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보기 : “그 정도면 훌륭”하다던 배인준 EBS 감사, 무슨 글 써 왔나

EBS 감사 임명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지난 19일 오전 제9차 전체회의를 열고 배인준 전 동아일보 주필을 EBS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EBS 감사는 상임직으로서, 한국교육방송법에 따라 3년 임기 동안 EBS 업무와 회계에 관한 사항을 감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한 감사는 경영진이 교육공영방송 EBS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닌 막중한 자리다.

2008년 2월 24일 '서울 언론인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 ⓒ미디어스

하지만 배인준 전 주필은 선임되기 전부터 ‘이념편향’ 논란을 겪었다. 그가 칼럼을 통해 “역사시장에도 뉴라이트가 살아나야 한다”거나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2300여개 고등학교의 채택률이 0%라는 기막힌 사실”이라고 밝히는 등 교학서 교과서를 적극 옹호해 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방통위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배인준 감사의 편향성을 문제 삼아 보이콧했으나, 여당 추천 위원들은 “그 정도면 훌륭하다”며 선임을 강행했다.

미디어스는 2003년 8월 3일부터 2015년 3월 25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배인준 칼럼>을 읽고 그가 그동안 어떤 글을 써 왔는지 확인했다. 2편에서는 그의 이념편향적 발언과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 언급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진보세력 향한 뿌리 깊은 불신, 뉴라이트엔 ‘기대’ 보내

배인준 신임 감사는 내정설이 돌았을 때부터 ‘이념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무수히 많은 칼럼에서 선명한 극우적 시각을 보여왔다. 2005년 1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던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찬사와 기대를 내비친 반면,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노조와 시민사회에 대해서는 ‘수구 좌파세력’이나 ‘국민은 민노총 공무원을 버려야 한다’ 등의 표현을 통해 강하게 비난했다. 광우병 파동에 대해서는 ‘괴담’으로만 몰아갔던 보수신문의 논조를 그대로 따랐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반기를 든 단체들에게는 ‘진보의 견장을 떼라’고 충고했다.

1. 이념 편향성 발언

우선 ‘선진 한국’이라는 화두를 국민 속에서 심화시키고 구체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누가 이런 역할을 할 것인가. 각각 선진화 견인역을 자임하고 나선 여야 정치권과 ‘뉴 라이트’의 삼각경쟁 및 협력을 기대해 볼 만하다. ‘시민단체 중에선 왜 뉴 라이트만 꼽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안을 들고 나와 경쟁에 합세하면 될 일이다.

(…) 이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민주화 세력과 국가 통제가 아닌 자유시장을 중시하는 산업화 세력’을 포함한 신세력, 즉 선진화 세력의 시대를 열겠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에서 선진화 전략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패 죄의식과 비주류 열등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권력에 대한 견제기능을 상실한 기존 시민단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전문가 정신을 치열하게 발휘한다면 여야 정치권과 멋진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 정권은 뉴 라이트의 가치관과 여러 면에서 부닥치는 코드를 갖고 있다. 뉴 라이트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통한 선진화를 추구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큰 정부, 국가 주도’의 성향을 보인다. 또 법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뉴 라이트는 ‘헌법의 규범적 가치 수호’를 정권 측보다 훨씬 더 강조한다. 대북 관계에 있어서는 북한 동포와의 공조와 북한 정권과의 공조라는 차이를 보인다. (…) 정치적 기반이 없는 뉴 라이트는 정치권보다 우월한 도덕성, 법치에 대한 실천적 적응력, 민심을 훨씬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입지 등을 특혜로 생각하면서 선진화 드라이브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2005년 1월 24일 [배인준 칼럼] 뉴 라이트와 與野의 삼각경쟁

