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계산업의 대표 격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고강도 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 측은 지난 8일 사무직 직원 3천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올해 들어서만 4번째 희망퇴직이다. 앞선 세 차례 희망퇴직을 통해 이미 직원 천여명이 퇴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원과 대리급까지 희망퇴직 대상이 됐다. 두산에서는 이미 ‘학대해고’의 전조가 보이고 있다.

두산의 이미지 광고

두산인프라코어는 3분기까지 2240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도 227.03%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24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고, 건설기계 시장이 25% 이상 축소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희망퇴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인프라코어만 보면 87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임원 100명 중 22명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희망퇴직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두산이 신입직원 또한 희망퇴직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입사 5년차에 희망퇴직대상자가 됐다는 두산인프라코어 직원(1988년생)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이제 상담을 통해서 저희들이 안 나가면 더 크게 손해를 본다는 입장으로 좀 협박조로 말해서 전부 다 나가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겁박해서 모두가 못 견디고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두산은 ‘잔류를 희망하는 노동자를 괴롭혀 퇴직을 유도’하는 이른바 ‘학대해고’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BS라디오에 출연한 직원에 따르면, 두산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 ‘노무대기(노무교육)’을 시키고 직원들의 회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교육기간에 지정좌석을 만들어 혼자 앉게 하고, 휴대전화를 반납하게 하며, 화장실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직원은 “일 열심히 하고 이제 제 살 길 가정 꾸리고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컸었는데 막상 이렇게 계획했던 길에서 옆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아예 막혀버렸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신입직원은 퇴직대상에서 제외하라’고 계열사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계열사에 지시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러나 건설기계업이 불황에 빠졌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또한 피력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은 9월 말 기준 5237명(이중 정규직 5099명)이고 평균근속연수는 14년이다. 직원 1인의 연간 평균급여액은 5800만원이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1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공작기계 사업부문’에 대한 사업양도를 추진하고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작기계 부문 직원은 총 1356명으로 남성의 경우 근속연수가 18년, 여성은 6년5개월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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