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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단박에 허물어진 ‘은산분리’ 원칙‘창조경제’ 구호로 무너뜨린 대원칙… 자산 2조원 카카오와 KT는 대기업이 아니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01 18:12

인터넷전문은행은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창조경제’와 ‘금융개혁’의 산물이다. 정부는 ICT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필요하다고 불을 지폈고,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지난 7월 이를 뒷받침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핵심은 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로 제한하던 것을 50%로 완화하는 ‘은산분리’ 원칙을 깨는 내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담당한 금융위원회(위원장 임종률)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이 법안을 심의 중인데도 지난달 말 카카오와 KT가 참여하는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예비인가 결정을 내렸다.

신동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의 내용은 이렇다. 우선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은행업을 전자금융거래 방법으로 영위하는 은행’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저자본금을 시중은행의 4분의 1 수준인 250억원으로 낮춰줬다. 그리고 “혁신적인 ICT기업 등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지분 보유한도를 10%에서 50%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다만 법안에는 재벌(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해서는 현행 규제를 계속 적용하겠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한도를 4%로 규제하는데, 금융위원회가 이를 초과하는 지분을 카카오와 KT에 허용하고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에 대해 예비인가를 내준 것은 은행법 개정안 때문이다. 카카오은행 컨소시엄에서 카카오의 지분은 10%이고, 케이뱅크 내 KT 지분은 8%다.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GS리테일(10%), 다날(10%), 한화생명보험(10%)도 혜택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들 비금융주력자에 대해 의결권을 4%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위의 이번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 예비인가는 국회의 은행법 개정보다 먼저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벌이 아니라면 누구나 은행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정부는 ‘ICT 기업을 통한 금융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산업자본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터준 것은 은산분리 원칙 자체를 깨버리는 일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1일 논평을 내고 “개정안의 통과 여부를 떠나 이 은행법 개정안 자체가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완전히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은산분리의 원칙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논란 및 대주주의 사금고화 문제는 사실상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넘는 카카오와 KT가 대기업이 아니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 @Pixabay

애초 카카오, KT, SK텔레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두고 ‘은산분리’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제기를 덮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9월 “KT와 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서 이들 ICT기업의 지분참여 비율은 각각 10%에 불과하지만(4%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불행사 각서 제출), 이들 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전략 수립 및 집행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향후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최대주주 변경 약정까지 맺은 사실로 볼 때, 각 컨소시엄은 KT와 카카오의 사실상 영향력 행사를 용인하는 명시적․암묵적 계약을 맺은 것이며, 그 자체로 의결권 공동행사를 약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참여연대가 예로 든 카카오은행을 보자.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동일인’은 본인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는데(은행법 제2조 제1항 제8호), 특수관계인에는 ‘본인과 합의 또는 계약 등으로 은행 주식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자’가 포함된다(시행령 제1조의4 제1항 제9호). 예를 들어, 10%를 보유하고자 하는 카카오와 50%를 보유하고자 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의결권 행사에 관한 합의를 했다면, 양자는 특수관계에 있는 동일인이므로, 양자를 모두 합쳐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비금융주력자인 카카오는 자산이 2조원이 넘는 산업자본인데, 이럴 경우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모두 합쳐 10% 넘는 주식을 보유할 수 없고, 그중에서도 4%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카카오가 카카오은행을 주도하고, KT가 케이뱅크 컨소시엄의 주인공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이들은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은 4000만 카카오톡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 1700만 이동통신 가입자를 데리고 있는 KT가 자신의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가입자를 상대로 ‘수수료 장사’를 하고, 또 그 이득을 배당으로 챙길 수 있는 사금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의 가입자들은 ‘수수료 징수’ 대상이자 ‘대출 영업’ 대상이자 ‘추심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은산분리 원칙의 핵심은 ‘산업자본의 경제력이 은행에까지 닿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경제와 금융혁신이라는 구호로 은산분리 원칙을 한순간에 사라졌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이야기를 꺼내면서부터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제 수수료, 대출 이자를 선물해 줄 사업자는 정해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금융위원회가 국회의 은행법 개정 논의 중에 선제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은 은산분리 원칙을 완전히 깨버리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을 산업자본의 금고로 만드는 중이다. 주목해야 한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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