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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동 1001호가 P2P 하든 말든 KT가 뭔 상관?P2P IP 차단 논란… 결국 ‘망접속대가’ 받고 싶은 것 아닌가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08 16:11

“(사)오픈넷이 접수한 제보에 따르면, 주식회사 케이티(KT)는 올해 5월 8일부터 10월 7일까지 최소한 575개의 IP 주소를 임의로 차단하고 있었다. KT가 차단한 IP 주소는 모두 P2P 그리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의 IP 주소로 밝혀졌는데, 다른 P2P 그리드와 달리 유독 웹하드 서비스를 위한 서버만 선별하여 차단하고 있었다. KT는 오래 전부터 P2P 그리드에 대해 ‘불법’, ‘변칙’이란 딱지를 부치고 2011년부터 P2P 트래픽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해왔으며, 2012년에는 P2P 트래픽을 실제로 차단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KT 사장이 직접 지시하여 8백억원을 들여 감청 설비(DPI 설비)를 도입하기까지 하였다.” - 사단법인 오픈넷 2015년 11월11일자 논평

“당사는 차단이 아닌 관리의 입장으로 불법 음란물, 저작권 위반 등의 문제가 있는 불법 P2P로 이용되는 트래픽을 관리한 것입니다. 당사는 약관에 근거해 해킹의 위험이 높은 불법 P2P에 대한 관리를 한 것으로 해당 트래픽을 차단한 사항은 아닙니다. 방통위도 불법 및 음란물의 온상이면서 정상적인 통신 비즈니스 모델을 왜곡하는 변칙 P2P 트래픽 관리를 추진하기 위한 초고속인터넷 이용약관 개정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2011년 4월). 위 내용은 통신 3사 약관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사항입니다 (초고속인터넷 이용약관 제 15조 이용자의 의무 참조). 따라서 본 내용은 망중립성 위반사항이 없음을 말씀 드립니다.” - KT 2015년 12월7일자 보도참고자료

웹하드 업체 대다수는 서버-이용자 채널 외에도 이용자(peer)-이용자(peer) 채널을 통해 파일을 전송한다. 후자를 ‘그리드 컴퓨팅’ 기술이라고 한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해 컴퓨터 자원의 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오픈넷은 이 기술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10을 배포할 때, 게임사가 대용량 게임 프로그램을 배포할 때, 포털의 웹툰 서비스나 동영상 서비스, 부가통신사업자가 스포츠 중계를 할 때(가령 아프리카 TV의 야구 중계) 사용되고 있다”며 영국 BBC의 iPlayer, Sky, Channel 4뿐만 아니라 100만 회원의 Zattoo, 중국 차이나텔레콤의 Media Telecom Network, PPTV의 PPLive, QQLive, PPStream 도 P2P CDN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KT가 P2P 그리드 서버 IP 수백개를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픈넷은 지난달 논평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KT가 망중립성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라우터의 경로를 추적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는데, 올해 5월8일부터 10월7일까지 5개월 동안 KT가 차단한 IP만 575개에 이른다. 오픈넷은 “KT가 차단한 IP 주소에는 미국 아마존의 서버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오픈넷의 주장은 “KT의 P2P 차단 행위는 망중립성 원칙 위반일 뿐만 아니라, 기간통신사업자가 자신의 설비 등의 제공에 관하여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지 못하게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1호의 금지 행위에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 @Pixabay

오픈넷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망 혼잡이 발생한 경우(P2P 그리드 트래픽 차단을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볼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바로 ‘망 혼잡’이다),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heavy user)의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KT는 초다량 이용자의 트래픽이 아니라, 이용자가 접속하는 서버의 IP 주소를 통째로 차단하였기 때문에 합리적 트래픽 관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오픈넷은 KT가 웹하드 사업자의 그리드 트래픽만 선별적으로 차단한 것은 망중립성의 주요 원칙인 ‘비차별성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오픈넷은 “KT는 P2P 그리드 트래픽이 약관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미래부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에 비추어 부당한 주장”이라며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은 ‘적법한 계약 등을 통한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관리하는 경우’ 합리적 트래픽 관리유형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망 사업자의 자의적 트래픽 관리 우려가 있다는 시민사회의 의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는 ‘이용약관에 따른 합법적 트래픽 관리’라고 주장했다. KT는 7일 미디어스에 “당사는 차단이 아닌 관리의 입장으로 불법 음란물, 저작권 위반 등의 문제가 있는 불법 P2P로 이용되는 트래픽을 관리한 것”이라며 “망중립성 위반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KT는 그리드 방식의 웹하드 서비스를 ‘변칙’ 또는 ‘불법’ P2P라고 주장하면서 “개인 인터넷이 변칙 P2P에 쓰이게 될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이용자들까지 인터넷 이용속도를 저하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 101동 1001호의 PC가 변칙 P2P로 인해 대용량 파일을 전송하게 되면, 동 전체 회선 대역폭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KT는 일본, 영국에서도 이 같은 방식의 P2P 전송에 ‘속도 제한’을 둔다고 전했다.

