴.

⑩ 김경협 의원 (더불어민주당)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을 부르는 법 소개 #5시간 7분

“SNS에서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간첩대량생산법, 유신회귀법, 사생활감시법, 국민압박법, 무한사찰정당화법, 빅브라더법, 유신부활법, 창조국민사냥법, 국정원날개달기법, 스마트폰감시법, 국민도청법, 카톡사찰법, 장기집권발판법, 독재부활법, 중정부활법, 국정원대마왕법, 정권연장을위한전능하신돋보기법, 다본다법, 국정원지존법, 21세기최악법, 국민통제법, 국민입막음법, 국민사생활컨닝법, 정권교체방지법, 인권강탈법, 국정원맘대로법, 아빠따라하기법, 희망정치무덤법, 신공안통치법 (…) 가만히있으라법, 헌법무력화법, 국민들더괴롭혀법. 국정원하이패스법, 무차별도청법, 국민바보만들기법, 국정원몰카법”

“조지오웰은 (<1984>를) 36년 뒤인 1984년 세상을 그리면서 1948년에 썼다고 한다. (…) 조지 오웰이 소설 속에서 그린 세상이 2016년 오늘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저만의 생각인가”

+) SNS에서 나도는 근거 없는 별칭들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의 조원진 의원의 항의를 받음. 이번에도 등장한 조지 오웰의 <1984>.

⑪ 서기호 의원 (정의당)

#미국 애국법과 비교해도 국정원 권한 너무 많아 #5시간 16분

“(이번 테러방지법은) 미국의 테러방지 관련법인 ‘애국법’과 비교해도 너무 권한이 많은 법이다. (…) 권한은 많이 부여돼 있지만 국민 기본권에는 눈을 감은 법이다. 또한 절차 규정이 허술해 국정원이 (법을) 마음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 입법 방향을 ‘절차 규정을 생략하는 방식’으로 할 경우, 국정원에 의해 자의적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

“테러방지법은 그 내용을 조직 구성에만 반 이상 할애하고 있고, 컨트롤타워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방어 시스템 명령 구조도 존재하지 않는다. (…) 테러 ‘징후’만 보여도 거의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감시와 정보수집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경계해 테러방지법을 설계해야 한다는 요지로 김희정 박사의 학위논문 <한국의 대테러리즘의 합헌적 설계> 학위논문 소개. 국가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책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를 소개하며 감시의 해악을 주장함.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의 항의를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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