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Minor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되는 사회모순을 고발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저항언론입니다”_비마이너

비마이너는 장애인 인권을 비롯한 소수자 인권 문제를 ‘당사자’ 중심의 현장보도로 독자들을 찾아가는 매체다. 최근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소두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공포심’에 방점이 찍힌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비마이너는 “자칫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딮짚는다(▷링크).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외신보도도 소개한다. 비마이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단 이 기사뿐만이 아니다. 비마이너는 소수자의 입장에서 대중매체로부터 소외된 이들에 주목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점점 결여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말하는 획일화가 만연해있다. 매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KBS와 MBC, SBS 그리고 종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매체는 물론, 경향신문, 한겨레 모두 ‘종합뉴스’를 지향한다. 그러다보니 논조만 달리할 뿐 보통 같은 이슈에 집중한다. 진보성향의 매체라고 하더라도 소외된 이들을 주목하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비마이너와 같은 매체는 전문성을 무기로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매체 중 하나다.

비마이너와 같은 매체가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매체들의 난립과 ‘어뷰징’ 등의 폐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리고 상시취재인력을 5인 미만으로 고용하고 있는 신문들을 1년 유예기간 이후 폐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제 9개월 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비마이너 또한 현재로서는 폐간 대상에 포함된다. 상시고용 인원이 5인 미만이기 때문이다. 비마이너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에 동참한 까닭이다.

<신문법 시행령>에 대한 비마이너의 입장은 간명하다. “주류매체들이 관심 갖지 않는 영역에서는 이 사회에 좋은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런 매체들을 ‘5인 미만’이라는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다는 것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하금철 편집장)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개정안이라는 얘기다. 지난 2일 <신문법 시행령> 개정으로 강제폐간을 앞두고 있는 비마이너를 찾았다. 비마이너의 존재의 이유, 독자들이 판단해보길 권한다.

“창간 6주년 비마이너…장애인, 당사자들의 권리를 위해 창간하다”

미디어스 권순택 기자(이하 미디어스) : 비마이너라는 매체에 대해 일단 설명부터 부탁한다. 처음 어떤 계기에서 창간하게 됐는지도.

하금철 편집장(이하 하금철) : 2009년부터 준비해서 2010년 1월 15일에 창간했다. 벌써 창간 6주년이다. 비마이너는 이름이 상징하듯 “소수자가 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에 주목하는 매체들이 몇 군데 있다. 그 속에서 비마이너는 소수적 권리를 추구하는 장애인 매체로서 진보적 시각에서 운동을 기반으로 장애인들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그런 매체로 보면 된다. 기자는 저를 포함해 4명이다.

최한별 기자(이하 최한별) :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기 위해 찾았던 게 비마이너였다. 장애 문제를 주되게 다루는 매체들이 2~3군데 더 있긴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비마이너는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어 냉큼 입사하게 됐다. 입사 6개월차다.(웃음) 깊이 있다고 느꼈던 대표적 기사로는 장애등급제 개편안을 꼽을 수 있다. 다른 매체들은 정부에서 발표한 그대로 받아 ‘성공적이다’, ‘잘했다’라고 썼다. 매체의 시각 없이 정부가 말한 대로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 당사자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비마이너는 개편안의 문제점을 당사자 입장에서 깊이 있게 다뤘다.

하금철 : 장애언론들 역시 당사자의 이익이나 권리옹호를 표방한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 같다.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많다. 그리고 장애언론도 그렇다. 그런 매체들이 당사자 권리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 권리보다는 장애인 단체 권리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빠지는 경우들이 있다. 장애단체의 요구사항이 장애 당사자들의 권리인양 이야기되기도 하고 그렇다. 비마이너는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법인단체나 후원 등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장애인 당사자에 더 집중하기 위해 창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받는 대로 짜인 장애계에서 언론도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 현장투쟁을 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배제돼 있다. 주류언론에서도 그렇지만 장애언론에서도 그런 문제의식 때문에 당사자를 위한 언론판을 만들기 위해 비마이너가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미디어스 :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텐데….

