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거대 이동통신사들의 방송시장 독과점으로 콘텐츠사업자들이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돼 유료방송이 KT와 SK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경우, 거대 플랫폼사업자들이 콘텐츠 저작권과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의 이익단체인 방송협회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전이될 것을 방지하는 대책과 함께 엄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한국방송협회는 1일 <재벌기업의 방송시장 독과점 방지를 위한 엄정한 대책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인수합병이 최종 승인되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가입자에 CJ헬로비전 가입자까지 총 745만 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며 “이는 유료방송업계의 26%를 차지하는 비율이고, 결국 유료방송업계는 SK텔레콤과 KT 양대 통신 대기업의 과점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협회는 “이미 방송콘텐츠 시장은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강이 진출하면서부터 황폐화되기 시작했다”며 “통신 대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케이블SO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화를 묶으면 방송은 공짜’라는 손쉬운 마케팅에만 골몰했고, 차별화된 서비스보다는 저가 후려치기 결합판매 전략만으로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공짜로 뿌리는 ‘경품’으로만 치부했던 방송 콘텐츠이니 제값을 치를 리는 만무했고, 서비스 혁신과 차별화된 콘텐츠 수급도 뒷전이었다. 그 결과 방송서비스는 저가로 고착화됐고, 고품질 콘텐츠에 대한 투자 동력이 꺼져가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이어 “이런 탓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더욱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송과 인터넷, 케이블까지 몸집을 불린 SK텔레콤과 이에 맞선 경쟁사들이 지금보다 더 노골적으로 국내 방송 콘텐츠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이용할 것”이라며 “또 그 결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유료방송시장 전체를 완전히 장악할 경우,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사의 하청 업체로 전락하고 콘텐츠의 공익성과 다양성 역시 훼손될 것이 자명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이동통신사의 시장지배력이 방송에까지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방송협회 제언이다. 협회는 “정부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이 강조한 것처럼 효율적인 경쟁체제 구축과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또한 다른 사업에서의 지배력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제공 사업으로 부당하게 전이되지 아니하도록 엄정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허가 심사는 물론 재벌 기업의 방송시장 독과점 확대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를 잠재울 명확한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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