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의 특별조사팀이 아리랑TV에 가서 하는 일은, 방석호 사장에 대해 ‘당신 이 돈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썼느냐’ 이걸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실무 직원들을 붙들어 놓고 ‘당신이 이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당신이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라고 하고, 좌우에 팀장들 다 앉혀 놓고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한다. 이게 2016년에 (비리에 대해) 특별조사하겠다는 문체부가 벌이는 일들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방석호 비리를 조사하라고 했더니 아무 힘없고 (간부들)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말단 실무 직원한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것” _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

운용 기금이 바닥나고 있는 아리랑TV의 최고 책임자가 ‘호화 출장’을 즐겼다는 보도가 경향신문과 뉴스타파를 통해 전해졌다. 아리랑TV는 방석호 사장의 호화 출장 논란에 대해 “출장비 정산과정에서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점은 ‘실무진의 실수’”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으나, 여론을 반전시킬 수는 없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을 운영하면서 공금을 물 쓰듯 쓴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방석호 사장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난국’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그는 보도 하루 만에 ‘초고속 사표’를 냈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바로 사표를 수리했으며 2일 오전에는 이임식까지 착착 진행됐다. 방석호 사장은 발 빠르게 ‘사의 표명’을 한 덕에 ‘파면’과 ‘해임’을 면했고, 1400여만원의 퇴직금까지 받게 됐다. ‘1년 이상 근속한 것을 기준으로 하는 퇴직금 지급 규정’에 따라서다. 여기에 방석호 사장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문체부 감사관은 방석호 사장이 아니라, 영수증 처리 등 실무를 맡은 실무 직원들만 압박하는 상황이다.

▲ 3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1개 언론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에 대한 ‘특별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미디어스

3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1개 언론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 김훈 지부장은 “어제 저녁까지 전달받은 내용을 보면, (방석호 사장 비리에 대해) 문화부 감사만으로는 부족해 금융감독원, 국세청 감사단까지 투입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조사는 정확하게 이루어져서 (진상이) 명백히 밝혀질 수 있겠구나 하고 헛된 기대를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훈 지부장은 “지금 사옥에는 여러 명의 감사관들이 들어와 있는데, 저희 조합원들이 어제부터 감사관들에게 계속 불려가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그 사람을 솎아내고 정상적인 조직을 만들어 깨끗하게 운영하겠다는 기관이 질타를 받아야 하나, 아니면 잘못한 사람이 질타를 받아야 하나”라며 “방석호 사장이 1년 동안 다녔던 출장에 관계된 모든 직원들이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감사관들은) 사장이 영수증을 제출할 때 누구와 사용했다고 말하지 않을 경우,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물어서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기업 중 말단 공무원이 사장에게 가서 누구를 만났느냐고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원래라면 다녀온 당사자가 직접 정산하는 게 맞다. 대부분 공기관 사장들은 자기 (출장비를) 정산 안 하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말단 직원들이 처리한다. (감사관들은 이런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며 “문제는 방석호 사장의 비리지 아리랑 직원들이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역시 “방석호 비리를 조사하라고 했더니 아무 힘없고 지시에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말단 실무직원한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이미 어제 오늘 사이에 많은 보도에서 문체부 특별조사가 이렇게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암시가 나왔다. 문체부 김종덕 장관과 방석호 사장은 아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친구끼리 비리를 덮어주고 힘없는 직원들에게 떠넘겨서 꼬리 자르려고 하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감사원 앞에 선 이유는, 이 모든 문제를 감사원이 명확하고 공정하게,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방석호 사장의 비리를) 치우침 없이 밝혀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박세진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지부장은 “김종덕 장관은 방석호 사장이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을 추진하면서 자기 스스로 무척 친하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다. (문체부에게 아리랑TV 비리 조사를 맡긴 것은) 친구에게 자기 친구 허물을 발본색원하라고 맡긴 건데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제발 감사원에서 철저히 나서서 방석호 사장을 꼭 심판대 앞에 세워 법률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 아리랑국제방송 방석호 사장의 횡령 및 배임과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요청서 ⓒ미디어스

‘청와대 개입설’ KBS 고대영 사장에는 ‘국민감사’ 청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청와대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던 KBS 고대영 사장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도 이루어졌다. 지난해 11월,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청와대가 고대영 사장 임명을 위해 KBS이사회와 공모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을 포함한 KBS 이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해 고대영 사장으로 낙점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KBS 사장 선임과 임명제청 권한이 있는 KBS이사회의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방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한 위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한 채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전국 각지에서 국민감사 청구서를 받았고, 총 2317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매체비평 우리스스로의 노영란 사무국장은 “프로그램마다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면서도 (KBS는) 정작 국민이 알고 싶은 보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책임자를 내려 보내지 않고 청와대에서 (고대영 사장을) 낙하산으로 보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며 “공영방송 KBS 사장은 당연히 공정하게, 독립적으로 선임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개입설이 나오고 실질 증거가 나왔는데도 다들 가만히 있다. 또한 ‘제가 너무 공정하고 공공적이어서 노조와 시민단체가 싫어한다’고 했던 고대영 사장 청문회 과정에 대해서도 강력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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