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12월은 한 해를 정리하는 달로 인식이 되곤 한다. 그 때문일까? 많은 언론매체에서 한 해를 정리하는 기획들이 속속들이 눈에 띈다.

▲ 12월 16일 <동아일보> 기사 캡처
12월 16일자 <동아일보> 20면에는 “2008 미디어계 어떤 일이…”라는 상자기사가 실렸다. <동아일보>는 ‘PD수첩 ’광우병 오역‘ 공정보도 경종’, ‘IPTV발족…방송·통신 융합 시대’, ‘KBS 정연주 사장 편파·부실경영으로 해임’, ‘신문방송 겸영·대기업 방송진출 법개정 추진’, ‘인터넷 신문 광고주 협박 게시글’ 등을 2008 미디어계의 이슈로 꼽았다. 그 이슈들은 단순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연말 송년회 뒤 도로를 질주하는 음주운전차량처럼 위험해 보인다.

◇ PD수첩 ‘광우병 오역’ 공정보도 경종 : <동아일보>는 “MBC <PD수첩>이 내보낸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 안전한가’는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키는 충격적인 영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부추기는 기폭제가 됐다”며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번역을 감수했던 정지민씨의 고발로 ‘오역’이 밝혀졌다고 못박았다. 또한 이 사건으로 <PD수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도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동아일보>는 <PD수첩>을 촛불집회의 배수세력으로 공정하지 못한 방송으로 낙인찍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과방송을 명했고 검찰에서는 <PD수첩> 보도가 특정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의도를 갖고 제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오역의 문제가 있더라고 전체적으로 내용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처벌하면 안된다는 것이 언론 종사자 및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또한 이것이 언론의 자유를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에 맡겨 판결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PD수첩>은 저널리즘의 시각에서 봤을 때 당시 충분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을 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동아일보>의 안은 어디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언론’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KBS 정연주 사장 편파·부실경영으로 해임 : <동아일보>는 “KBS 정 사장의 해임 건도 여름 내내 KBS 안팎에 들끓었다”며 “정 사장은 임기제를 지키겠다며 퇴진을 거부했으나 재임 시 1129억 원의 적자 누증과 편파 인사 실태를 밝힌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사회가 해임 권고안을 제출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2008년 단연코 KBS 정연주 사장 해임은 <동아일보>의 말처럼 큰 이슈였다. 8월 10일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박태환 400m 금메달을 딴 바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은 정연주 사장 해임안에 서명하고 말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정연주 사장이 임기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나, 본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에 있다. “2000년 방송법 개정당시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꾼 것은 KBS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여 정치권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주장과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으니 해임권도 대통령에게 있다”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는가. 정연주 사장의 해임처분 집행 정지 소송은 항고심에서도 기각됐지만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참, 정연주 사장은 다름 아닌, 동아일보가 1975년 130여명을 강제해고한 동아투위 ‘언론인 학살 사건’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정연주 기자‘였지.

◇ 신문방송 겸영·대기업 방송진출 법 개정 추진 : <동아일보>의 말대로 한나라당이 최근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지분의 20%, 케이블 종합편성 및 보도 전문채널 지분의 49%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과 신문법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지난 11일 MBC <100분토론>에서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대기업의 방송지분 허용’ 등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기도 할 만큼 뜨거운 주제였다. 당시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동아일보>에서 이야기한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을 위해” 위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 의견을 가진 토론자들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삼성 등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했을 경우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의 공공성이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정병국 의원은 “법을 만들 때 일반적인 수준에서 생각하지 특정 매체, 기업을 상정하지는 않는다”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현실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다. 고로 정병국 의원은 현실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을 두고 ‘콤플렉스’라고 하는 반응을 어찌 생각해야 할지.

이 주제에 관련해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빨리 처리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병국 의원은 “이미 많이 토론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많은 토론을 거쳤으니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정병국 의원. 172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자심감에서 나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런 정병국 의원 및 한나라당에게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경고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신문 광고주 협박 게시글’ 법정으로 : 2008년의 큰 화두가 된 촛불집회는 이후 조중동광고불매운동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동아일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촛불) 당시 시위에 대한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해당 언론의 광고주를 협박한 인터넷 게시글 등에 대해서도 삭제 결정을 내렸다”라면서 “검찰은 관련자들을 기소하기도 했다”고 실었다.

‘2차 보이콧’(특정 회사에 대한 압박을 위해 그 회사와 거래하는 다른 회사에게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운동)이 과연 불법행위인가. 이 또한 아직 법정에서 한창 다투고 있는 사안이다.

이밖에도 <동아일보>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지상파 방송광고판매대행 독점 헌법 불합치판정’,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 ‘포털의 유사 언론기능 규제’, ‘IPTV도입 발족’ 등을 꼽았다. 이 사안들 또한 논쟁거리가 많은 사안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끝나기라도 한 사건인양 다루고 있다. 그러나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동아일보>는 안타깝게도 아직 조중동광고불매운동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보다. 국민들은 단순히 조중동이 싫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벌인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언론 기능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마치 이번 “2008 미디어계 무슨 일이…”라는 상자기사처럼 말이다.

<동아일보>의 이번 기사처럼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는 기사들이 늘어나듯이 동아일보의 지난 1년 보도를 마음속으로 정리하는 독자들도 늘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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