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취재‧편집 3인 이상’에서 ‘5인 이상’으로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2015년 11월19일자 공포)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자본력(인원)을 기준으로 언론 언론을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유예기간 1년이 지난 뒤 언론사 지위를 잃게 될 소규모 인터넷신문, 정의당(대표 심상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위원장 이강혁)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변 언론위는 “신문법 시행 개정령이 위험임을 구하는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오는 18일 제기할 예정”이라며 “현재 청구인단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신문에 대한 규제강화는 주류언론, 정부, 재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까닭에 모법을 거치지 않고 ‘시행령’을 통해 강행됐다. 주류언론은 정해진 ‘광고‧협찬’ 파이에서 자기 몫을 더 챙길 수 있고, 정부는 온라인에서 ‘비판언론’을 줄일 수 있다. 재계는 ‘인터넷언론이 난립해 사이비언론이 늘었다’며 규제강화를 요구해왔다. 시행령 개정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콘텐츠 확산력이 큰 인터넷신문의 특성상 사실확인 기능 및 저널리즘 품질 제고를 위한 제작여건(취재, 편집 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규제강화로 미디어스 뉴스민 참소리 비마이너 평화뉴스 등 대안언론들은 사라지게 된다. 이들은 주류언론의 한계를 극복할 목적으로 출범, 미디어‧노동‧장애 등 사각지대를 취재‧보도해왔다. 이들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2016년 11월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한다. 문화부는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언론행위는 계속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들 신문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기업, 포털사이트에서 쫓겨날 처지다. 이른바 ‘유사언론’, ‘사이비언론’이 되는 셈이다. 1인미디어 등 소규모 언론은 당장 지금부터 5인 이상이 돼야 인터넷신문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은 인터넷신문의 통폐합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인터넷신문 1776곳을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 1~4인을 고용한 인터넷신문사는 38.68%(687개사)에 이른다. 문화부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200여개 포함)은 2014년 기준 5950개인데,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2300여개 매체가 언론 지위를 잃게 된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고려해 5명 이상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연매출이 최소 1억원이 돼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인터넷신문이 전체 80%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결과도 있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정의당)

이런 까닭에 이번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에 비유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4일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단장 추혜선)이 주최한 <풀뿌리인터넷언론 지킴이 센터 현판식 및 인터넷언론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시행령 개정의 목적은 ‘사이비언론의 폐단을 줄이자’는 것이지만, 기자가 4명은 사이비고 5명은 언론이라는 것은 자의적이다. 누가 이 기준을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정신, 1인미디어 시대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과거 전두환 신군부 정권의 언론 통폐합 정책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위원장인 이강혁 변호사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실질적으로 일정 자본력(상시고용인원) 이상을 지닌 경우만 인터넷신문으로 허가하겠다는 내용의 ‘언론 허가제 수단’이 된다”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행령이 상시고용인원 숫자 등을 등록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 종이신문 등 다른 언론매체와 인터넷신문을 차별하고 △주류언론 중심의 유사언론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 원칙에 어긋나는 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민변 언론위원회는 개정된 시행령이 명백하게 위헌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는 이미 3인 이상으로 규제해왔고, 이를 5인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정책재량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미디어스 질문에 “3인에서 5인으로 바꾼 것은 단순한 양적 변화로 보일 수 있다. 지금까지도 시행령으로 등록요건을 정했고 문제제기가 없었다”면서도 “5명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대다수 인터넷신문들에게 이 같은 규제강화는 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종이신문의 등록요건을 ‘사업자가 소유한 윤전기 1대’로 정한 시행령이 위헌이라는 판례가 있다. 법리적으로만 봤을 때는 충분히 다툴 만하고, 승소할 수 있고, 승소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 이강혁 민변 언론위원회 위원장 (사진=정의당)

‘인터넷신문 등록규제 반대 대구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모 대구경북언론노조 의장은 “지역민방과 지상파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보도하는 것은 희박하다. (평화뉴스, 뉴스민 등) 대구경북지역의 인터넷신문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창조경제, 1인미디어 시대, 심지어 신자유주의 규제완화에도 어울리지 않는 규제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5인 이상이면 저널리즘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로 인터넷신문을 강제폐간하는 것은 언론을 옥죄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대안언론들이 언론사 지위를 잃게 되면 주류언론에 대한 감시, 정부와 기업에 대한 비판‧감시, 사각지대 취재가 약화된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등록하지 않은 ‘유사언론’이 국회, 청와대, 삼성, 정부부처에 출입이 가능할까. 떼를 써서 출입하더라도 출입기자단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지역에서 사회적 소수자와 사각지대를 취재해온 인터넷매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주류언론이 그 공백을 채우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신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은 풀뿌리인터넷언론 지킴이 센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추혜선 언론개혁기획단장은 “정의당은 기획단을 중심으로 풀뿌리인터넷언론 지킴이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며 “센터는 방송‧언론 관련 학계와 연계한 학술적 지원, 정의당의 지역시도당과 연계하는 지역인터넷언론 공동대응, 민변 언론위원회와 함께 하는 헌법소원 및 법률지원, 토론회나 각종 캠페인을 통한 대국민 홍보를 맡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해당 시행령에 피해를 입고 있거나 곤란을 겪고 있는 인터넷언론의 제보를 받고, 다양한 지원책들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 (사진=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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