▲ 비마이너 하금철 편집장ⓒ미디어스

하금철 : 비마이너 후원자가 360명 정도 된다. 후원이 우리를 절반 이상 먹여 살린다. 광고를 받기도 하지만 큰 액수를 줄 수 있는 곳도 없고 장애인 단체들이나 사업광고여도 많이 달라고 못한다. 정부의 광고를 받기도 하는데, 사실 안줘서 문제다.(웃음)

미디어스 : 비마이너가 장애문제와 관련해 어떤 역할들을 해왔다고 생각하나. 비마이너 기사로 인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하금철 : 언론진흥재단 하고 있는 소수매체 지원사업을 신청하고 있다. 지원을 받아 여러 가지 기획들을 많이 했는데, 지난해에는 ‘정신장애’를 기획취재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장애계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은 이슈이다. 장애인 하면 흔히 신체장애인에서 최근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까지 뻗치고 있는데 정신장애는 여전히 섬의 영역이다. 이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에 대한 기획을 했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 운동을 하는 변호사 등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해외사례를 소개했다. 이러한 정신장애인에 관한 담론을 한국사회에 던진 것은 유의미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 나왔던 장애등급제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장애등급제는 해묵은 이슈로 볼 수 있다. 그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대응하는 작업들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장애인등급제 문제는 2010년 장애등급재심사가 강화되면서 활동보조 서비스 삭감이 일어나자 장애등급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2012년 광화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같아 보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쟁점들도 많다. 장애인 운동가들이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데, 그 같은 쟁점을 다루는 역할을 언론에서 해줘야 한다고 본다.

미디어스 : 정신장애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의미하나.

강혜민 기자(이하 강혜민) : 정신장애는 의학적으로 따지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사회학적 개념을 담아 ‘정신장애’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신장애’를 정신지체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얼마 전 마포구에서 정신장애인 한 분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경찰이 브리핑과정에서 ‘정신지체’로 표기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라고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모인 운동조직이 있는데, 그곳에서 이번 사건을 문제 삼자 경찰은 그제야 ‘아차’했던지 ‘정신장애인’이라고 정정했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통칭해 발달장애라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둘은 염연히 다르다. 돌아가신 분은 ‘조현병’이라는 정신분열이라고 하는 병을 앓고 계셨다. ‘조현’이라고 하는 것은 현악기의 현이 조율이 어긋났다는 의미로 순화해 명칭이 바뀐 것으로 보면 된다.

미디어스 : 주류언론들이 장애 관련 문제에 있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 것인데, 구체적으로 그런 사례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미디어들이 장애인을 노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하금철 : 기본적으로 많이 안 다루는 게 문제다. 가끔 포털에서 ‘장애인’하고 검색해 뉴스목록을 보면 어디 군수가 장애인단체나 복지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게 많다. 이렇듯 아직 주류언론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그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장애인들이 욕구가 무엇이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보장되어야하는지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추석과 설 등 명절에 잘 포장된 선물을 받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한겨레에 나온 기사를 보고 장애활동가들이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장애5등급인 분이 햇빛이 보고 싶다고 경찰에 전화를 해서 강서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임대아파트를 찾아 옷도 갈아입히고 햇볕을 쏘여줬다는 미담기사였다. 그 기사만 봐도 장애5등급의 경우,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 분 역시 그렇게 햇빛을 볼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던 분인데 그걸 단순히 경찰의 선행으로 묘사한 것은 문제다.

갈홍식 기자(이하 갈홍식) : 역으로 장애인을 비장애인들과 다르기 때문에 무섭고 혐오의 대상으로 그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상윤이 사건(발달장애인이 3층에서 2살 아기를 떨어뜨려 사망하게 한 것으로 알려진)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발달장애인이라는 특성이라던가 그 당시의 상황을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다수의 언론들은 발달장애인을 살인마로 몰아간 경향이 컸다. 그런 것들이 문제가 돼 비마이너에서 많이 다뤘던 것이 발달장애인 직업능력개발센터 ‘커리어월드’ 설립 문제이기도 하다. 기성언론들이 발달장애에 대한 공포를 그려 터진 사건이 바로 커리어월드 설립 논란으로 보면 된다. 또, 그것과 다르게 장애인들을 불쌍한 존재로 묘사하기도 한다. 장애인들이 학대당한다고 강조하는 경향들이 그것이다. 물론, 비마이너도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장애인을 과도하게 약한 대상으로 묘사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학대를 당하는 것 또한 장애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론을 통해 규정한다.

