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즌이 끝난 뒤 마음을 다잡고(?) 해보는 스포츠로의 심도 있는 접근, 그 가운데 특히 야구 공부, 책이나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야구를 볼 수 있는 이맘때의 여유가 어쩌면 야구 기자에겐 휴식과도 같습니다. 물론, 각종 스토브리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과 구단의 계약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만.

10년째 야구장을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드는 생각은 ‘야구 몰라요’라는 격언! 실제로도 지난 도쿄돔에서의 ‘프리미어12 한일전’ 같은 경우는 ‘진짜 야구란 모르는 거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이 도쿄돔에서의 명승부에서 투수의 비중을 다시금 느꼈죠. 사진은 일본 투수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
승부 전체를 좌우했던 투수들의 호투와 교체 타이밍, 시속 160km가 넘는 빠른공도 직접 볼 수 있던 기회, 타자들에게 정말 치기 힘든 공을 향한 도전을 직접 느꼈던 기회였는데요.

그 뒤에 이어진 책읽기, 비시즌 기간을 맞아 시작되는 시리즈 [스포츠PD 텍스트의 계절], 첫 번째 소개할 책은 바로 그런 투구의 역사를 담은 브레인스토어의 <마구의 역사- 투수의 생존을 위한 전쟁 그리고 전략>입니다.

▲ 마구의 역사- 투수의 생존을 위한 전쟁 그리고 전략 (저자 최정식, 브레인스토어)
마구라는 단어가 주는 어마어마한 압도감, 사실 이 책엔 야구의 역사를 ‘투구’로 풀어낸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 담겨 있습니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야구사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구질들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죠. 물론, 우리 프로야구의 일화를 통해 국내 무대에서도 선보였던 마구들까지 다채롭게 전하고 있습니다.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투수의 욕망을 이른바 '마구’라고 표현한 이 책은 메이저리그를 크게 5개의 시대로 나누고 있는데요. 1920년대 이전까지의 데드볼 시대, 이후 20년간 이어진 라이브볼 시대, 거기에 이어 통합시대와 확장시대, 그리고 현재까지인 프리에이전트 시대까지! 각각 5개의 시대로 나누어 풀이한 야구의 역사는 흥미롭습니다.

각 구종의 기원 및 특징, 발전 역사를 시간에 흐름에 따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마치 구종의 연대기를 보는 듯하죠. 물론, 이 같은 흐름들은 어느 정도 야구에 관심이 있는 팬이 아니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야구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흥미롭고 야구의 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거. 투구의 각각 구종을 다뤘다는 비슷함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올 시즌 초반 방송됐던 ‘위닝샷-투구의 비밀’편이 떠올랐습니다.

▲ 우리나라 투수들의 ‘구종’을 가장 디테일하고 정성껏 분석한 스포츠 특집 중 하나일 듯!
역사의 접근이라는 건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특히 '마구’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로움은 그 재미를 증폭시킵니다. 프리미어12를 끝으로 한동안 야구 없는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야구의 그리움이 서서히 깊어질 계절이죠. 이 추위와 함께 다가온 야구를 향한 그리움을 '마구’와의 만남을 통해 극복해보는 건 어떨까요?

새로움으로 가득한 야구를 보는 시선, <마구의 역사>를 추천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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