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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에게 “실업을 두려워 말라”고요?‘가짜 고용-낮은 임금-쉬운 해고’ 노동개악 패키지 관철하려는 보수신문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25 14:58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을 바로 하라 했다. ‘노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내밀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여당을 향해 ‘받으라’ 압박하는 파견법 개악은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될 악법이다. 파견 허용 범위를 전문직뿐만 아니라 뿌리산업 등 제조업에까지 확대하고 55세 이상 중장년층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파견법 개정 내용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합법화하고, 회사가 노동조합과 협의하지 않고도 취업규칙을 고칠 수 있는 이른바 ‘양대 지침’은 어떤 말로도 포장할 수 없는 ‘개악’이다.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정부의 논리는 괴상하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때문에 청년들이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느니,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대기업이 정규직 고용을 확대할 것이라느니,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합법화해 기강을 잡아야 노동생산성이 올라간다느니 하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선의를 갖고 해석하더라도 ‘기업과 청년들을 위해 정규직과 중장년층이 양보해 달라’는 것인데, 진단도 해법도 틀렸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하는 대신 금융자산과 배당을 늘리는 게 문제인데, 정부는 책임을 오로지 정규직과 노동조합에 떠넘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독 놓지 않으려는 파견법 개정안, 2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하고 25일부터 시행한 양대 지침은 ‘가짜 고용-낮은 임금-쉬운 해고’로 요약할 수 있다. 뿌리산업 같은 제조업에까지 파견을 확대·허용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중장년층의 임금을 낮추고, 저성과자 해고를 합법화해 해고를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3종세트는 모두 노동조합을 배제하며 가능한 것들이다. 기업이 기왕 해온 불법행위를 덮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기업에 최고의 선물을 줬다.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자신이 추진하는 구조개혁을 위해 직접 거리에 나서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선동했다. 이후 노동부는 양대 지침 발표를 강행하며 대통령에 충성했다. 이후 국회는 선거구 획정 협상 테이블에 파견법을 올려놓고 ‘거래’를 시도했다. 양대지침이 25일자로 시행됐지만 파견법은 아직이다. 보수언론이 25일자 사설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투쟁 방침을 비난하며 국회(정확히는 야당)에 결단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25일자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유보하고 파견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을 고육책이라고 표현하며 “이제 공은 야당과 노동계로 넘어갔다. 야당은 목소리는 크지만 전체 노동자의 10% 선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들에 끌려 다니다 나라 전체를 망치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는 훈수를 뒀다. 조선일보는 “(파견법을 두고) 한쪽 반대 때문에 아무 것도 못 한 채 상황을 방치하면 힘들어지는 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국회가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민심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중앙일보 2016년 1월25일자 사설

보수신문의 이 같은 반응은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결과할 ‘양대 지침’ 그리고 정규직 노조를 무력화하는 ‘파견법’이 한 묶음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특히 중앙일보는 노골적으로 노동계에 희생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물론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에는 노동계의 일정한 희생이 전제돼 있다”면서도 “그래도 고용 절벽 앞에서 생사의 기로에 몰린 실업자들을 구하는 것보다 급한 과제는 없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노동계에 ‘실업을 두려워 말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중앙일보는 정부에 “노동개혁 법안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기업이 채용을 꺼리지 않고, 근로자는 실업·이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정한 노동환경 조성이 개혁의 알파요, 오메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근무시간 내내 카톡만 해도 해고하려면 5년이 걸린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MBC 임원이 고백한 것처럼 증거가 없더라도 해고부터 하는 것이 회사다. 강성노조가 있는 MBC가 이런데 노조 없는 90% 노동자가 자신을 해고한 회사와 5년 간 싸운다는 것은 상상도 아닌 망상에 가깝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KT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드러났듯, 그리고 수많은 기업의 희망퇴직 사례에서 목격할 수 있듯 회사가 추진하는 고강도 해고와 퇴직은 ‘학대’를 동반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이 학대를 못 이겨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9년 정리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들이 노사합의에 이르기까지 6년이 넘게 걸렸다. 거리에서 6년을 싸워 복직한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회사가 직원을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동차기업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제는 수일~수개월 단위로 계약을 쪼개 활용한다. 기아자동차 하청노동자들은 200일 넘게 서울 한복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고,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새누리당사에서 백일 넘게 단식농성 중이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고 전화기조차 없는 책상에 홀로 앉아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보수신문이 말하는 ‘귀족노동자’의 삶이다. 그리고 ‘해고자’가 겪어야 할 삶이다. 이것을 두고 정부와 보수언론은 ‘기득권’이라고 부르고 ‘적폐’라고 비난한다. 지금 정부와 자본, 그리고 보수언론은 우리 중 누군가를 저성과자와 잠재적 해고대상자로 만들고, 중장년층을 저임금노동자로 활용하려 한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말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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