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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가 응답하라 1988의 기적을 낳았다”고요?중앙일보 논설실장의 엇나간 애사심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18 10:07

나가도 너무 나갔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공이 “종편·케이블 등 새로운 미디어들의 치열한 경쟁과 규제완화”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해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킨 미디어법 덕분이란다.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실장이 18일 <규제 완화가 낳은 ‘응답하라’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팔불출이라는 말도 아까운 주장이다.

칼럼의 한 대목을 보자. 그는 “6년 전 미디어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 손가락질 받았다. 야당은 100일간 투쟁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규제와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몰라보게 넓어졌다. 시청자들은 응팔을 보며 경쟁이 덜했던 옛날을 그리워할지 모르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종편·케이블 등 새로운 미디어들의 치열한 경쟁과 규제완화가 응팔의 기적을 낳은 것이다”라고 썼다.

과장도 비약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도대체 “응팔의 최종 시청률은 케이블 사상 최고인 19.6%”인 것이 미디어법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응답하라 1988>의 성공은 CJ E&M의 과감한 투자와 기획력 때문이다. 미디어법이나 종합편성채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CJ는 미디어법과 종합편성채널 때문에 피해를 본 방송사업자다. 정부의 압력으로 종편에 황금채널을 내줘야 했고, 종편이 의무전송채널임에도 연간 수십억원 이상의 콘텐츠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게 모두 2009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강행한 신문법, 방송법 개정의 핵심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이른바 ‘신방겸영’이 핵심이었다. 당시 대리투표, 재투표가 문제가 됐으나 헌법재판소는 “입법 절차상의 문제가 인정 되지만 법률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해괴한 결정을 내렸다. 이 결과,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보수 족벌언론이 방송에 진출했다. 족벌언론의 방송 진출은 기존 방송사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일부 종편은 광고를 뉴스로 소화하기도 한다.

물론 종편이 출범하면서 방송의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이 있다. 일부 종편은 출범 5년 만에 영업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광고매출이 증가하는 방송사는 실제로 종편뿐이다. 특히 중앙일보의 종편인 JTBC는 연간 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예능과 드라마 등 오락프로그램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앵커를 맡고 있는 <뉴스룸>은 지상파 뉴스와 연일 비교된다.

그러나 종편 도입의 가장 큰 효과는 편파와 막말의 정치토크쇼로 요약할 수 있는 종편식 저널리즘의 확산이다.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에도 종편식 저널리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대국민확성기방송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종편 패널 다수가 새누리당에 입당해 정치에 투신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종편 특유의 저널리즘은 지역에까지 발을 뻗치고 있다. 씨앤앰의 지역채널은 채널A 출신 박종진을 영입하고 <박종진 쇼>를 시작했다. 종편은 지금 ‘뉴스의 끝’을 향해 경쟁하고 있다.

언론은 미디어법의 후과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시장에서의 경쟁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왜 우리는 tvN 같이 못 하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중앙일보 논설실장은 <응답하라 1988>과 미디어법을 난데없이 연결지었다. ‘많은 사업자가 콘텐츠를 경쟁해야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경쟁적으로 막장 드라마로 편성하는 지상파를 비난하고 싶기도 했을 터이다. 그렇다고 아무 이야기나 갖다 붙이면 안 된다.

그게 아니라면 이철호 논설실장은 규제완화에 대한 올곧은 소신을 드러내기 위해 소재를 찾던 중 <응답하라 1988>을 갖다 붙인 것일 수도 있다. 그는 “돌아보면 지난 1년간 가구공룡 이케아를 이겨낸 국내 가구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가전(家電)시장 개방, 스크린 쿼터제 폐지 등도 그랬다. 우리의 DNA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 더욱 강해진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썼다.

그의 소신이 그러하다면, 종편 특혜부터 해소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또 정부가 ‘보도할 수 있는 방송채널’을 인허가하는 것도 반대해야 한다.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도 반대하고, 포털을 1인 미디어 등 모든 매체에 개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로 경쟁할 수 있지 않겠나. 아무리 잘 나가는 보수신문의 논설실장이라도 ‘방송과 뉴스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 더욱 강해진다’는 상식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중앙일보 2016년 1월18일자 30면에 실린 <이철호의 시시각각> 칼럼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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