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에서의 '주장'은 그 위치가 참 애매합니다. 축구처럼 심판에게 공식 항의를 할 수 있고, 누군지를 라인업에 명시하는 주장과는 다르죠. 심지어 축구에서는 그 경기의 주장이 교체될 때, 주장 완장을 넘기고 경기장을 나섭니다.

우리 야구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많은 '주장'들이 유니폼이나 헬멧에 주장 표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만. 보편적으로 하는 건 아닌 상황, 그만큼 야구에서의 주장은 다소 애매한 것도 사실입니다.

▲ 2년 간 주장을 뜻하는 C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던 LG 이진영, 이젠 kt 소속입니다.
경기 내에서 어떤 특별한 역할보다는, 팀내 분위기를 다잡고 선수들 사이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몫을 맡아야 할 야구단의 '주장'! 부진과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더라도 덕아웃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파이팅을 불어 넣기도 합니다. 성적이라는 수치로 지정하긴 힘든, 또 나이라는 보수적 가치로 정하기도 애매한 그런 자리가 야구단의 '주장'이기도 한데요.

그래도 팀의 구심점이라 할 그 주장들이,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들이 이 겨울 ‘시장’에 많이 나왔습니다. FA라는 자격 취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유독 이번 FA시장엔 각 팀의 '주장'들이 많은데요.

역대 야수 2위에 해당하는 FA계약으로 소속팀에 남은 한화 김태균, 넥센이 반드시 잡겠다고 천명했던 이택근 등 주장이었던 팀에 남게 된 두 명의 선수가 있다면,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 기한을 넘긴 주장들도 있습니다. 군사훈련 관계로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두산 오재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충격이 큰 건 삼성 박석민입니다.

▲ ‘시장에서 ​평가를 원했다’까진 이해되지만 그 이야기 내내 협상 분위기가 좋았다니, 참...
시즌 전부터 올 시즌 FA로 박석민 선수가 나온다면 어떨 것 같은가에 대한 질문에 ‘남는다’고 말해왔던 입장, 그 근거 가운데 하나는 바로 ‘팀의 주장을 맡은 첫해’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성적과 우타자라는 가치를 떠나 팀에서 나름의 역할을 부여한 선수라는 점은 FA계약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생각했는데요. 내부적인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참 낯설게 다가오는 박석민 선수입니다.

이미 앞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지며 시장에 나왔던 LG 이진영의 충격파가 있긴 했습니다만, 다른 해보다 각 팀의 주장들이 새로운 시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이 많아진 듯한 2015 스토브리그.

주장이란 가치가 특별한 건 아닐지도 모를 야구에서, 또 시장의 흐름이 냉정한 야구판에서 그 캡틴들의 이동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임에도 씁쓸합니다. 그리고 안타깝단 마음이 드는 걸 지울 수 없습니다.

일단 아직 두 명의 주장은 소속구단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한 명은 쉽진 않아 보입니다만, 이 겨울 시장을 이런 관점으로 지켜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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