2015년 ‘정신장애’ 담론을 던지다…“지성·조인성 등 드라마 주인공들 현실과 동떨어져”

▲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미디어스

강혜민 : 드라마에서 하반신 마비를 다루는 방식도 웃기다. 한 막장드라마였는데,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가 된 여성이 화제가 나니까 뚜벅뚜벅 걸어가더라.(웃음) 하반신마비가 드라마에서 그렇게 그려지더라. 지난해에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앞서 설명했던 ‘정신장애’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MBC <킬미힐미>(주연 지성·황정음·박서준)와 SBS <하이드 지킬, 나>(주연 현빈·한지민)가 그랬다. 앞서 SBS <괜찮아, 사랑이야>(주연 조인성·공효진)도 마찬가지다. 정신장애를 드라마의 한 요소로 그렸는데, 그 내용을 보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거나 미치광이이거나 그런 식으로 다뤘다. 그런데, 그는 정신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유형중에서도 가장 낮은 소득계층에 자리 잡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물관리를 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도 하지만 과거 정신진환에 대한 진료 기록이 남아있고 회복되는 기간에는 경력이 단절되기도 한다. 기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호소하는 게 노동에 대한 부분이다. 그렇게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야하는데 그 뿐만이 아니다. 부양의무 등과도 얽히면서 수급자가 될 수 없으면 계속 빈곤의 상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드라마의 조인성과 같이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지성처럼 부르주아로 그려지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최한별 : 앞서 언급됐지만 하반신 마비는 여성적 코드와도 많이 연결이 되는 것 같다. tvN <오 나의 귀신님>(주연 박보영·조정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정석은 여동생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데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밀어준다. 왜? 그 드라마에서 여동생은 가녀리고 오빠와 남편의 보호를 받아야할 존재로 등장한다. 그 속에서 하반신 마비라고 하는 것은 그런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반면, 남성 하반신 마비를 그리는 것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남성의 경우, 하반신 마비는 극복해가는 과정을 극대화시키지 않나. JTBC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전직 야구 선수 최재호 역을 맡았던 김태훈이 그랬다.

강혜민 : 노희경 작가의 KBS <바람이 분다>(주연 조인성·송혜교)에서도 그랬다. 시각장애를 가진 송혜교를 통해 ‘장애를 가진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뇌병변 장애를 드라마에서 그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갈홍식 : KBS <추노>(주연 장혁·오지호·이다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서 악역으로 나왔던 황철웅 역(이종혁 분)의 아내가 뇌병변을 앓고 있는 것처럼 그려졌다. 그런데, 그 역의 이종혁의 성격이 까칠하게 된 이유가 아내인 것처럼 그려진 것으로 기억한다. 장애를 그렇게 드라마의 요소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또한 강혜민 기자가 이야기한 현실과 괴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한별 : MBC <내 마음이 들리니>(주연 김재원·황정음) 또한 그랬다. 거기에서는 청각장애를 가진 김재원이 자신의 장애를 매우 잘 극복한 사례로 등장한다. 비장애인이라고 깜빡 속을 만큼 말이다. 그 경우, 반대로 장애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청각장애는 훈련만 하면 다 되는 구나’하는. 거꾸로 그걸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게으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런 것도 위험하다. KBS <바람이 분다> 송혜교도 그렇고 김재원도 마찬가지로 ‘장애’만 아니면 모두 완벽한 것으로 등장하는데 그런 것들도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스 :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하금철 : 살아야 하니까.

