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을 돌며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 수리하는 기사가 이제는 코웨이 정수기 영업을 뛰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대표이사 전용주) 이야기다. 씨앤앰이 올해 상반기 가전제품 유통업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다는 보도가 나왔다. 씨앤앰은 ‘한 임원이 기자와 식사자리에서 홈서비스 기업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든 아이디어다. 유통업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검토하는 단계다. 어떤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은 4일자 9면 <씨앤앰, 가전제품도 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씨앤앰이 가전제품 유통사업에 뛰어든다”며 씨앤앰이 가전제품 유통업, 헬스 관련 IoT(사물인터넷) 서비스 등을 상반기에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전자신문은 고진웅 씨앤앰 부사장에게 이 같은 사업구상 내용을 확인해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씨앤앰의 최대투자자인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는 코웨이의 대주주인데, 고진웅 부사장은 ‘가전제품 결합상품’까지 거론했다.

씨앤앰은 홈서비스 사업모델을 구상 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홍명호 홍보팀장은 5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홈서비스 기업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고 부사장이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예로 든 것으로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해서 해보겠다는 취지이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성낙섭 전무는 통화에서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인수할 때부터 공동마케팅할 것이 있는지 고민했으나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용주 대표가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씨앤앰을 홈서비스 기업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씨앤앰이 유통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씨앤앰은 케이블방송 사업권역 바깥에서도 홈서비스 상품을 출시할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씨앤앰의 한 핵심관계자는 “전용주 대표의 구상은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에서 사물인터넷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씨앤앰은 최근 스마트 도어락 등의 판매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로의 매각이 불발된 상황에서 씨앤앰이 독자생존을 선언할 수밖에 없고 주주사가 이 같은 사업모델을 추진한 것에 의미는 있다. SO의 홈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두고 ‘수도권 최대 SO로서 해볼 만한 시도다’ ‘생존전략이 필요한 만큼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분석과 함께 ‘양방향 서비스의 리모컨인 스마트폰을 이동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는 무모하다’ ‘직원을 가전제품 방문판매직원으로 만들 것이다’ 같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특히 씨앤앰 내부에서는 매각이 불발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임원진 중 일부를 내보내기도 했다. 씨앤앰은 가입자 235만4025명(2015년 10월 말 기준)을 보유한 수도권 최대 SO이고 디지털 전환율도 70% 이상으로 1위이지만 계속 대주주의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씨앤앰은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의 합작회사인 국민유선방송투자에 2008년 넘어간 뒤 대규모 차입 경영을 해왔다. 2014년 말 기준 장기차입금만 6299억원 이상으로 씨앤앰은 연간 차입금의 6.6%를 이자로 내고 있다. 그해 씨앤앰은 967억원의 영업이익(계열사 연결 기준)을 기록했으나 이자비용으로만 443억원을 지출했다.

성낙섭 전무는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으로 케이블 업계에 충격이 크지만 여전히 수도권 내 1위 사업자는 케이블이다. 패배의식에 빠지면 안 된다. 직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있다. 여러 사업자를 접촉해 새로운 사업을 해보자는 게 지금 씨앤앰 내부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씨앤앰은 가전사와 협력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 중이고,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IHQ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씨앤앰은 1월 중순께 가입자가 구매한 VOD를 모바일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N스크린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홍명호 홍보팀장은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 등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로, 가입자가 이미 구매한 콘텐츠를 모바일로 내려받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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