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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방 위기’ KBS ‘훈장’, 제작 재개… 편성은 ‘아직’8개월 지지부진… JTBC서 같은 소재 먼저 방송, KBS 비판 기사 언중위 가기도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1.28 14:38

약 8개월 간 방송 날짜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KBS 대기획 <훈장> 2부작, 과연 방송될 수 있을까. KBS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송 내용에 대한 탐사제작부 데스크와 제작진 간 이견으로 잠시 ‘멈춤’ 상태였던 <훈장>은 지난주부터 제작을 재개해 1부 <간첩과 훈장> 최종편집 진행 중이다.

<훈장>은 메르스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지나간 이후에도 시사제작국장, 탐사제작부장 등이 원고 내용을 문제 삼아 방송이 기약 없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KBS는 “방송은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제작 재개를 통해 제작된 분량에 대한 데스킹과 내부 심의까지 거쳐서 방송을 내는 쪽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이야기다. 아직 편성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약간의 진척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당초 예정됐던 편성이 연달아 취소되고, 박정희 대통령이 기시 노부스케 총리에게 보낸 편지 등 데스크의 지시로 일부 장면이 수정되며, 편성 확정도 없이 데스킹을 오랜 시간 거치면서 8개월을 보내는 동안, ‘보도’의 기회는 타사가 먼저 거머쥐게 됐다.

   
▲ 29일 방송되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JTBC가 ‘훈장’을 소재로 한 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29일 ‘대한민국 훈장의 민낯’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1948년부터 2015년까지의 훈장 수여 명단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된 68만 건에 이르는 훈장 수여 명단을 분석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BS 탐사보도팀이 국가 상대 소송을 통해 ‘정보공개’ 판결을 받은 만큼, 68만 건에 이르는 훈장 수여 명단 관련 자료가 모두에게 공개된 덕이다.

제작진은 “김근태 고문 치사사건,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울릉도 간첩단 조작사건 등 1970년대부터 80년대 중후반 사이에 벌어진 대표적 간첩조작·인권유린·공안조작에 관여한 공직자 590명 중 205명이 248건에 이르는 훈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훈장 수여 명단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계속되는 셀프훈장부터, 역대 장관 두 명 중 한 명이 훈장을 수여 받은 사실이 낱낱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이 주는 상이자 국가가 주는 최고의 영예인 ‘훈장’의 ‘숨겨진 민낯’을 밝힌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KBS, <훈장> 제작진 인터뷰한 한겨레에 정정보도 요구했으나 ‘조정 불성립’… 소송 갈 듯

KBS는 <훈장>에 대해서 유독 ‘민감한’ 모습을 보여 왔다. 우선, 백선엽, 박정희 관련 내용을 빼라거나 2부 <친일과 훈장> 내용 1/3을 들어내라거나 하는 사실상 검열에 가까운 데스킹이 계속됐다. 불방 의혹이 제기되자 <훈장> 제작을 맡았던 팀장과 기자 2명이 전보 조치됐다. 노조는 왜 방송이 계속 미뤄지는지 분명한 해명을 듣기 위해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촉구했으나 사측은 번번이 거부했다.

<훈장> 방송을 미루는 KBS를 비판하는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로 가기도 했다. KBS는 한겨레에 <방송날짜도 안 잡은 채 이것 빼라 저것 빼라 내부검열>(2015년 12월 21일)이라는 제목으로 나간 <훈장> 제작진 이병도 기자 인터뷰를 정정보도할 것을 요구했다. <훈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이 연기돼 온 점, 이해할 수 없는 데스킹의 반복을 지적하면서도, KBS는 공영방송이니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야 하고 <훈장>도 그 연장선상에서 빠른 시일 내에 방송되기를 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KBS <훈장> 제작진은 지난주부터 제작을 재개했으나 아직 방송 날짜는 잡히지 않은 상태다. (사진=KBS)

KBS는 데스킹이 끝나지 않았고 제작을 거의 완료했다는 것은 오보이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기됐다는 표현 자체가 허위사실이고, 전체 맥락을 보더라도 이병도 기자의 일방적 주장을 담아 심각한 편파 왜곡보도를 해 KBS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고 주장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데스킹은 현장 제작진과의 합의에 도달하는 것까지 포함하기에 데스킹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며, ‘석연치 않은 연기’라는 표현도 실무자들의 상황을 충실히 전달한 것이라 사실관계에 어긋나지 않고, 회사가 주장하는 ‘사측의 반론’이 이병도 기자의 입을 통해 상당 부분 전달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한겨레는 ‘반론’으로서 지면에 KBS의 입장을 추가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열린 언중위에서도 ‘정정보도’를 고수하는 KBS와 ‘반론 반영’만을 수용한 한겨레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조정은 ‘불성립’됐다. 언중위 중재부는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조정에 적합하지 않은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조정 절차를 끝내고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조정 불성립 시 조정 신청인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보도 내용에 대한 입장 차가 확연한 만큼, KBS-한겨레는 소송 절차까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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