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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인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극우세력의 방송장악 ②]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차이를 중심으로
권순택 기자 | 승인 2015.11.26 10:50

박근혜 정부의 방송 언론계에 대한 ‘인사’가 연일 논쟁거리다. 공영방송 KBS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여권인사로부터 제기됐지만, ‘불공정·편파보도 종결자’라고 불리던 고대영 후보자가 24일 KBS 사장으로 무사히 취임했다. 이로써 고대영 사장의 손에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보도가 쥐어졌다. EBS의 경우 차기 사장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데, 그 또한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뉴라이트 활동으로 악명을 떨친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탈락했지만 그래도 ‘최악 아니면 차악’이라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대한 방송 언론계의 기대감은 제로에 가깝다.

야권 인사들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준석 씨는 얼마 전 JTBC <썰전>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개각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누구를 장관시키겠다’라고 하면 언론에 서너 명 이름이 나오고, 그 반응에 따라 여론을 가늠해 개각을 진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인사실패를 줄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여론조사도 없이 비밀리에 인사를 추진하다보니 구설수에 더욱 자주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각이 그렇게 비밀리에 진행돼야 하는 건지 의문이든다”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언론은 이를 ‘깜짝인사’라고 포장하지만 사실은 검증 없는 밀실인사일 뿐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우, '/'앞의 3명이 청와대 추천임. 이명박 정부에서 괄호 안 '->' 표시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에서 교체됐다는 의미이다.

박근혜 정부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낙하산인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임정권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에 “우리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약속은 출범 초기부터 깨졌다. ‘낙하산’이라는 절차의 문제는 ‘전문성’으로 둔갑했다. 언론계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방송 언론계에 대한 인사가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언론장악의 양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다시 점검해볼 때다.

#1. 이명박 정부의 방송계 인사 분석…임기보장 기관장 몰아내기와 MB특보 ‘낙하산’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전 분야에 걸쳐 ‘코드인사’를 밀어 붙였다. ‘강부자’, ‘고소영’ 등의 조어가 만들어 질 정도였다. 언론계 인사 물갈이의 중심에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유인촌 장관, 신재민 차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등이 있다.

‘최장기’라는 수식어로 잘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MB대선캠프 최고의사 결정기구 조정자 역할을 했던 ‘6인 위원회’ 멤버로 대통령의 ‘최측근’, ‘멘토’로 통했다. 그를 방통위원장에 앉힌 것부터 전형적인 코드인사(경북포항)이자 방송장악을 위한 초석이었던 셈이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방송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을 받기도 했다. 구 방통위(방통위+미래부)는 ‘방송정책’은 물론 ‘통신’과 ‘뉴미디어 서비스’ 등에 관한 의제를 주요하게 다뤄야했는데 최시중 전 위원장은 언론유관 경력이래봐야 60~70년대 신문사 기자로 일한 게 고작이고, 사실상 ‘정치인’의 행보를 지속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최시중 전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여론조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신뢰성 훼손 문제를 야기 시킨 장본인(갤럽 출신)이기도 하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전천후 요격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방송계의 모든 인사 권한을 쥔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유인촌 전 문체부장관,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임기가 보장된’ KBS 사장부터 손을 댔다. KBS 김금수 당시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 문제를 해결하라’고 종용한 것이다. 정연주 전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감사원과 검찰, 방통위, 국세청 등이 동원됐다. 김금수 이사장이 돌연 사퇴했고 신태섭 KBS 이사는 해임됐다. 이 때문에 KBS이사회 여야 추천 구성은 뒤집어졌고 정연주 사장은 ‘배임’ 혐의로 해임됐다. 정연주 사장의 후임은 이병순 보궐 사장을 거쳐 MB캠프 김인규 방송전략실장에게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계는 ‘낙하산’에는 대선 당시 꾸려졌던 대규모 MB언론·방송특보단이 그 중심에 있었다. 청와대는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유인촌 장관(강부자)을 통해 자신의 대선을 승리로 이끈 주역들에게 마치 전리품을 선물하듯 임기가 보장돼 있던 기관장들을 내쫓고 그 자리를 내줬다. KBS이사장에는 손병두 대통령 정책자문위원이 임명됐다. '김인규 체제'는 손병두 전 이사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김인규 전 사장은 KBS에 들어오기 직전 이명박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던 IPTV협회(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었다.