민주노총이 과연 대화와 타협, 비폭력 탈정치의 새 노동운동사를 쓸 수 있을지 아직은 미덥지 않다. 지도부, 반대파, 산하 조합원 사이에 시장원리, 자유기업주의, 경영권 및 사유재산권 보장 등에 대한 공감이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수구 좌파세력의 뿌리는 워낙 깊다. (…) 지금부터라도 민주노총이 소수의 노동귀족 중심이 아니라 다수의 현장 근로자 위주로, 조직 내부뿐 아니라 비정규직 등 조직 밖 근로자들의 고통을 분담하면서, 사용자의 이익도 중시하고, 나라경제 전체의 경쟁력 제고까지 생각하는 노동운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점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근로자 복지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2월 12일 [배인준 칼럼] 청와대의 ‘빨간 머리띠’

그런 와중에 ‘광우병 괴담’이 괴물처럼 커졌다. 일부 방송국을 비롯해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세력, 그리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타격을 줘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력이 합세했다. 거기엔 좌우가 혼재해 있다. 이 정권이 민심에 둔감한 인사, 파벌갈등을 고조시킨 공천 등으로 신뢰 하락과 리더십 약화를 자초한 것도 ‘광우병 괴담’ 동참 또는 방조세력을 키웠다.

2008년 5월 5일 [배인준 칼럼] 좌파 궐기, 우파 분열 속의 ‘광우병 괴담’

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실현’을 강령에 명시했고, 실제로 반정부 정치세력의 선두에 있다. 그 수하에 들어간 공무원은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된 공무원노조법 4조(노조와 그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위반자들이다. 이미 2006년 민노총에 가입한 노조원 4만8000여 명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작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행정업무 거부를 선언했고, 대통령 불신임 투표까지 시도했다. (…) 민노총 조직원으로 전락한 공무원들이 행사 중에 “애국할 나라가 아니라서 애국가를 못 부르겠다”며 국민의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 같은 민중가요로 ‘민중의례’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아니라 자신들이 열사라고 부르는 자들에 대한 묵념을 한다니, 대한민국 공무원이 이럴 수는 없다.

(…) 국민은 열두 달 중 꼬박 석 달을 세금 내기 위해 일한다. 그 세금으로 영위되는 조직이요, 먹고사는 사람들이 친북좌파의 전위대 같은 민노총에 돈을 대며 ‘산 자여 따르라’라고 외친단 말인가. 이런 공무원을 위해 세금을 낼 수는 없다. 정부는 단호해야 한다. 국민도 모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산다.

2009년 10월 8일 [배인준 칼럼] ‘민노총 공무원’ 국민이 버려야 한다

‘우리 진보진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퇴보적인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진보세력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 진보연대는 시위로 반정부 반미 친북 이슈를 만드는 전문가집단이다. 2008년 봄여름엔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과 함께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다. 최근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와 한미 FTA 저지 운동으로 바쁘다. 진보연대 참가단체로는 민주노동당, 련방제통일추진회의, 민족문제연구소 등 30여 개가 올라 있다. 민주노총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은 참관단체로 분류돼 있다. ‘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를 줄인 참여연대도 시위라면 진보연대와 난형난제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대위, 한미FTA체결반대범국민행동 등에 ‘참여’했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참여연대 건물은 광우병 시위의 지휘본부 같았다.

(…) 진보는 ‘도전과 변화’다. 우리 국민은 역동적인 도전과 변화를 통해 세계인들이 경탄하는 발전을 이뤄냈다. 국내외 시장의 개방과 개척을 통해 산업 선진국도 됐다. 이른바 진보세력은 이 같은 도전과 변화를 끊임없이 방해했고, 지금은 한미 FTA 비준·발효를 저지하고 있다. 이들의 반대에 굴복해 도전과 변화, 개발과 발전을 포기했었다면 우리는 북한과 별 차이 없는 거지나라에 살고 있을 것이다. 국내의 이른바 진보세력은 진보의 견장을 떼야 한다.

