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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대 케이블, 장사꾼이라면 장사를 하라그들만의 실력행사에 시청자·가입자만 '호구'돼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13 17:06

“광고를 끊는다고 해도 MBC는 손해 보지 않을 것이다. 재송신 협상과 재판에서 지상파는 ‘케이블이 재송신을 해서 얻은 이익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케이블TV VOD 최정우 대표 이야기다. 13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긴급총회를 열고 지상파가 지난 1일자로 중단한 VOD서비스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오는 15일부터 MBC 프라임타임 방송광고를 송출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방송광고를 블랙아웃 해서 지상파에게 타격을 입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목적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지상파-케이블 간 재송신료 분쟁, VOD 서비스 중단 사태에 개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중재를 해봤지만 입장 차이가 컸다”고 전했다.

   
▲ @Pixabay

케이블, 지상파 두 진영의 전략과 목적은 분명하다. 케이블은 ‘원(one) 케이블’로 이해관계가 걸린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지상파는 ‘개별협상’을 원한다. 지상파는 케이블이 자신의 실시간방송을 재전송하는 대가로 채널당(의무전송채널인 KBS1과 EBS 제외) 가입자당 280원을 받고 있는데, 개별SO 일부는 케이블이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면서 얻는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지상파는 개별SO에게 VOD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고, 케이블은 ‘금액은 맞춰줄 테니 서비스를 중단하지 말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고, ‘독자노선’을 선택한 씨앤앰을 제외한 모든 케이블에서 지상파 VOD서비스는 중단됐다. VOD가 끊긴 케이블은 가입자 이탈을 우려하며 ‘광고 송출 중단’ 카드를 꺼냈다.

케이블에서도 입장은 갈린다. 씨앤앰이 독자노선을 선택한 이유는 ‘어차피 지상파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SO는 업계 3위 씨앤앰이 진영에서 이탈하고, IPTV사업자를 계열사로 둔 SK가 케이블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협상력은 줄고 있는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자칫 ‘원 케이블이 깨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케이블업계에 있다. 이 때문에 ‘광고 중단’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써 지상파를 다시 협상장에 불러내려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다. ‘광고 송출 중단은 방송법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소송까지 가겠다는 게 케이블 진영이다. 케이블 진영은 13일 비상총회에서 지상파가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 MBC 사장)는 이날 <지상파 광고 훼손은 유료방송 횡포, 단호히 대처하겠다>라는 입장자료를 내고 “SO들이 VOD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시간 재송신 신호까지 무단으로 훼손하겠다는 협박”이며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를 이용해 수익을 얻고 있으면서 그 콘텐츠를 가능하게 한 광고를 훼손하겠다는 것은 콘텐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미 케이블 MSO와 지상파 간 재송신 계약이 종료돼 현재 재송신 자체가 적법한 계약 없이 무단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도 모자라 지상파방송 광고를 훼손하고 이를 VOD 협상과 연계하려 한다”며 “전형적인 유료방송사업자의 횡포인 만큼 저작권 권리자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로가 서로를 협박하고 약점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상생해야 할 사업파트너가 가입자를 볼모로 사태를 더 파국으로 몰아놓고 있다. 사업자들이 이러는 동안 애먼 시청자, 가입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꼴이다. 전국에 퍼져 있는 디지털케이블 셋톱박스 597만9726개(2015년 11월 기준, 씨앤앰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제외)에서는 현재 지상파 VOD 서비스가 중단됐다. 성기현 SO협의회 정책분과위원장은 “각사별로 고객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했으나, 케이블이 고객 피해 구제 방안으로 생각한 것은 ‘최신영화 무료 제공’이다.

VOD에 대한 접근권을 명목으로 가입자당 93원 받아내려는 지상파, 상대방의 압박에 압박으로 맞서는 케이블도 답이 없다. 지상파도 케이블도 현실적인 정체성은 ‘장사꾼’이다. 장사를 하려면 상품과 매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상파는 상품(VOD)을 치웠고, 케이블은 매대(방송광고시간)를 빼버렸다. 업계에서는 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VOD를 박리다매 상품으로 만들어 매출을 늘려야 할 판에 둘다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 지상파와 케이블은 방송사도 장사꾼도 아니다. 그저 시청자와 가입자에 횡포를 부리고 있는 ‘진상 갑’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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