미디어스 : 박근혜 정부는 <신문법 시행령>을 ‘저널리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유사언론행위나 어뷰징(abusing) 매체에 대해 규제하고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금철 : 5인 이상의 상시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 매출 1억 원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1억 원 이하인 인터넷신문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논리가 바로 <신문법 시행령> 개정이다. 경제적 논리로 무 자르듯해서 영세사업장을 퇴출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너희 같은 구멍가게는 문 닫는 게 언론시장은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어뷰징? 우린 해본 적도 없다. 정부에서는 보통 정책적으로 영세 사업장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해주지 않나. 몇 인 이하 기업에 대해 지원을 해준다거나 중소기업이 먹고 살아 갈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런데, 유독 언론은 다른 잣대로 이야기한다. 작고 건강한 매체들을 육성하는 정책을 쓰지 못할망정, 다른 정책들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갈홍식 : 사실 좀 웃겼다. 4인은 안되고 5인은 되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만일, 정부가 ‘기자가 많을수록 다양한 사안을 다룰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그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작은 매체에 대한 취재지원 등 다른 방식의 지원을 고민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신문법 시행령>은 그것과도 상관이 없어 보인다.

미디어스 박장준 기자(이하 박장준) : 박근혜 정부는 그러면서 ‘1인미디어’는 또 육성하겠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2016년 업무보고에 그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는 상황이다.

갈홍식 : 그런데, 왜 5인인가?

강혜민 : 홀수로 가는 것 아닌가. 3인이었다가 5인이었으니까, 다음에는 7인으로 가려나.(웃음)

미디어스 : 그런 얘기도 있다. 어차피 마지노선이 오는 11월인데 ‘어차피 4인 미만 인터넷신문사들을 일률적으로 폐간 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유예하지 않겠나’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금철 : 그런데, 그게 등록을 취소하는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니라 지자체다. 서울시. 문체부가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지역언론 중에는 ‘재등록 절차를 밟으라’는 공문이 날아왔다고도 하더라. 하지만 서울시는 하직 그렇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서울시가 정부가 하는 전횡을 놓고 문체부와 싸워주면 고마운데 그걸 기대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작은 매체들의 목소리를 틀어막으려는 정부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강혜민 : 실효성도 의문이다. 기사를 보면, 정부의 기준대로 한다면 인터넷 매체의 70~80%가 폐간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반대로 <신문법 시행령>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다. 헌법소원을 낸 매체들 또한 그에 비하면 많은 수는 아니다. 강제폐간을 피하는 편법이 있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하금철 : 편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편법’이다. 그 이전에 합법적으로 운영하던 인터넷신문사들이 편법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만일, 정부가 많은 인터넷신문들의 목소리를 편법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이라면 어떤가. 이런 식으로 밀리기 시작하면 더 이상 공공영역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들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편법으로 유지되는 것 자체가 물러서지 말아야할 영역이다.

▲ 비마이너 갈홍식 기자ⓒ미디어스

갈홍식 : 편법으로 유지되는 순간 또 다시 감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실질 고용하고 있느냐’라는 기준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같은 편법은 해당 매체의 약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정부가 칼을 쥐고 흔들 수 있다.

박장준 : <신문법 시행령>은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재도 40%는 운영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그 같은 매체들이 재등록을 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유령매체 40%는 없앴다’라는 포장을 해서 보도자료를 낼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 언론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자랑하지 않겠나. 정부 및 지자체 출입기자단에서 ‘5인 미만 매체’를 쫓아낼 수도 있다.

미디어스 :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 어떻게 예측하나? 당연히 <신문법 시행령>은 위헌이라고 나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인 만큼 헌재가 정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들었다.

최한별 : 그러니까 여론을 모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신문법 시행령> 사안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우리끼리만 뜨거운 감자인 듯 보인다. 주류언론에서는 관계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잘 안 다뤄진다. 매체 영향력이 작은 매체에서만 떠들다보니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대중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부분이기도 한다. 정부가 영리하게 판단했다고 해야 할까.

박장준 : 특히, 지역에 가면 퇴직자들이 매체를 만들어 지자체 영업도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꼴사나워하는 지역언론들도 많다. 그 분들 입장에서 보면 그런 매체들이 없어지면 자기 몫이 늘어나니까.

