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해 동안 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무수히 많은 언론정책을 쏟아냈다. 여당 대표까지 적극적인 포털을 때리기에 나선 것은 상징적이다. 최상위 댓글 작성권, 자문위원, 입점-퇴출 권한 등 이미 내줄 것을 다 내준 포털은 당황했다. 정부 여당의 이런 행보는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과 맞물려 있다. 선거를 앞두고 온라인 여론을 장악하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뜻이다. 장악된 방송에 대한 단속도 이루어졌다. 정부는 공정성·객관성·선거방송 심의결과를 방송평가에 2배 더 반영하는 방송평가 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미 바닥을 보인 저널리즘은 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광고를 ‘뉴스’로 한 방송사도 있었고, 정부의 정책홍보를 기사로 처리하고 수천만원을 받은 신문사도 있었다. 업계의 최상층부에서는 해당 기업 소속 대다수 임직원들 모르게 빅딜이 추진됐다. SK가 케이블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방송통신업계의 독과점이 심화하고 있다. 이렇게 숨가빴던 2015년 한 해 동안의 방송통신, 온라인의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정부의 언론통제가 방송과 신문에 이어 최밑단인 인터넷신문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언론통제와 독과점을 비판하는 언로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둔 2016년 정치-경제, 권력-언론의 유착에 대한 감시는 지금보다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편집자주


▷4명은 사이비고, 5명은 언론이다? 전두환식 언론통제 ‘신문법 시행령 개정’

- 8월24일자 <‘사이비언론 척결’ 총대 멘 정부, 다시 전두환 정권인가>
- 10월28일자 <‘모두가 언론 할 수 있는 시대’, 박근혜 정부가 끝낸다>
- 11월4일자 <각하,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재가하지 마십시오>
- 11월13일자 <기자 4명이면 ‘찌라시’고, 5명이면 ‘언론’이라고?>
- 12월21일자 <“4인은 사이비, 5인은 언론? 독자와 시장에 맡겨라”>

정부가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공포했다. 이제 인터넷신문을 차리려는 사람들은 최소 5명을 고용했다는 증빙서류를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한다. 애초는 3명이었다. 기존 등록언론 또한 내년 11월까지는 인원을 보강해야 한다. 아니면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고 유사언론행위(사이비언론)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그런데 언론사의 수, 기자의 수와 저널리즘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구나 인터넷신문 시장(?)은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다(2014년 말 기준 인터넷신문은 5950개고 이중 40% 가까이가 운영을 멈춘 상태다). 애먼 인터넷신문만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1인 미디어가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창조경제 바람이 불고 있는 이 때 왜 이런 구시대적 규제를 시행하는 것일까. 답은 여론통제에 있다.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을 키우고, 지상파를 장악했다. 신문은 진영논리로 밀어붙이면 되고, 전체 운동장은 이미 조중동으로 기울어졌다. 남은 것은 온라인뿐이다(새누리당은 9월부터 포털 단속에 나섰다). 미디어스 등 5인 미만 인터넷신문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그들만의 포털 만들기… 네이버, 카카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

- 6월26일자 <대신 두들겨맞는 포털, 언제까지 ‘평정’ 당할건가>
- 10월23일자 <‘삼성맨’이 포털의 언론사 입점-퇴출 심사 맡는다>

지난 5월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공개형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10월 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공개형이라더니 평가위원은 비공개했다. 미디어스 등 언론을 통해 평가위원 30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주류언론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들과 학계 인사가 대다수로 드러났다. 이들은 입점, 퇴출 심사를 맡는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삼성맨’을 위원회에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은 이들이 어뷰징 매체를 모니터링해 삼진아웃하겠다는 퇴출 기준 정도다. 이 기준을 제대로 지킨다면, 평가위에 참여한 기성언론의 닷컴들부터 퇴출대상이 된다. 물론 기성언론이 스스로에게 칼자루를 겨눌 가능성은 없다. 결국 본보기로 몇몇 매체만이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평가제휴위원회가 재계와 언론의 로비창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종편 특혜 끝판왕이 될 ‘홈쇼핑 채널 연번제’

- 9월15일자 <조선일보가 ‘홈쇼핑으로부터 시청자 지키자’ 나선 이유?>
- 10월12일자 <홈쇼핑 밀어내고 그 자리에 종편 들인다?>

일부 종합편성채널이 올해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단골인 ‘정치토크쇼’를 계속 제작하고, 일부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을 ‘재방’ 하는 것은 제살 갉아먹기다. 종편도 언제까지 이렇게 먹고 살 순 없다. 종편은 2011년 중간광고 허용,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유예, 광고 직접영업 허용(2014년부터는 1사1렙) 같은 제도적 특혜와 함께 출범했고 시작부터 황금채널에 자리를 잡았다. 유일하게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그룹이다. 그러나 특혜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JTBC만큼 투자할 만한 사업자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종편이 요구하는 게 홈쇼핑 채널 연번제다. 조선일보가 재채기를 하니 규제기관이 움직였다. 지상파방송 사이에 있는 홈쇼핑 채널들을 한 데 묶는다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채널은 무엇이 될까. 홈쇼핑 업계, 유료방송 업계, 지상파 등이 모두 반대하고 있으나 어쨌든 미래창조과학부는 도입 여부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뉴스 시간도 팝니다… MBN·MBN미디어렙의 불법광고