이명박 정부는 YTN 사장에 방송특보단 상임특보 출신 구본홍 씨(대구/고려대)를 앉혀 노조의 격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촉발시켰다. 이 밖에도 방송특보였던 차용규(경남 창녕)와 정국록(부산/경남고), 이몽룡(고려대) 등이 각각 OBS사장과 아리랑TV사장,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사장직에 올랐다. 언론특보였던 최규철 씨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으로 앉으며 입맛에 맞는 박정찬 씨(포항/고려대)로 연합뉴스 사장을 갈아 치웠다. MBC 사장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평소 친분이 있던 김재철 씨(사천/고려대)가 발탁됐다. MB외곽조직 ‘희망포럼’ 대표를 지낸 이춘호 씨(강부자)는 KBS와 EBS이사장 등 공영방송 3연임을 최초로 달성했다.

   
▲ KBS 김인규 전 사장과 손병두 KBS 이사장, 김재철 MBC 전 사장,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전 사장, 구본홍 YTN 전 사장, 이춘호 EBS 전 이사장, 이성준 한국언론진흥재단 전 이사장(사진=연합뉴스)

MB언론·방송특보단은 언론관련 공공기관장으로도 내려왔다. 방송광고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에는 양휘부 씨(경남고/고려대), 정부광고 대행판매 및 언론기금 담당하는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는 이성준 씨가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인사를 주도한 유인촌 장관은 김윤수·황지우·김정헌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일방적으로 해임조치하면서 논란의 단초를 만들었다.

최시중 위원장은 그가 공언한대로 마치 전천후 요격기와 같이 조중동에 종합편성채널을 내주는 일들을 차근차근 이어갔다. 현재의 90대 10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토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그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계 인사는 줄곧 ‘고소영’ 등에 맞춰져 있었다. MBC 대주주 방문진 김우룡, 김재우 전 이사장 또한 고려대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특징은 한마디로 ‘불도저’식 MB특보 내리꽂기의 전형으로 풀이된다. 그러다보니 고려대와 영남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이 내외부의 압력에 따라 사퇴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정연주 KBS 전 사장 처럼 참여정부시절에서 등용된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들은 남은 임기에 상관없이 사퇴해야한다’는 나쁜 전례를 만든 것이다.

#2. 박근혜 정부, 개국공신과도 무관한 방송계 ‘낙하산’

박근혜 정부의 언론계 낙하산은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고 강창희 의원이 국회의장을 지내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그룹이라는 7인회 멤버 일부가 주요요직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계에 직접 내려온 이는 없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사퇴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던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에 돌아갔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는 이심전심,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할 만큼 코드인사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방통위의 핵심적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다는 점에서 방통위 위상은 축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 최시중 전 위원장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언론계 안팎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연임설이 나돌았으나 잔여임기만 채운 채 교체됐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이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이는 최성준 씨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승리에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박’인사로 분류되던 허원제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반기 부위원장직에 만족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거대 공룡부처라는 비판을 받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장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낙마’한 김종훈 씨를 비롯해 최문기 전 장관, 최양희 장관 모두 박근혜 정부 개국공신은 아니다.

   
▲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이인호 KBS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최양희 미래부 장관, 안광한 MBC 사장, 박효종 방통심의위 위원장, 김병호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언론계 인사 중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 박효종 위원장(캠프 출신)과 한국언론진흥재단 김병호 이사장(캠프 공보단장) 정도로 압축된다. KBS에서 논란을 낳고 있는 이인호 이사장 또한 정부출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을 하다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대선승리와는 거리가 먼 인사이다.

