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이 설날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신정이라는 이름으로 연휴를 맞이하던 과거, 그 당시 명절의 또 다른 기대감은 바로 ‘명절 특선 만화’였는데요. 여러 만화들 사이에 기억에 남겨진 건 특히 ‘야구만화’가 참 많았다는 점입니다.

▲ 국민학교란 이름의 시절, 비디오로 녹화해 여러 차례 봤던 독고탁의 ‘다시 찾은 마운드’
이번 연휴의 마지막 날 세상을 떠나신, 故 이상무 화백의 대표작인 ‘독고탁’ 시리즈가 기억에 크게 남아있는데요. 친숙하게 그려진 캐릭터들 사이 야구에 대한 묘사는 다소 유치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린이들에게는 오히려 더 가까웠던 그 시절 그 만화의 추억!

또 다른 대표작은 우리나라 야구만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현세 화백의 작품들. ‘공포의 외인 구단’에서는 주인공이 오혜성이란 이름으로 활약했습니다만, 소년만화 버전에서는 설까치란 이름으로 오혜성보다는 밝은 모습으로 등장했죠.

▲ 설까치를 생각하며 보다 충격(?)을 받았던 ‘공포의 외인구단’ 오혜성!
한때 이렇게 많았던 우리의 야구만화, 어린이를 위한 고교야구만화가 많았는데요. 언젠가부터 ‘야구만화’를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 많던 야구만화는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설날이라는 이름의 흥겨움도 흐려진 시대,-이젠 새해 첫날이 설날도 아닙니다만.- 그것만큼이나 이런 일상의 소소함들도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걸까요? 고교 야구의 시대가 저물고, 전문 채널들이 늘어나며 오히려 더 줄어든 이런 기회들, 그리고 우리 곁에서 이젠 보기 힘든 소년만화를 그려주던 많은 화백들의 도전까지.

▲ 아쉬움을 남겼던 도전인 외인구단의 드라마 버전!
이젠 기존 작품들조차 보긴 힘들어진 현실 앞에서 문득 다시금 떠올린 과거의 만화. 우리 곁을 떠난 이상무 화백이 남긴 추억이 ‘우리의 야구만화’를 보기 힘들어진 현실과 겹쳐지니, 새해의 시작 연휴도 왠지 모르게 서글퍼집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시대가 변한 걸까요? 문득, 쓸쓸함이 스쳐 지나가는 그런 새해 첫 야구의 단상은 다소 우울했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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