하금철 : 한 지역 공무원들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고 나서 축하회식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무래도 귀찮게 하는 언론사들이 퇴출될 수 있으니.

미디어스 : <신문법 시행령>을 보면, 4대보험 가입을 명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사실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들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을 텐데….

하금철 : 전제가 잘못된 것 같다. 3인이라고 하더라도 4대보험을 줄 수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5인’이라는 기준은 여전히 해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주듯 4대보험 또한 매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보조를 해줄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박장준 : <신문법 시행령> 개정 내용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것 같다. 이를테면, 3명이라는 기준이 있었지만 명부만 제출하면 누구나 언론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불가능해졌다. 언론으로 등록돼 정부 출입도 해보고 언론사도 만들어보고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것인데, 지금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것이니까, 도대체 1인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기에 이런 정책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신문법 시행령…다양한 언론형태와 콘텐츠 확장을 막는 벽으로 작용할 것”

하금철 : 이를테면, 언론이라는 것이 ‘상시고용의 형태’를 갖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다. 정부가 신문사를 차리고 정부기관들을 출입하는 등의 정형화된 형태의 사업장만 언론사로 규정한 것 자체가 문제다. 장애인이라고 한다면, 당사자가 직접 기자가 돼 언론사를 꾸리고 나름의 방식대로 언론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단순 언론사 ‘기고’가 아니라 말이다. 그렇다면 언론사 또한 다양한 형태와 구성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작업들이 발전해 (정부가 규정하는)언론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신문법 시행령>은 다양한 매체의 형태나 콘텐츠 확장을 막는 커다란 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스 : 작은 매체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 나와야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어떤 형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강혜민 : 어려운 문제다. 국가에서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 것 자체가 꿈과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고 했을 때 그것이 하나의 제약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광고를 받아야 하니, 정부가 뿌린 보도자료를 한 달에 몇 개씩 의무적으로 써준다거나 하는 등. 그거 쓴다고 몇 분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하금철 : 직접지원을 해준다면 언론사들 입장에서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이다. 그것 말고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조중동과 맞짱을 떴지만 졌다. 그런 곳에 힘을 쓸게 아니라, 신진 매체들이 커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노력을 쏟으면 어떨까 싶다. 새롭게 언론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던가, 센터를 통해 네트워킹을 구성해준다거나, 탐사취재를 할 수 있도록 외곽에서 지원해주는 방식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를 통해 언론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풀뿌리 언론들이 더 자질과 영향력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방식 말이다. 맨땅에 헤딩하지 않고 선배 기자들이 가진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공공재 형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최한별 : 정부의 언론사에 대한 직접 지원은 위험해 보인다. 지원받다가 예산이 빠지게 되면 어떻게 하 것인가. 그렇다면 더 잘리지 않으려면 눈치도 보고 입맛에 맞는 방식의 기사를 쓰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이야말로 언론의 기본적인 감시 기능을 훼손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박장준 : 얼핏 보기에 저상버스도 많이 생긴 것 같지만 실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해당 버스를 타는 모습을 본적은 또 없는 것 같다. 장애인 정책의 단면을 보는 것과 다르게 그를 파고드는 게 비마이너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아 보이는데 어떤가. 취재 아이템을 찾는 방법도 다른 곳과는 다를 것 같기도 하다.

하금철 : 사실 정부부처 등에 출입하면 기사거리를 찾는 게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부러운 감정이 든 적도 있다. 장애인 관련 이슈가 뻥뻥 터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주류 언론의 보도를 받아쓰기도 애매하고 그 속에서 기사를 만들어 내야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정보도 많이 부족하고 그렇다. 마포에서 장애인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경찰서에 출입하는 게 아니다보니 취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나온 기사들을 훑어보고 ‘이거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서에 전화를 했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진짜 매체인지도 모르겠고 하니 정보가 차단됐다. …(중략)…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 또 장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른 일간지들은 관공서에 출입하며 그 틀에서 정보를 접하다보니 오히려 그와 다른 사고를 하기 힘들 때가 있는 것 같다. 정부에 내놓은 정보 이외에 다른 채널을 많이 확보한다면 더 풍부한 기사를 쓸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안착화되면 출입처보다도 더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자뻑하고 있다.

