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EBS의 이사회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영업이익의 28.5%, 25.5%를 정부에 배당하기로 의결한 것은 방송사 실무자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방송사 실무자들이 2011년 국유재산법 개정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정부 배당에 관한 건을 이사회 의결 안건에 올렸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사가 배당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방통위의 문제제기에 기재부는 예산 배정과 방송통신발전기금 사용에 있어 두 방송사를 배려하겠다는 입장을 방통위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배당을 두고 두 방송사는 유휴재산 매각 등으로 이익이 발생했고, 정부가 공영방송 자본금을 완전히 납입하지 않은 가운데 준조세인 수신료에 대해 배당을 결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에 제출했다. 국회에서도 이 건을 기재부-방통위와 재협의할 것을 주문했으나 기재부는 지난해 말일자로 2014년도 결산분에 대한 배당금 납입고지서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KBS는 30년만에 국고에 9억8천만원을 납입했고, EBS는 2008년 결산 이후 6년 만에 4억800만원을 정부에 배당했다. 기재부의 애초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11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내 방통위 4층 회의실에서 열린 ‘2016년 제1차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도 적용을 받지 않고 △방송사가 배당을 결정하기 전 방통위와 협의를 하게 돼 있으나 이 같은 절차가 없었고 △정부가 납입 자본금을 다 내지 않고 배당에 대한 권리만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유재산법 제65조의5는 ‘정부배당의 결정’에 대해 “정부배당대상기업은 정부배당을 결정함에 있어 이사회·주주총회 등 정부배당결정 관련 절차를 거치기 전에 총괄청과 중앙관서의 장과 각각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두 방송사 이사회는 이 같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지난해 배당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 국회 미방위는 방송사 결산심사에서 방송사에 기재부, 방통위와 재협의할 것을 주문했으나 결국 기재부 입장이 관철됐다. 이를 두고 고삼석 상임위원은 “기재부와 방통위의 사전협의 절차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위원장에게 협의 과정과 내용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방통위와 기재부 간 협의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최성준 위원장에 따르면, 방통위는 △두 방송사가 유휴재산 매각 등 방송외 사업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준조세인 수신료에 배당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 등을 기재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예외조항을 뒀을 경우 다른 공공기관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기재부는 “두 방송사가 공적 책무를 완수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예산 배정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고 최성준 위원장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최성준 위원장은 KBS와 EBS 이사회와 정부 배당을 의결한 것은 두 방송사가 국유재산법 개정 내용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BS와 EBS가 (정부배당을 결정하기 전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 엄히 지적을 했다”며 “사무처에서 방송사에 사유를 물어보니 (해당) 규정이 2011년 (새로) 들어왔는데 이 규정이 있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방송사가 해당 사무국 직원에게 강한 경고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실무자의 실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방통위가 ‘재협의’ 기간에도 기재부 입장을 수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국유재산법 등에 법적 절차가 있고 방통위에는 권한이 있다. 의견을 제시하고 관철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법으로 정한) 협의를 지키지 않고 재산 매각과 방송외 사업으로 이익을 내고 배당을 하면서 ‘수신료 인상이 시급하다’는 것은 옳지 않다. KBS와 EBS는 법적 절차를 지켜 배당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공공기관에 대해 예외 없이 배당을 결정하고, 배당성향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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