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입니다. K리그는 리그 5위에 머물렀던 포항이 우승을 차지하자 이런저런 비판여론에 시달렸습니다. 축구라는 종목에 과연 포스트시즌이 어울리는지, 한 시즌의 결과가 너무 소홀하게 다뤄지는 건 아닌지 등등. 이 같은 비난들은 일본 정도에서나 볼 수 있는 플레이오프 시스템이 불러온 결과인데요.

단일리그로 운영됐던 시기도 있지만, 전후기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던 시절도 있었던 초기부터 90년대 중반, 이후로 단일리그에 4강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다가 2000년대에 접어들며 잠시 다시 단일리그를 치릅니다. 허나 포스트시즌이 주는 효과들에 무너지며 전후기+4강 PO와 단일리그+6강 PO 시스템을 이어가던 우리의 K리그.

▲ 이젠 플레이오프의 이름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K리그 챌린지와 승강제의 접점!
승강제의 발판으로 도입된 스플릿 라운드와 함께 간신히(?) K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가 사라졌습니다. 축구에서는 한 시즌 동안의 성과가 훨씬 더 중시되는 가치란 점에서 포스트시즌은 어쩔 수 없는 부분에 필요한 요소, 그만큼 리그를 치렀던 결과물에 대해선 그 나름의 과정과 결과, 그 기록들과 성과를 분명히 인정해야 할 텐데요.

우리 K리그는 독특합니다. 모든 팀들의 경기 숫자가 다르게 표기될 수밖에 없어지는 포스트시즌을, 최종 성적표에도 고스란히 반영하는 독특함(?)을 띄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부터 꾸준하게 마찬가지인데요.

단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2007년 포항 우승의 성적표를 보면 우승팀 포항의 경우야 우승팀이니 이해가 됩니다만, 2009년 같은 경우 리그 1위팀 전북만이 승점도 가장 높을 뿐(57점)입니다. 2위로 기록된 성남은 45점, 4위 전남은 42점이지만, 최종 3위 포항과 5위 서울은 승점 53점, 6위 인천도 43점이죠. 말 그대로 승강플레이오프의 결과를 모두 ‘순위’로 반영하면서 한 시즌동안 기록했던 성과가 모두 꼬여버렸습니다.

44경기의 결과보다 2~3경기의 포스트시즌으로 순위 자체가 바뀌는 것. 우승을 결정하기 위한 혹은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결정하기 위한 단판승부에 너무 큰 변수가 아닐까요? 무엇보다 각 팀의 기록을 보여주는 데 있어 ‘경기 숫자’가 저마다 다르다는 건 다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 승점은 1위와 동일, 그러나 2015 K리그 챌린지 3위로 성적표에 남겨진 대구FC.
플레이오프가 없는 ‘K리그 클래식’은 이 같은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만, 큰 관심도 받지 못하는 ‘K리그 챌린지’에서는 이 같은 순위표의 혼돈이 여전한 상황. 지난해 4위였던 광주FC가 2위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올 시즌도 승점상 3위인 수원FC가 2위로 자리합니다. 이럴 거면 1부리그 강등팀을 2부리그 1위에 표기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입니다.

연맹에서는 정해진 규정에 맞춰 이뤄진 결과라 합니다만, 이 결과 자체에 이상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이상한데요. 포스트시즌이 훨씬 뜨거운 야구에서도 정규시즌 결과와 플레이오프는 별도로 계산하고 순위도 우승만 취급합니다.

아무래도 이상한 한 시즌의 순위표, 플레이오프의 문제점을 극복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결과는 이상해보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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