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OTT(Over The Top)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넷플릭스가 6일 한국을 포함한 130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2016에서 “여러분은 새로운 글로벌 인터넷 TV 네트워크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서비스 확대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샌프란시스코에서 상파울루까지 전 세계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이 넷플릭스의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1997년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 업체로 시작, 2007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세계 최대 OTT 사업자다. 가입자만 6900만명에 이른다.

물론 성공 가능성을 두고 업계와 언론의 분석은 제각각이다. ‘한국의 유료방송은 저가 시장이고 이동통신사가 모바일TV 서비스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넷플릭스라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비관적인 전망과 ‘마니아층을 흡수하고 자체제작 콘텐츠 라인업만 잘 꾸린다면 월 1만원을 꺼내게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수익배분비율에 합의하지 못해 넷플릭스를 껴안지 못한 이동통신사와 IPTV사업자들은 언론에 넷플릭스의 의미를 축소하는 중이고, 보다 작은 규모의 유료방송사업자와 외국드라마와 영화를 편성하며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진짜 OTT다. 월 9.99달러(2명 동시접속 가능)면 외국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 다큐멘터리 등은 물론 마블의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 나르코스, 마르코 폴로 등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HD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11.99달러는 4K까지 지원하며 동시접속을 4명까지 허용한다. SD급 화질 서비스는 월 7.99달러다. 넷플릭스는 “2016년에 31개의 신규 TV 시리즈와 시즌, 24개의 오리지널 장편 영화 및 다큐멘터리, 다양한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 30개의 오리지널 키즈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최초 가입 후 한 달 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물론 한국 콘텐츠가 빈약한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지상파방송사들은 ‘푹’을 키우고 있고, CJ E&M에도 ‘티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마니아층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OCN 같이 외화로 수익을 올리는 채널이 우선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콘텐츠 한편에 1500원까지 가격을 인상해 지불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독점으로 제작, 유통하는 콘텐츠가 팔리지 않을 이유는 딱히 없다.

부연하자면, 한국의 유료방송 요금은 저가라고는 하지만 사업자의 경쟁으로 결정된 시장가격이다. 그리고 VOD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다. OTT와 VOD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가 실패할 가능성보다는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가능성이 더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석달 동안 전국 4266가구 거주 13세 이상 남녀 7553명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4%가 OTT서비스를 이용 중이고, 유료방송 시청자의 15.3%가 VOD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넷플릭스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을 콘텐츠 생산기지로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8대2의 수익배분비율을 제시한 탓에 한국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한류팬을 타깃으로 하는 드라마나 예능을 만드는 제작사와 SM이나 YG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손을 잡고 콘텐츠 직접 제작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에 <옥자>에 5000만달러(우리돈 578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자본력을 과시한 바 있다. CJ나 JTBC의 합류도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IPTV와 케이블 등 기존 유료방송가입자를 흡수할 것이라는 ‘호들갑’도 경계해야 하고, 별 것 아닐 것이라는 ‘자신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사업자들은 수익배분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지만 또 다른 사업자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넷플릭스는 ‘또 다른 OTT’이자 ‘급이 다른 콘텐츠 기지’이다. 넷플릭스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콘텐츠사업자와 플랫폼사업자의 관계는 지금보다 더 끈끈해지겠지만 이용자에게 이 관계는 ‘가격 인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VOD 가격을 내려야 하고, 넷플릭스와 함께 하려면 그만큼 콘텐츠 제작 능력을 인정받아야 할 때가 왔다. 진짜 OTT의 등장으로 유착 또는 경쟁의 시간이 온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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