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한성)는 지난 14일, YTN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가 YTN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YTN이 복직 후 내린 징계는 무효하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YTN이 복직기자들에게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과 이를 해고 직후 시점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로 소급 적용한 점 모두 ‘무효’하다고 보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지부)는 MB 정부 원년이었던 지난 2008년, 대통령 특보를 맡았던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내정되자 보도전문채널에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물이 와서는 안 된다며 반대 투쟁에 나섰다. 그 해 10월, 권석재·우장균·정유신·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이유로 일시 해직됐고, 6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3명은 ‘해고 무효’, 나머지 3명은 ‘해고 유효’ 판결을 받았다.

2014년 11월,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를 인정받은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는 그 해 12월 1일 복직했으나, 약 한 달 만에 다시 정직 5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YTN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징계 양형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정직 5개월을 해고 직후 시점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로 ‘소급 적용’했다.

이때 기자들에게 적용된 징계 사유는 2008년 구본홍 사장 퇴진 투쟁 때와 같은 이유였다. 권석재 기자는 △급여결재 방해 (2008. 8. 22.) △인사위원회 개최 방해(2008. 8. 25.) △생방송뉴스 피켓시위(2008. 9. 16.), 우장균 기자는 △급여결재 방해(2008. 8. 22.), △인사명령 거부(2008. 9. 2.) △대표이사 출근저지(2008. 9. 8. 등), 정유신 기자는 △보고방해(2008. 8. 7.) △인사위원회 개최 방해(2008. 8. 25.) △대표이사 출근저지(2008. 9. 8. 등) △생방송뉴스 피켓시위(2008. 9. 16.)였다.

YTN은 ‘다른 직원들이 유사 징계사유로 2008년 10월 7일 정직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기에, 세 기자에 대한 정직 처분 징계양형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정직 처분은 징계사유가 발생한 2008년 8월~9월로부터 6년여가 지나 2014년 12월 29일에 이뤄졌고 그동안 원고들이 선행 해고처분으로 고통 받은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를 2008년 10월 7일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것과 그 징계의 정도가 같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정직 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정직 처분이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6년여가 지나 이루어진 데에는 선행 해고 처분의 징계양정을 잘못해 불필요하게 징계과정을 장기화한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며 YTN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해고 무효 판결을 받고 복직한 YTN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에게 내린 징계에 대해 YTN 측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직 처분이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6년여가 지나 이루어진 데에는 선행 해고 처분의 징계양정을 잘못해 불필요하게 징계과정을 장기화한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미디어스

재판부는 징계의 ‘소급 적용’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처분의 효력발생 시점은 그 징계처분을 소급해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처분일 이후를 효력발생 시점으로 할 수 있다”며 “피고는 2014년 12월 29일 정직 처분을 하면서 그 효력을 처분일 이전인 2008년 10월 7일에 발생하도록 했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위 처분은 위법하여 무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정직 처분은 특별한 근거 규정 없이 그 징계 처분의 효력을 소급했고 징계 양정에 있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으므로 무효이고, 피고가 위 처분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들로서는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결론 지었다.

다만 재판부는 “한번 징계한 사항에 대하여는 중복하여 징계할 수 없다”는 YTN 상벌규정 제26조에 따라 정직 5개월 처분은 ‘이중징계’이고, ‘정당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행 해고 처분이 무효로 확인돼 실효됐고 이 경우 원고들이 징계를 받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선행 해고 처분의 징계사유는 상벌규정 제26조에서 정한 ‘한 번 징계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징계 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원고들의 ‘징계대상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은 이미 선행 사건 확정 판결로 인정되었으므로 이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YTN지부 “사내 화합 열망에 찬물 끼얹은 배석규 전 사장, 책임 커”

YTN지부는 18일 낸 노보 특보에서 해고 사태를 장기화하고 재징계를 추진한 책임이 배석규 전 사장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YTN지부는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조합원에 대한 재징계를 추진하면서 YTN은 유형무형의 큰 손실을 입었다”며 “비록 6명의 완전한 복직은 아니었지만 절반의 복직으로 화합의 물꼬를 틀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3명마저 다시 징계함으로써 사내 화합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형 로펌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비용 지출까지 감수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YTN지부는 “누가 재징계를 주도했으며, 누가 여기에 동조했는가? 가장 큰 책임은 배석규 전 사장이다.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의 정점에 서 있다. 비단 이번 재징계뿐만 아니다. 해직문제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된 책임이 배 전 사장에게 있다. 당초 1심 판결로 해결돼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합의를 뒤엎고 사태를 장기화시킨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징계를 주도했던 김백 상무, 소송을 진행해 온 손재화 전 법무팀장 등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백 상무는 최고 경영진이자 선배로서 사내 화합을 이끌어야 함에도 앞장서서 노사 대립과 갈등을 조장해 온 점, 손재화 전 팀장은 회사의 재징계가 무리한 처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에 손해가 가지 않도록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하기보다 오히려 사측을 부추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정직 5개월 양형을 결정한 인사위원들에게는 “공정방송을 주장한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기자가 과연 6년의 고통으로도 부족해 정직 5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하는가? 그렇다면 당신들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선언한 법원의 이번 판결에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재징계를 주도했다면, 책임도 주도적으로 져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사내 보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사위원으로 참여해 거수기 역할을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단지 거수기였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양심과 후배들을 저버린 행위가 용서받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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