- 3월31일자 <MBN, 영업 56.8% 비정상적¨허위 증빙 등 유착 백화점>
- 5월6일자 <“1분30초 뉴스에 천만원” MBN 보도국 영업 드러나>
- 9월16일자 <‘5천만원 받고 55초 보도’ MBN, 과태료는 5백만원>
- 12월10일자 <JTBC, 국방부 제작 다큐 틀고 2420만원 받았다>
- 12월14일자 <기사 한 건에 5천만원? 언론인가 장사꾼인가>

올해 초 종합편성채널 MBN(매일방송)의 방송광고 영업과 판매를 대행하는 MBN미디어렙 내 영업일지 등 내부문건이 유출됐다. 이 일지에는 MBN 보도국 내 기자가 직접 광고 영업을 뛰거나, 광고주의 요구가 방송편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 MBN이 광고주 요청에 맞는 사안을 55초간 보도하고 5천만원을 받은 사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로 드러났다. 방송과 광고를 분리한 방송법과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등에관한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안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일지에 나온 수십 건의 사례 중 사실로 확인한 것은 단 4건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MBN미디어렙에 2억400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했다. MBN에 부과된 과태료는 단 500만원이다. MBN과 MBN미디어렙이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매출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돈 받고 지면과 방송시간을 파는 언론은 지금도 많다. 문제는 방통위가 ‘솜방망이’만 들었고 이런 행태를 가만히 내려버뒀다는 것이다.

▷연합vs머투, 그들만의 전쟁이 뉴스에 미치는 영향

- 9월24일자 <연합vs머투 진흙탕이라도 좋아, 취재력을 보여줘!>
- 10월9일자 <‘백기투항’ 머투 “연합뉴스 비판기사 삭제” 지시 파문>
- 10월12일자 <연합-머투, 저널리즘 내팽개친 그들만의 화해>
- 10월14일자 <머투 홍선근 “연내 회장 및 계열사 대표직 사임”>

올해 9월부터 10월, 거대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머니투데이가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머투는 정부가 구독료 등을 명분으로 연합에 300억원이 넘게 지원하고 있는 점을 비판해왔다. 때문에 둘 사이는 애초 좋지 않았다. 이러던 와중에 머투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취재하려던 연합뉴스TV를 제지했고, 연합은 맞대응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연합은 머투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광고나 협찬을 따냈고 자사 뉴스를 베껴왔다고 폭로했다. 이 싸움은 홍선근 머투 회장이 연합을 찾아와 사과하면서 끝이 났다. 홍 회장은 내부의 반발에도 백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파는 컸다. 홍 회장은 결국 연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언론이 뉴스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사장님들의 악수로 뉴스가 어떻게 끝나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언론의 속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통신이고 방송이고 SK가 싹 쓸어간다

- 11월2일자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 공식화>
- 11월17일자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그들의 ‘아픈 구석’에 주목하라>
- 12월2일자 <본심 드러낸 SK, “CJ 가입자에 이동전화 영업한다”>
- 12월7일자 <“SK가 모든 것을 가지려는데 막을 수단이 없다”>

유료방송, 이동통신은 물론 지상파방송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메가톤급 소식이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이자 IPTV사업자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CJ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SK는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IPTV가 케이블을 인수하고, 그것도 하나의 법인에서 두 가지 방송플랫폼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의 영업전략은 분명하다. CJ헬로비전 가입자에게 SK텔레콤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권유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영업을 시작한 IPTV는 가입자 천만을 넘겼고, 유료방송업계는 포화수준(2500만)에 이르렀다. 이 결과, 방송은 부가상품이 됐다. 이제 유료방송업계는 KT그룹(KT스카이라이프 포함)와 SK의 양강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한 비판도 건설적인 제안도 이미 많이 나왔다. 이제 답은 SK,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놔야 한다.

▷선거 앞둔 정부가 방송에 내민 카드, 이제 방송은 2배 더 불공정해진다

- 10월18일자 <방송도 국정화…정부가 ‘공정성’ 심의해 ‘벌점’ 2배 때리겠다?>
- 10월26일자 <공정성 평가 강화해 종편 퇴출? 방통위는 ‘열수 앞’ 보고있다>
- 11월15일자 <이제 방송은 ‘2배’ 더 불공정해진다>
- 12월24일자 <‘총선 출마’ 허원제 방통위원, 의결 참여 ‘강행’>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평가 규칙을 개정하려고 한다. 지난 10월 방통위가 행정예고한 규칙 개정안의 핵심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객관성 심의 결과와 선거방송 심의 결과를 감점으로 현행 규칙에 비해 2배 강화하자’는 것이다. 오보, 막말에 대한 심의 강화와는 다르다. 방통위는 2016년 방송분부터 이를 적용하려고 한다. 방송평가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40% 정도 반영된다. 방통위는 당락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언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송은 정부 인허가 사업으로 경영진 입장에서는 정권에 밉보일 일을 하지 않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과정에서 의혹 제기, 폭로 인터뷰 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6대 3 구조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표적 심의, 언론사의 자기검열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방송은 2배 더 불공정해진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