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선거구 획정이 난항에 빠지면서 오는 4월 13일로 예정된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안철수 의원이 소속돼 있는 국민의당은 ‘국민 선택권과 참신한 정치 신인의 출마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조선일보는 ‘현재 경선 룰이 현역 의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 총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 여야가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12월 임시국회까지 소집했지만 끝내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자, 국민의당을 주축으로 4월 총선 연기론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문병호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구 획정이 안 돼 어디에 가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됐다”며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인데 선거의 기회가 대단히 불평등하게 가고 있다. 현역들은 상관이 없지만 신인들에게는 굉장히 불리하다”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은 “법적으로는 선거구가 없어져 있고, 도시는 좀 덜하지만 시골은 군 단위의 선거구 획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다”면서 “(총선 일정을) 한 달 정도는 미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주장대로 총선을 한 달 미루게 되면 입법부 공백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문병호 의원은 “(현행대로) 선거를 해서 현역 의원이 낙선하면, 법적으로는 국회의원이지만 사실상 국회의원이 아니다. 그래서 국회활동을 등한시하게 돼 공백상태가 길어진다”며 “(총선 연기가) 오히려 입법부 공백사태를 줄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이후 45일의 준비기간을 거치고 취임을 하게 되어 있다. 낙선한 국회의원의 경우 이 기간을 실권이 없는 상태로 보내야 한다. 즉, 문병호 의원의 주장은 이 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거를 연기하자는 것이다.

지난 10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 작업에 한창인 국민의당에서 이 같은 주장에 앞장서는 것에 대해 ‘총선 대비 시간이 부족해서 시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문병호 의원은 “원칙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총선 연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선거 실시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13일 낸 보도자료에서도 “총선이 불과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사상 초유의 무법적 선거구 실종 사태가 초래됐다”며 “정치 신인에게 보장된 120일의 짧은 선거운동기회조차 박탈하고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는 공직자들의 출마기회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만행에 가까운 행동을 부끄럼도 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공격했다. 이어, “국민의 선택권과 참신한 정치 신인의 출마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서 총선 연기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선거법상 선거 연기 상황… 경선 룰 현역에게 유리”

조선일보 또한 ‘총선 연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권대열 정치부장은 13일 <4월 총선의 연기> 칼럼에서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현재 상태는 선거법상 ‘선거 연기 상황’에 해당된다는 주장과 현재 경선 룰이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근거로 ‘총선 연기론’을 꺼냈다.

▲ 조선일보 13일자 칼럼

권대열 정치부장은 “주요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마무리짓기 전에는 의원들이 선거운동하러 못 가게 해야 한다”고 한 조순형 전 의원과 “(선거구가 없어진 위헌 상태로 일부 후보가) 총선 이후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위험이 있다”는 박찬종 전 의원의 주장을 들어 정치권 곳곳에서 총선 연기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권대열 정치부장은 “그동안 국회의원에 비해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이 제한적이었다. 현수막 하나 걸고, 가로 9㎝, 세로 5㎝로 제한된 명함을 돌릴 수 있는 게 사실상 전부였다. 반면 의원들은 ‘의정 보고’라는 형식으로 홍보물을 전 지역구에 뿌려 왔다. 자신들이 공천 준 시·군·구청장, 지방의원들과 그 조직까지 사실상 선거운동에 동원했다”며 “이러면서 공선한 경선으로 공천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들에게만 무한정 유리한 선거구 획정과 경선 방식은 찬성, 반대 이전에 반칙이다. 안 그래도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19대 의원들이다. 자신들을 뽑아준 선거구를 모조리 없애 놓고도 자기들에게 오히려 유리하니까 위헌 상태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이들”이라며 “이런 무법이 빨리 제대로 시정되지 않으면 이론이 실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전했다.

총선 연기론은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지적도

그러나 일각에서 나오는 ‘총선 연기’ 주장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외국 자본과 기업들이 보기에 중요한 선거가 대통령 선거와 총선인데, 어느 당이 다수가 될지를 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이) 연기되면 대외신인도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김용남 의원은 “선거구 획정이 무효가 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17대 총선 당시에도 한 달 남겨 놓고 선거구 획정이 됐다. 이번에만 아주 특이하게 늦어진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올해 1월 1일부터 법률적으로 선거구가 무효라고 결정이 나서 특수한 상황이지만, 지금 예비후보 등록도 다 받아주고 있고 선거운동도 하고 있어서 총선을 연기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제(13일)까지가 현역 의원들이 의정보고회나 의정보고서를 돌릴 수 있는 법정시한이었다”며 “정치 신인이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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