2011년 10월 19일 [배인준 칼럼] 진보의 견장을 떼라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인권법 하나 제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민노당이 입법을 한사코 반대하고, 한나라당은 무기력하다. 미국은 이미 7년 전인 2004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시한을 거듭 연장하면서 대북 인권운동단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입만 열면 인권을 외치는 이 땅의 이른바 진보 민주화세력은 이제 가면을 벗을 때가 됐다. 당신들은 더 이상 민주화세력도, 진보세력도 아니다. 세상에 어떤 진보가 상시적으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동족을 수십, 수백 km 옆에 두고도 이들을 탄압하는 세계 최악의 독재정권만 두둔한단 말인가.

2011년 3월 2일 [배인준 칼럼] 북한 민주화 방해하는 남한 민주화세력

산업화 초기 단계에 민주주의에 의거해 경제를 도약시킨 사례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의 후발산업화 국가들뿐 아니라 사회주의적 방식의 산업화를 추진한 구소련이나 동구권 국가들, 그리고 최근의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에 이르기까지 산업화의 초기 단계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병행시킨 나라는 없었다. 이 점에서 박정희 정권하에서 일어난 권위주의적 경제발전은 영국을 ‘선구적 예’로 하는 일반적 경험에서 보아 크게 일탈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존하지도 않았던 영국 모델을 근거로 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론’을 가지고 박정희 시대를 비판하는 일도 이제는 그쳐야 한다. (…) 역사의 잔가지가 아닌 숲을 보자. 외눈이 아니라 두 눈으로 역사를 보자.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뤄놓은 역사 앞에 좀더 겸손하자. 선거 때마다 대한민국 역사를 흠집 내 국민 자존심을 긁는 일은 이제 그만하라.

2012년 9월 18일 [배인준 칼럼] ‘미꾸라지 진짜 용 된 나라’

임기 초반에 이 대통령의 기를 꺾은 광우병 시위 사태부터 지극히 이념적이었다. 주도세력의 동력은 ‘반보수정권·반미·친북’이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유독 집요하게 반대하는 세력의 상당수도 이런 수구좌파 이념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하면 ‘색깔론’이라고 반격하는 것이 이들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결정한 국책사업인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반년째 중단시키고 있는 중심세력도 종북좌파다. 지난 토요일 서울광장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고발하는 영화 ‘김정일리아’를 상영한 대학생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행사를 방해한 것은 민주노총 시위대였다. (…) 대한민국 지도자는 탈이념을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하니까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식마저 약화돼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념과 담론의 힘을 성찰해야 한다. 실용만으로 이념과 담론을 대체할 수는 없다.

2011년 8월 23일 [배인준 칼럼] 이 대통령의 脫이념은 빗나갔다

꽃 소식보다 반가운 책 두 권이 나왔다. 차하순 이인호 등 16인이 쓰고 세종연구원이 낸 ‘한국현대사’와 이영훈이 쓰고 경기도가 낸 ‘새로운 대한민국사’이다. (…)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그리고 이영훈 교수는 ‘한국현대사’와 ‘새로운 대한민국사’에서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탄생을 ‘남북 분단의 원죄’로 몰아붙이는 주장이 얼마나 억지인지를 사실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잘 기술하고 있다.

(…) 건국과 산업화, 이승만과 박정희와 경제 영웅들의 공과, 미국과 소련 중국이 한국 해방후사에 미친 긍정적 부정적 영향 등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대한민국사의 보강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바른 대한민국사가 교실과 막사에서 읽혀야 한다. 내년부터 고교에 배포될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그래서이다. 역사 교육이 병들면 나라가 병들고 국민이 위태롭다.

2013년 3월 20일 [배인준 칼럼] 대한민국史에도 봄은 오는가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론이 난무하지만 숙맥 같은 사람들이 개혁을 주도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숙맥은 본래 숙(콩)과 맥(보리)을 분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를 말한다. 야당과 좌파 운동권은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을 ‘팔다리 자르고 심장 꺼내듯이’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내정보 조직과 대외정보 조직의 분리’ 같은 방안은 안보정보 경제정보 등의 국내외 연계 특성을 도외시해 국가정보력을 현저하게 약화시킬 개악 중의 개악이다. 분단·대치라는 특수상황에 처해있지도 않은 일본의 정보전문가들조차 한국의 국정원 체제가 매우 효율적이라며 부러워한다.