강혜민 : 하금철 편집장의 생각과 동일하다. 모든 언론사들이 같은 관공서에 출입하는 게 적절한가.

하금철 : 만일, 비마이너가 어딘가를 출입한다면 그곳은 복지부라기보다는 동사무소 혹은 복지관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강혜민 : 정신장애를 아이템으로 정하고 취재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다. 그동안 정신장애를 ‘장애’라는 영역에서 다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재해본 적도 없고 당사자들과도 라뽀(Rapport, 유대감) 형성도 잘 안 돼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접하고 나니 다룰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했다.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뉴스와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어떻게 이미지화하고 있는지 등이 그것이다. ‘미친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넣어 버리는 것에 대한 문제 그리고 국회의원들 또한 정신장애인들의 삶보다는 ‘범죄율’ 통계를 내는 데 바빴다. 소위 진보진영이라는 곳에서도 정신장애와 관련된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돌았다’라는 식의 보도자료를 쓴다거나 하는 표현들이 그렇다. 그 전에는 문제로 보이지 않았는데 정신장애 취재하면서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다.

갈홍식 : 출입처가 없는 대신 다른 곳에서 소스를 받으니까 비마이너가 단독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다른 언론들이 안 다루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족이지만, 저상버스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런 고민도 필요하다. ‘저상버스를 장애인들은 왜 이용하지 않을까’. 지하철처럼 감면할인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지선과 간선 중 지선에는 저상버스가 별로 없다거나, 마을버스는 저상이 없기도 하지 않나. 광역버스를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다. 그러다보니 저상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하는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다. 그 밖에도 저상버스의 경우,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이 잦다. 안전장치를 걸어야 하는데 고장이 나서 묶이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장애인들이 저상버스 대신에 지하철을 선호하게 된다.

“한국의 복지제도, 가족을 해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 비마이너 최한별 기자ⓒ미디어스

최한별 : 언론은 무조건 빨리 써야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비마이너에 들어와 바뀌었다. SBS에서 김율만 씨의 사연을 다룬 적이 있다(▷링크). 더 이상 손댈 수 없게 보도를 잘했다. 그래도 여동생 인터뷰라도 따볼까해서 찾가가봤는데,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단순히 ‘활동보조인 제도’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사람을 고립되게 만들고 가족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규정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활동보조인 제도 역시 가족이 있다고 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반토막으로 줄어든다. 기초생활수급 또한 혼자라면 얼마를 받는데 둘이 되면 더 적게 받는다. 그러다보니 가족을 가족이 되지 못하게 떨어 뜨려 놓는 구조가 됐다. 그걸 가지고 칼럼을 썼다. 주류 언론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칼럼을 보고 자기네 구조에서는 이런 글을 못 썼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 그 또한 소규모 언론사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 으쓱했다.(▷관련기사 : 부양의무의 역설, 국가는 어떻게 가정을 해체하는가?)

미디어스 :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텐데, 후원자로만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강혜민 : 비마이너 후원자들이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많다. 당사자 언론이라는 점에서 감사하고 힘이 되고, 찡하기도 하지만 자생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하고 싶은 활동하면서 목소리를 잘 낼 수 있으려면 재정적 기반 또한 중요하지 않나.…(중략)…그렇다고 하더라도 후원자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 매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기사를 읽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러다보면 기자로서 책임감도 생기고 ‘더 좋은 기사를 써야지’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4년차인데, 능력의 한계가 온다. 훈련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기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며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하금철 : 비마이너가 내용적인 건강함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경제적으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기자들이 일생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공적 시스템이 잘 갖춰졌으면 좋겠다. 그 같은 역할을 정부와 공적 영역이 해줘야 할 텐데 반대로 가고 있으니 걱정이다. 일단, <신문법 시행령>을 막는 것을 시작으로 고민을 확장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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