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현행 3인에서 5인으로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을 공포한 가운데, 정의당이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완화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1일 정의당 정진후 의원(원내대표)은 신문법 상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조항(제2조 정의, 제9조 등록) 일부를 삭제한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기자 수를 이유로 인터넷언론의 설립과 운영을 제한하는 시행령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백히 부정하고 언론의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것”이라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문법 개정안 내용과 발의 취지를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올해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면 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이고 사이비언론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며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고, 정부는 지난 11월 초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인원수로 언론의 ‘적격’ 여부를 정하고 이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인터넷신문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는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은 ‘온라인 여론 통제를 위한 언론 통제’라는 게 인터넷신문들과 정의당 주장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의 임순혜 운영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상파와 신문 등 모든 언론이 박근혜 정부에 장악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열린 공간인 인터넷마저 통제하려는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일간지와 주간지 등록요건에 ‘취재 및 편집 인원’이 없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사의 고유권한이고, 여기에 개입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은 결국 독자가 판가름하고, 경쟁력이 없는 매체는 시장에서 퇴출되게 돼 있다. 독자와 시장에 퇴출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헐거운 등록요건 때문에 언론이 범람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의 43.8%는 1년 동안 기사를 한 건도 내보내지 않은 사실상 폐업 상태다. 또 홈페이지조차 없는 인터넷신문도 25.5%에 이른다.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고, 인터넷신문들은 대규모 폐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인터넷신문 177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1~4인을 고용한 인터넷신문사는 38.68%(687개사)에 이른다. 2014년 기준 인터넷신문(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200여개 포함)은 5950개인데, 시행령 개정으로 최소 2300여개 매체가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한다. 5인 이상을 유지하기 위한 예산은 최소 1억원인데 인터넷신문의 80% 이상이 ‘연 매출 1억원 미만’인 점 때문에 4천개 이상의 인터넷신문이 폐간하거나 통폐합을 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저널리즘의 질 향상’과 ‘사이비언론 척결’을 명분으로 들고 있으나,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어뷰징(동일내용 반복전송) 기사로 트래픽 경쟁을 하거나 기업의 팔을 비틀어 광고․협찬을 얻어내는 언론의 절대다수는 ‘5인 이상 기성언론’ 이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유사언론’에도 5인 미만은 아예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진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개정한 신문법 시행령은 한마디로 언론 자유를 축소하고 국가가 인위적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퇴출하겠다는 언론통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단장 추혜선)은 “정부는 언론기사의 품질을 재고하겠다며 이 시행령을 밀어붙였지만, 이는 언론을 정부의 산하기관쯤으로 여기는 독재적 세계관의 발로와 다름없다”며 “최근 국민으로부터 규탄을 받고 있는 어뷰징, 유사언론행위, 선정보도 등은 오히려 5인을 훨씬 넘어서는 대형언론사들에서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단은 “신문법 개악은 인터넷 공론장에 대한 정부의 ‘긴급조치 1호’”라며 “언론의 존치는 독자들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판단되는 것이지, 감시의 대상인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다음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기자회견문 전문.

신문법 개악, 인터넷 공론장에 대한 정부의 “긴급조치 1호”

오늘 우리는 정부의 일방적인 신문법 개악에 맞서기 위한 중요한 걸음을 떼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4인이면 사이비 5인이면 언론이라는, 세계의 유래 없는 기준을 내세우며 사실상의 폐간을 종용하는 언론 학살극이, 국무회의라는 행정기구의 의결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정부는 언론기사의 품질을 재고하겠다며 이 시행령을 밀어붙였지만, 이는 언론을 정부의 산하기관쯤으로 여기는 독재적 세계관의 발로와 다름없습니다. 최근 국민으로부터 규탄을 받고 있는 어뷰징, 유사언론행위, 선정보도 등은 오히려 5인을 훨씬 넘어서는 대형언론사들에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언론의 존치는 독자들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판단되는 것이지, 감시의 대상인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시행령을 통해서 실질적인 타격을 입게 된 인터넷 언론 중에는 주류언론이 자세히 다루지 못하는 전문적인 영역과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훌륭한 언론도 많습니다. 두 명의 수의사가 만들어가는 수의학 전문지 “데일리벳(http://www.dailyvet.co.kr/)”, 네 명의 기자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의 삼대 미디어-언론전문지인 “미디어스(http://www.mediaus.co.kr/)”, 세 명의 기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언제나 장애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차별에 저항해온 공로로 2015년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매체상을 수상한 “비마이너(http://beminor.com/)”, 대구경북 지역에서 소수의 목소리와 진보적 여론을 대변하는 “평화뉴스(http://www.pn.or.kr/)”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세월호 청문회는 오로지 인터넷 언론들을 통해서만 생중계되었습니다. 세월호의 유가족들께서는 진실을 애타게 찾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지 않는 언론 때문에 직접 “416 TV(https://www.youtube.com/user/Remember0416)”를 만드셨습니다. 방송은 신문법 개정안의 효력에 미치지 않는 곳에 있다곤 하지만, 또 다른 시행령으로, 방통위의 의결로 이런 목소리들을 없애버리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악과 검열이 시시각각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스스로의 두 눈 뿐입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것은 유아기에나 허용되는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민을 억압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오만 속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랍니다.

2015.12.21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 추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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