(…) 지금은 오히려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안전법 등을 제정·개정해 안보 수사 및 공작 능력을 키울 때이다. 북한의 사이버테러는 알카에다의 미국에 대한 직접공격 이상으로 한국에는 치명적 위협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북 심리전은 더 고도화해서 북한의 민주화와 정치적 체제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 국정원이 무력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할지, 국민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국정원과 공존할 수 없는 북한과 종북세력이다.

2013년 10월 1일 [배인준 칼럼] 국정원의 길

“오빠는 간첩”이라고 여동생이 한 말이 위장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34세)에 대한 간첩혐의 수사의 실마리였다. 그 말이 진실일까 위증일까. 국정원은 함정에 빠졌던가. 화교라는 ‘그 오빠’의 이름은 북한에서는 류가강, 2004년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는 유광일, 그 뒤 2010년 유우성으로 바뀌었다(생년월일도 2차례 변경). (…) 그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작년 8월 22일 1심 판사는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간첩혐의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국정원은 유우성을 “신분위조 전문가”라고 했지만, 오히려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유우성 정도는 할 수 있는 나라’임을 드러냈다.

2014년 3월 18일 [배인준 칼럼] ‘내 곁의 스파이’

“숱한 불가능에 도전한 박정희야말로 진보”…“박근혜, 빛났다”

배인준 신임 감사는 칼럼에서 꽤 자주 박정희 대통령을 언급했다. 언급될 때마다 평은 늘 후했다. ‘세계 최빈국을 부강한 나라로 바꾸려 했다. 이를 위해 숱한 불가능에 도전했다. 그야말로 진보’라거나 ‘1948년 우리 국민이 우리 땅에 우리 정부를 갖게 된 명실상부한 건국 이래 박정희만큼 경제적 번영의 씨앗을 많이 뿌린 지도자는 없었다’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경선에서 낙마한 박근혜 후보에게는 인상적인 헌사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박 씨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석패하긴 했어도 ‘한국 정치의 자산’임을 공인받았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원칙적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더욱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한나라당의 이번 경선 실험은 박 씨와 관련해 중대한 정치사적 의미를 창출했다. 바로 ‘여성 대통령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라고 호평했다. 제목은 그 정점을 찍었다. <박근혜, 빛났다>. 또한 배인준 감사는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만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였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언론관과, 지금의 언론현실을 비교해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덧붙였다.

2. 박정희 / 박근혜 대통령 언급

박근혜 씨는 “경제전문가들이 훌륭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는 경제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맞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을 가난에서 해방시키려는 자신의 집념과 서강학파의 전문성을 행동으로 결합해 한강의 기적을 주도했다.

2007년 1월 29일 [배인준 칼럼] 대선 풍향, 경제가 가를까

그는 웃었다. 평정을 잃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깨끗하게 인정한 패배의 변도 흐트러짐이 없고 명료했다. 박근혜 씨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는 이달 들어 승기를 잡는 듯도 했으나 작년 10월 이후의 열세를 끝내 뒤집지 못했다. 하지만 결코 무의미한 도전은 아니었다. 본인에게나 국민에게나 희망을 남겼다. 지금 이 나라는 국가지도자 인재 풀이 빈약하다.

(…) 이런 풍경 속에서 박 씨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석패하긴 했어도 ‘한국 정치의 자산’임을 공인받았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원칙적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더욱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한나라당의 이번 경선 실험은 박 씨와 관련해 중대한 정치사적 의미를 창출했다. 바로 ‘여성 대통령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명박 후보와의 박빙 승부를 통해 여성 대통령에 대한 ‘실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국민 의식과 정치문화를 일거에 업그레이드한 에너지가 그에게서 나왔다. 박근혜와 같은 정치적 자산이 존재함으로 해서 정치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그것이 정치의 안정을 낳으며, 정치 안정이 국가 발전의 안전판이 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이만한 정치적 자산을 확인하게 됐다는 것은 국민에게 행운이기도 하다.