이런 양상은 언론계 밖에서도 관측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인사’ 관련 비판을 받아왔다. 대선 승리의 주역들이 찬밥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그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경제민주화’를 주도했던 김종인 교수와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냈던 이상돈 교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러한 예측은 고스란히 빗나갔다. 김종인 교수는 급기야 2013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민주화를 기대한 건 과욕이었다”는 말 한 마디를 남긴 채 새누리당을 떠났다. 이명박 정부가 ‘개국공신’들을 챙겼던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명박 정부와 같이 개국공신들이 언론계 주요 요직에 앉히는 문제는 피해갔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수의 선심성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됐지만 공약 이행에 대한 책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것이다. 여기에 각 분야에서 어떤 정책이 어떻게 추진될 것인지에 대한 가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도 문제다. 경제민주화는 그 단적인 예다. 언론계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후보시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단 한 줄의 언론관련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추진하는 단위는 모호했다. 결국 국회에서 공약이 파기됐는데도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청와대 문고리3인방으로 불리우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는 앞서 언급했듯 ‘언론계’ 관련 인사에 있어서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유인촌 장관이라는 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MB특보 출신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청와대 문고리3인방 등 ‘비선라인’ 등에 의해 이뤄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너도나도 ‘친박’인사를 표방하면서 자리 약속을 하고 다니는 통에 유난히 인사에 ‘잡음’이 많이 일어난 것도 특이한 점이다. KBS 고대영 사장 임명 과정에서 여권 인사였던 강동순 씨가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한 것과 유사한 사례들이 이미 발생했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곽성문 사장에 대해서도 당시 탈락한 여권인사가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라는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자니윤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임명 또한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좌우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인사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렇듯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계 인사는 수첩인사, 비선라인을 통한 ‘밀실인사’로 풀이된다.

#3. 박근혜 정부의 언론계 ‘수첩인사·밀실인사’의 특징은?

박근혜 정부의 ‘밀실인사’에도 나름의 특징이 있다. 이경재 위원장의 ‘연임실패’와 유진룡 장관의 ‘경질성 해임’ 그리고 KBS 이길영 이사장과 진영 복지부장관의 ‘도중 사퇴’ 등을 종합해보면, 그 첫 번째 특징을 헤아려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비선라인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 인물에 대한 가차 없는 응징이 그것이다.

이경재 전 방통위원장의 경우 국회에 출석해 내놓은 발언 하나가 연임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KBS에서 청와대로 직행한 민경욱 대변인과 관련해 이경재 전 위원장은 ‘윤리강령 위배’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나름의 '소신 발언'이었지만 결국 청와대에 밉보이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역시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경질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진룡 전 장관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에 자니윤이 내정되자 그를 직접 만나 사장이 아닌 감사직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유진룡 전 장관은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인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었던 유진룡 전 장관은 인선에 있어서 사전 조율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각 총사퇴’ 발언을 한 것 또한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 이경재 전 방통위원장과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진영 전 복지부장관,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KBS 이길영 이사장은 길환영 전 사장의 해임 이후 돌연 사퇴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서는 길환영 전 사장의 해임 찬성 및 처리 등의 이유로 청와대로부터 밉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영 복지부장관의 사퇴과정은 이미 언론을 통해 그 전말이 알려졌다. ‘기초연금’ 등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와 관련해 진영 전 장관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에 반대한다, 양심의 문제”라며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면도 하지 못했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종합해보자면, 답은 하나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인사에 반기를 들거나 다른 입장을 조금이라도 밝히면 안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조금의 상식도, 조금의 소신, 조금의 항명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저 청와대가 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이런 태도는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줬다.

