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위원장 허남진 전 중앙일보 논설주간)가 7일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복·반복 기사, 실시간검색어 기사, 기사로 위장한 광고·홍보 기사, 선정적 기사·광고, 저작권 침해 기사, 금품을 대가로 작성한 기사 등을 부정행위로 보고 이를 제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평가위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에 발맞춰 편집 및 취재 인력이 5인 미만인 인터넷신문을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못박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오는 3월1일부터 이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뉴스제휴평가위가 공개한 규정은 간단하다. △뉴스제휴 대상을 신문사업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방송사업자, 인터넷신문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 또는 인·허가 받은지 1년이 지난 매체로 한정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기사를 생산하는 매체(한 회사가 복수매체 소유시 매체별 심사)가 제휴를 원할시 해당 매체의 3개월 간 기사의 공정성 등을 심의하고(정량·정성평가 병행) △부정행위를 정해 벌점을 매기고 이를 퇴출 등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배정근 제1소위원장, 허남진 위원장, 김병희 제2소위원장(왼쪽부터)가 세부 규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심각한 문제는 포털이 ‘사업자’로 진입 문턱을 높이면서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기존 계약기간이 끝나면 모두 포털에서 퇴출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개정한 신문법 시행령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허남진 위원장은 “신문법 시행령에 대한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겠지만 정부의 시행령이기도 하고 (뉴스제휴평가위가 제시한 기준은) 그동안 포털의 기준보다 완화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선영 카카오 이사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과 맞물린다. 그런데 포털은 사업자가 아닌 청와대, 정당, 정부와도 제휴계약을 맺었다. 모두 정리하는 것인가’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인터넷신문의 경우)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제휴평가위원회에서 규정에 따라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이 지난해 5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심사 규정을 내놓은 목적은 저널리즘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도 있다. 어뷰징, 실시간검색어 기사, 홍보기사 등을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제재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뉴스평가제휴위원회는 △중복·반복 기사 전송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 남용 △관련뉴스·실시간 주요뉴스 영역 남용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 △선정적 기사 및 광고 △동일 URL 기사 전면 수정 △미계약 언론사 기사 전송 △뉴스 저작권 침해 기사 전송 △등록된 카테고리 외 기사 전송 △포털 전송 기사를 매개로 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 △보안미비 또는 장애 발생 등 접속불량 사유로 기사 제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등을 부정행위로 정했다.

특히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기사, 기사를 대가로 부당한 이익을 추구한 경우를 강력하게 제재하기로 했다. 허남진 위원장은 “(기업이나 정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서 그대로 쓰는 건 기자윤리에 어긋난다. ‘거의 그대로 베껴쓰는 경우’에 대해 상식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위원회는 해당 규정에 대해 세부규정을 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평가위원회는 기사형 광고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네이티브광고’ 또한 부정행위로 보고 제재하고, 디지털뉴스팀이나 온라인뉴스팀 명의의 ‘바이라인 없는 기사’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 허남진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장 (사진=미디어스)

언론이 민감한 대목은 정부·기업발 보도자료 기사, 홍보기사다. 허남진 위원장은 “포털에 있는 보도자료 섹션을 활용하면 되는데 마치 보도자료를 기사인양 쓴다. 언론은 이 대목을 불편해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건전한 뉴스생태계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받아들이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특히 뉴스제휴평가위는 중앙일보가 국방부 홍보대행사와 억대 계약을 맺고 정책홍보 기사를 내보낸 것 같은 부정행위도 심의, 제재한다. 네이버의 뉴스서비스를 총괄하는 유봉석 이사는 이날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중앙일보와 같은 사례를 묻는 질문에 “(중앙일보 같이 국방부의 돈을 받고 홍보기사를 쓴 경우도) 심의한다. 문제가 있다고 신고가 들어온 것은 모두 심의할 것이다. (중앙일보 같은 경우) 기준은 ‘금전을 매개로 기사를 쓴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기업과 언론이 홍보기사 거래를 현행보다 더욱 음성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제재가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실시간검색어를 남용한 기사나 어뷰징 기사에 대해서는 해당 매체의 전체 기사 중 문제의 기사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 벌점을 매긴다는 것이어서 기사 건수가 많은 언론은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봉석 네이버 이사는 “어뷰징과 실검을 제외한 부정행위는 모두 건수다. (지금 언론의 행태로는) 걸릴 것이 많다.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부정행위를 많이 하는 곳일수록 제재를 받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결코 규모가 작은 매체에 불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포털의 모니터링 보고서 및 제보·신고를 바탕으로 월 1회 정기평가 및 수시평가를 실시하고 시정요청, 경고, 24시간 노출 중단, 48시간 노출 중단, 계약해지 순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제재 수위는 매체력과 매체-포털의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뒀다. 평가위원회는 포털에 제재를 권고하기 전에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또한 포털에 ‘권고할 조치의 종류를 정함에 있어 부정행위 등이 이용자나 언론 전체에 신뢰성에 미치는 영향, 전체 기사 중 부정행위의 비율, 매체사의 개선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가위는 부정행위의 유형은 공개하되, 제재를 받은 매체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규정을 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독립성도 약속했다. 허남진 위원장은 ‘심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묻는 질문에 “정부나 단체로부터 압력을 받지 않았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토론을 통해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선영 이사는 “당장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언론사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규정이든 애매한 것이 있다. 이런 점을 논의하면서 결을 메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봉석 이사는 “독자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문제를 삼고 심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이사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사회적으로 정론지로 평가되는 언론사와만 공급계약을 맺고 검색과 유통의 진입장벽을 아예 없애는 방법도 있다’는 미디어스 지적에 “너무 근본적인 문제다. 추후 이야기하자”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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