(…) 우리 정치사에서 일찍이 박 씨만큼 ‘졌지만 확실한 대주주’는 없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당과 지지자들이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엇인지를 성찰해 보면 답이 가까이 있을 법하다. 이번 경선까지의 정치 10년을 돌아보면서 ‘박근혜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눈을 뜬다면 더 좋을 것이다. (…) ‘보수의 보수’를 바라는 많은 국민이 그를 기억하고, 그를 부를 날이 있지 않을까. 박 씨는 1952년생이다. 이명박 씨보다 열한 살이 젊다.

2007년 8월 20일 [배인준 칼럼] 박근혜, 빛났다

박 대통령은 하루 두 끼 먹던 국민이 세 끼 먹을 수 있도록 세계 최빈국을 부강한 나라로 바꾸려 했다. 이를 위해 숱한 불가능에 도전했다. 그야말로 진보다. 반면 박 대통령이 주도한 산업화 과정의 핵심 프로젝트에 사사건건 반대한 세력은 현상 유지에 안주하려 했다는 점에서 수구세력이었다. 그 세력에 줄서온 사람들이 지금 진보라고 자칭하면서 이명박식 개혁과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진보이고, 누가 수구인가.

2009년 12월 2일 [배인준 칼럼] 면면히 이어지는 반대의 추억

1948년 우리 국민이 우리 땅에 우리 정부를 갖게 된 명실상부한 건국 이래 박정희만큼 경제적 번영의 씨앗을 많이 뿌린 지도자는 없었다. (…) 박정희가 시대를 잘 만난 점은 있다. 만약 중국의 마오쩌둥이 박정희보다 먼저 개방경제 외자유치 수출진흥 전략을 폈거나, 마오쩌둥이 더 일찍 죽고 덩샤오핑이 개방 실용노선을 앞당겨 실현했더라면 박정희는 중국을 상대로 훨씬 버거운 경쟁을 했을 것이다. 또한 김일성이 남한보다 우위에 있던 북한의 광공업 기반을 활용하며 박정희 못지않은 개혁개방을 했더라면 남북한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다.

(…)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포항제철 설립도 강한 반대 속에서 관철했다. 그때는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당시의 반대를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정치적 포퓰리즘이었다. 박정희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할 시점에 감언이설 대신 국민의 땀을 요구했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반대론자들이 “부자가 기생 끼고 놀러나 다닐 길”이라고 했던 고속도로 건설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1년 7월 6일 [배인준 칼럼] 다음 대통령의 시대정신

2007년 6월 1일 박근혜 한나라당 17대 대통령 예비후보는 제주에서 전국 신문·방송 편집·보도국장 31명을 상대로 두 시간 동안 ‘대선주자 언론정책’을 밝혔다. 마침 나는 사회자로 박 후보 옆자리에 앉아 질의응답을 거들었다. 이날 박 후보는 언론문제 말고도 국정에 관한 소신을 밝혔는데, 떠올려보니 신기하게도 요즘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문하는 내용과 많이 겹친다. 그러니까 유식자들이 새삼 쓴소리를 안 해도 이미 박 당선인은 웬만한 국정원칙은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뜻이다. 당시의 박 후보 어록을 꺼내 몇 부분 소개해볼까 한다(문법을 떠나 발언 그대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21세기 개명 천지에 아직도 언론을 통제하고 언론의 숨을 죽이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한단 말입니까. 이것은 나라의 수치입니다. 저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 국민으로부터 정보를 가리려고 하는 발상이 잘못되었습니다.”

“저는 자유언론의 소중한 가치를 진정으로 고귀하게 여기는 국가지도자가 되겠습니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속에서 국민들이 올바른 주권을 행사하고,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 속에서 정부의 책임성을 높여가겠습니다. 언론의 비판이 당장은 아프더라도 이를 경청할 때 더욱 좋은 정부가 되고 국가발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취재활동을 오히려 지원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2013년 2월 5일 [배인준 칼럼] ‘박근혜 예비후보’와 편집·보도국장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