오픈넷의 문제제기에 이어 한겨레 등 언론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KT는 <변칙 P2P 서비스사업자에 대한 정보전송 제한조치의 합법성>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12월8일자로 작성해 언론에 배포했다. 자료에 있는 KT 주장의 핵심은 △일반 웹하드는 수익에 비례해 서버비용 및 회선사용료가 증가하지만 그리드 방식의 변칙 P2P는 사업자가 이용자의 네트워크를 점유해 부당이익을 취하고 △웹하드 사업자가 P2P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 정보를 취득하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망법에 위배되며 △KT는 이용약관을 통해 개인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서비스를 사업용‧상업용 등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는데 변칙 P2P 서비스는 이를 위배했다는 내용이다.

KT는 “본사는 웹하드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변칙 P2P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여 변칙 P2P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관리하였을 뿐 특정사업자를 차별한 적이 없다”며 망중립성 위반 주장을 반박했다. 여기서 KT가 ‘특정사업자로’ 지칭한 곳은 케이그리드라는 업체인데, 이 업체는 대다수 웹하드 사업자에게 그리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본사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변칙 P2P 트래픽의 90% 이상은 케이그리드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는 그리드 방식의 P2P를 막지 않으면 품질이 저하하고 망 증설을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도 주장했다. 또, KT는 “웹하드 사업자가 변칙 P2P 방식으로 계속해 사업을 영위할 경우 본사는 2016년부터 연간 2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 @Pixabay

KT가 웹하드와 P2P 이용에 제동을 걸고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오픈넷의 남희섭 변리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웹하드와 P2P가 KT망에서 차지하는 것은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고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트래픽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KT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손해가 된다고 해서 P2P 서버를 차단하고 차별하고 있다. 결국 KT가 요구는 웹하드 사업자에게 망사용료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드 방식은 서버 역할을 이용자(peer)가 나누는 것이고, 윈도우즈10이나 게임 업데이트를 할 때도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를 막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망중립성을 위반하면서까지 P2P 서버를 차단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라는 게 오픈넷 주장이다.

남희섭 변리사는 KT가 관리의 근거로 들고 있는 이용약관에 대해 “개인이 대규모 회선을 신청해 이를 소매용으로 재판매하는 것을 막는 취지라며, 애초 사업자들은 P2P를 겨냥해 ‘이용자와의 계약을 통해 합리적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으려고 했는데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미래부에서도 해당 조항을 뺐다”고 전했다. 그는 웹하드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탈취한다는 KT의 주장에 대해서도 “P2P를 위해서는 그리드 프로그램이 (서버가 된 이용자의 컴퓨터에) 해당 파일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일정 크기 이상의 동영상 파일 목록을 확인한다. 그리고 해시값만 가져간다”며 “설령 모든 정보를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는 이를 정부에 악성코드로 신고해 확인해서 차단해야 하는데 KT는 공론 절차를 생략했다”고 재반박했다.

통신사업자들은 그 동안 ‘일부 헤비유저, 웹하드, P2P, 새로운 트래픽 때문에 비용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삼성스마트TV 때도 그랬다. 사업자들은 이를 명분으로 인터넷종량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해왔다.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나면 망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망을 고도화해야 하는 것은 사업자들의 역할이다. 트래픽과 패킷을 차별하는 것은 망사업자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KT는 망사용료를 받고 싶은 욕심에 망중립성 원칙을 깼다. KT는 현재 유선부문 1위 사업자이지만 경쟁사업자가 ‘우리는 P2P를 차단하지 않습니다’라는 마케팅을 하게 되면 그간 쌓아올린 지위가 대번에 무너질 수 있다. 101동 1001호가 P2P를 하든 말든, 음란물을 공유하든 말든 KT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KT는 도를 넘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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