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보건복지가족부 의뢰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실시한 ‘2008년도 사이버윤리지수 평가’ 결과 포털 다음이 청소년 보호 최우수사이트로 선정됐다. 다음에서는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음란 관련 금칙어 관리>, <청소년 유해정보 판단기준 강화>, <민원처리 신속성>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나왔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고,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와 보건복지가족부와 연락을 취했으나 항목을 알려줄 수 없고, 결과보고서 또한 업체들과의 비밀보장 약속으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이 촛불정국을 경유하면서 정부의 탄압에 의한 다음내부의 자율적인 조치강화로 인해 1위의 ‘영광’(?)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점점 커졌고, 다음은 메일을 보내면 답을 주겠다고 했다. -편집자-

다음에서 답이 왔다. 메일에는 ‘다음의 모니터링 시스템 소개’와 ‘다음의 금칙어 관리 현황’, ‘다음 신고 프로세스’에 관해서 길고 긴 글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긴 글조차 이 의혹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혹은 간단명료하다. “다음의 사이버윤리지수 평가 1위, 과연 축하할 일인가 아니면 슬퍼할 일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보건복지부가족부 의뢰’, ‘조사기간 7~8월’, ‘모니터링’, ‘금칙어’, ‘청소년 유해정보 판단기준 강화’, ‘민원처리 신속성’이란 키워드는 추측하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이 의혹은 촛불정국과 이어졌고 또한 표현의 자유와도 이어졌다. 또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사이버모욕죄와 관련된 ‘포털 압력정치’와도 연결됐다. 이 연결이 과연 무리한 것들이었을까.

▲ 다음 커뮤니케이션 메인페이지 캡처
다음은 답 메일로 모니터링 정책에 의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은 즉시 삭제 조치한다고 했다.

- 개인 정보 (실명, 상호명, 사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유포
- 확인되지 않은 소문 유포로 타인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내용
- 범죄 행위와 관련있다고 판단되는 내용
- 욕설 또는 게시글 도배 행위
- 상업성 광고 글 (돈 벌기 사이트, 경품 지급, 상품 광고, 사이트 홍보, 윤락행위-원조교제 알선)
-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글
- 저작권이 침해된 경우
- 권리를 침해당한 당사자가 직접 삭제를 요청한 경우
-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위배되는 글

모호했다. 더 구체적인 답을 원했고 다시 연락을 취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다음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의 모니터링 ‘의무’화가 똑같은 것 아닌가?” 어떤 부분에서 그러느냐고 되묻기에 “권리를 침해당한 당사자가 직접 삭제를 요청한 경우” 등이 포함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다음에서는 “분류된 것만 그렇고 그 외에는 임시조치(블라인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조치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개정법률 44조에 의거해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간을 30일로 정하고 있다.

금칙어에 대해 물었다. 다음에서는 “금칙어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금칙어가 오픈될 때 오히려 키워드를 피해 게시글을 작성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쥐새끼’, ‘30’, ‘우리나라’ 등이 정말 금칙어로 규정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관계자는 “게시판에서 ‘쥐새끼’라는 말이 도배되어 의견을 나누는 장으로써 게시판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어 24시간 동안만 금칙어로 규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는 금칙어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그리고 당연한 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 금칙어는 또 다른 이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에 충분했고, 기능의 측면이 아닌 정치적으로 평가해보면 타당하지 않은 조처였다. 임시조치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임시조치 건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이 다음과 네이버로부터 임시조치 현황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다음이 지난 7월 권리침해로 삭제 처리한 게시글이 1471건으로, 1~7월 사이 전체 삭제 건수의 5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사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큰 틀에서 포털의 자율적 규제에 있다. 그것으로 무엇을 규제하고자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니,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겠다. 사실 처음부터 다음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그렇다’고 대답하는 순간 사형장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죄수에게 뻔한 질문을 하는 것과도 같이 말이다.

2008 촛불집회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 중 단연코 ‘다음’의 ‘아고라’가 손에 꼽힌다. 아고라에서 많은 것들이 토론되고 사람들은 모이고 또 모였다. 다음은 이를 계기로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많은 것을 잃었다. 얻은 것은 네티즌들의 단기간 동안의 지지였고 잃은 것은… 안타깝게 너무나도 많았다.

정부는 촛불정국 이후 포털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미 포털은 촛불의 배후였다. 처음 시작된 것은 포털에 대한 세무조사였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시작한 세무조사에서 다음만을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장해가면 8월5일까지 끌었고 40억40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해 다음에 대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았다. 한 달간의 세무조사를 받고 추징금 10억원대를 부과받은 야후코리아와 네이버에 비해 너무나도 큰 수치였다. 이후 다음과 네이버는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물론 다른 이유(음원 저작권)를 갖다 붙였지만 포털 길들이기라는 비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촛불집회가 조중동광고지면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다음 카페 게시판 글에 대한 심의를 통해 58건의 게시글 및 유사사례 게시글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고, 다음에서는 1300건이 넘는 글((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임시조치를 요청한 글)이 삭제됐다. 다음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삭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다음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이러한 다음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치적 의도였다는 말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다음 관계자는 “다음에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추징금을 완납했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이 없다고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다음은 어쩌면 촛불정국의 피해자인지 모른다.

그러나 다음과 네티즌의 관계는 또 다르다. 네티즌들은 포털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발언을 할 권리가 있되 다음에 의해 이미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기 일쑤인 상황에 놓여있다. 조중동광고지면불매운동을 벌였던 네티즌들 또한 그러하다. 그 네티즌들은 한 측면에서는 다음과 싸워야 하고 또 다른 한 측면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다음 관계자에게 “다음의 사이버윤리지수 평가 1위는 축하할 일인가요, 아니면 슬퍼할 일인가요?”라고 물었다. 관계자는 “회사가 딱히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도 건전하고 안전한 토론문화 공헌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 말이 씁쓸하게 다가온 이유는 아마도 다음, 그보다는 아고라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의해 부당하게 게시글을 삭제당한 네티즌들의 존재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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