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언론판 ‘내부자들’ 사태로 불리는 MBC 녹취록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손해를 예상하고도 소송을 남발한 것이 드러난 만큼 MBC 경영진에게 배임죄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야당 3당(정의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주최로 <MBC 녹취록 파문, 문제점과 해결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녹취록 파문 사태로 드러난 공영방송 MBC의 실체와 해결 방안>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MBC 녹취록을 통해 △불법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프로그램 제작자율성 침해 △보수 인터넷 매체와의 부당거래 △진보언론 탄압 행위가 일어났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는 “백종문 본부장이 (녹취록에서) 직접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는 증거가 없는데 해고했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며 “따라서 공영방송 MBC를독할 의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노동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해 부당행위 당사자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법조계에서는 백종문 MBC 본부장의 ‘증거 없는 해고’ 발언이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무상 배임 행위’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형법 356조 2항)”고 설명했다.

▲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야당 3당(정의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주최로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김보라미 변호사는 “회사를 운영할 때 (회사에) 재량이 있다고 하면, 재량에 대해서는 배임의 성립 여부를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회사에 리스크 발생할 것이 현저하고 예상이 가능할 때는 배임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라며 “이 사건에서도 MBC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해고하면) 소송이 올 테고 변호사 비용을 발급하고 임금 미지급에 발생하는 이자까지 예견하고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로 해고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가 발생했을 때의 사유와 유사해 배임죄 적용도 고려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을 고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MBC 녹취록에서 일어난 프로그램 제작자율성 침해 역시 방송법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방송 편성의 자유에 대해 외부로부터의 침해에 대해서만 (방통위가 감독)하기 때문에 방통위는 관여할 부분이 없다고 하지만 법률에는 ‘누구든지’라고 되어 있다. 내부, 외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방송법 위법 사례가 많이 쌓여있지 않기에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으나 방송사업에 종사하는 사업자 안에 있는 내부 구성원들은 일반적인 노동자와 달리 공공의 측면에서 좀 더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MBC 녹취록에 ‘증거 없는 해고’를 당한 당사자로 나오는 최승호 해직 PD(뉴스타파 앵커)는 “6명의 해고자들이 해고무효 판결 받은 상황에서 2명(최승호 PD, 박성제 기자)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니 그 2명조차도 청탁을 통해서 솎아내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라고 분노했다”며 “(파업으로 인한) 징계자가 수십명이었는데 결정 과정이 다 똑같았다. 뚜렷하게 징계할 만한 증거가 있는 게 아니라, ‘누가 괘씸한 놈들이냐, 누가 우리에게 더 많이 반대했고 비판을 했나, 누가 앞으로 우리의 기조에 반해서 (방송을) 만들 것인가를 기준으로 징계하고 교육발령 냈던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호 PD는 “이 사람들의 관심이나 생각의 모든 기준은 굉장히 정치적이다. 자기네 세력이 권력을 오래 잡도록 하는 데 (방송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어떤 사람들이라도 가차 없이… 법이나 그런 건 아무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수적 우위로 이 사람들이 버티면,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MBC 구성원들도 심기일전해서 최소한 법적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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