전문성 없는 인물들이 언론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때도 이 즈음이다. 방송정책 전반을 관장하게 된 최성준 현 방통위원장은 판사출신으로 방송은커녕 언론 관련 전문성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높았다. 물론,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직 운영을 합리적으로 처리한다는 평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사’에 있어서는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KBS이사로 전문성 등 측면에서 논란이 컸던 이인호 이사장(연임)과 조우석, 차기환, 강형규 이사 등을 대거 임명했다. MBC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에는 고영주, 김광동 이사들을 포함시켜 논란의 단초를 만들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는 이석우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곧바로 투하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곽성문 전 의원 역시 '중앙정보부 프락치 의혹'에도 방송광고진흥공사에 자리 잡았다.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종덕 씨의 역시 아리랑TV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방석호와 김병호 등을 임명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김종덕 장관의 이런 행보는 유진룡 전 장관 등의 경질에 대한 학습효과로 해석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역시 인사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초대 최문기 장관은 농지법 위반 및 부동산 투기, 불법증여 등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던 인물이다. 최양희 현 미래부 장관 또한 잔디밭 위의 급히 심어 놓은 듯한 고추모종 등 농지법 위반과 부동산 투기, 다운계약서, 탈세, 병역의혹 등으로 논란에 휘말렸다. 박효종 방통심의위 위원장 또한 ‘방송관련’ 이력이 전무해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찍은 인물들이라면 ‘부적절’ 논란이 일더라도 틀림없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 ‘비전문성’, ‘극우인사’만 문제인가

박근혜 정부 인사와 관련해서는 ‘비전문성’만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도 발견된다. 정치·역사 인식의 편향이 그것이다. 방통심의위 청와대 인사 몫인 3자리 모두 ‘극우인사’로 분류되는 박효종, 함귀용, 조영기 위원에게 돌아갔다. KBS이사회에는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차기환·강규형 이사, 방문진에는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 이사, EBS이사회에는 조형곤 이사 등이 방송계 요직에 배치됐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차기환·김광동을 제외하고는 정치편향은 몰라도 ‘이념적 편향 인물’은 찾아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 곽성문 코바코 사장,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스타일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문성’과 ‘개국공신’보다는 하고자 하는 인사와 정책에 충성을 다하는 인사들을 등용하고 끊임없는 줄세우기와 충성맹세를 요구하는 식이다. 단순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코드가 같다는 것을 넘어서는 수준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내 임명직을 원하는 인사들의 경우, 자리쟁탈전이라는 경쟁구조가 형성돼 있다. 그러다보니 극우인사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성향을 더욱 드러내는가의 경쟁이 펼쳐지면서 잡음의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을 비롯한 많은 인사들에 대해 ‘막말’ 논란이 일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곽성문 코바코 사장의 이력서는 충성맹세서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영주 이사장이나 조우석 이사 등의 공영방송 이사 지원서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정부여권 지도부들이 막말을 견제해야하는데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내 역시 청와대를 견제하기 보다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기점으로 충성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옳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또한 ‘국사학자 90%가 좌편향’ 등의 막말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그 안에 최소한의 예우나 인간적 도리, 합의의 정치는 작동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독립성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지 못한다. 임명 때부터 명확한 임무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극우’인사들이 언론계 등용된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KBS 이인호 이사장으로 시작된 ‘KBS 내 역사전쟁’이 그 단적인 예다. KBS 고대영 사장은 ‘국정방송 KBS를 위한 맞춤형 사장’이라는 의혹이 깊다. 향후, 각종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KBS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조차 어렵다. 김병호 이사장이 있는 언론진흥재단은 정부광고에 대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방통심의위 박효종 위원장은 ‘높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성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제3자 및 직권 심의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고 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여론과 별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반대여론에 부딪혀 ‘한반도대운하’를 ‘4대강사업’으로 최소한 이름을 바꿔 추진한 것과도 차이가 드러난다.

물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언론’관련 인사에 있어서 같은 부분도 있다. 현역 언론인들을 청와대 참모로 앉혀 방송사 등에 직접적인 라인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 속에서 방송의 독립성 및 제작자율성 훼손 등으로 이어지고 언론자유지수는 꾸준히 하향곡선을 타고 있다. 특정 지역 인사들이 개각에 있어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 또한 유사하게 발견되는 지점이다.

언론은 ‘전문’영역이다. 무엇보다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임무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우려되는 지점이 크다. 전문성·독립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최소한의 저널리즘이 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지고 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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