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영입과 투자를 이어가는 구단들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K리그의 클럽들은, 특히 시-도민구단이란 이름의 팀들은, 시즌 종료와 함께 이런저런 이유에서 누군가를 내보내야만 합니다. 성적이 나쁜 팀은 책임자를 찾아 내보내지요. 강등이라도 된 경우는 상당수의 프런트가 나간 팀도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 계속 자리잡고 앉아 있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에서는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도 필요합니다. 사퇴라는 것, 혹은 누군가가 떠난다는 건 분명 그런 이유에서 피하기 힘듭니다. 운영의 책임은 프런트가, 또 성적의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건 어느 종목이나 비슷한데요.

▲ 도민구단인 강원FC는 올 겨울, 논란의 중심이던 대표이사의 사퇴가 이뤄졌죠.
그런데 말입니다. 꼭 못한 팀에서만 누군가 나가는 일이 펼쳐지는 것도 아닙니다. 한 시즌을 좋은 모습으로 보냈던 팀들, 그 팀들에선 또 다른 이유에서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선수들이 더 큰 클럽으로 이적을 위해 나가는 거죠.

프로무대에서 의리나 팀에 대한 애정과 같은 건 사치스런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선수의 이적은 비난의 대상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시장의 흐름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유독 돈 없는 시도민구단에서 빈번하다는 점은 또 다시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 대구FC의 한 팬은 외국인 공격수 조나탄 잔류에 사비를 보태겠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즌 뒤 겨울이면 찾아오는 이별들을 어쩔 수 없다 여깁니다만, 그래도 좀 더 잡고 싶고 좀 더 기다려봐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더 나아가 과연 그렇게 ‘나가기만 해서야’ 한 팀이 안정적인 내일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이적이나 몇몇 사퇴들을 비난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만.-

조금 더 많은 고민과 검토가 함께한 뒤, 누군가 나가고 또 내보낼 수 있는 과정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겨울에 우리 축구가, 특히 K리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시-도민구단들에겐 특히 더 그렇죠. 나가기만 하는 겨울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들어오는 이 없는 겨울은 그저 쓸쓸할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겨울, 첫 소식으로 유망주 영입을 내놓은 대구FC의 움직임에 박수를 절로 보내게 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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