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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일보, 전북경찰청장 ‘고추’ 발언 기사 ‘킬’사퇴·해임 요구 나오는데 지역언론은 침묵… “킬한 것 사실, 종합적으로 판단해 편집권 행사한 것”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1.23 14:00

김재원 전북지방경찰청장이 출입기자단과 만찬에서 ‘고추’ 발언을 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언론인 전라일보에서는 경찰청 출입기자가 김재원 청장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작성했으나 데스크가 ‘킬’(보도하지 말라는 뜻의 언론계 은어)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라일보는 “편집권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 지난 10월7일 김재원 신임 전북지방경찰청장이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북일보 새전북신문 전북도민일보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재원 청장은 지난 13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한 여성기자에게 고기쌈을 건네며 “고추 먹을 줄 아냐”고 물었고 기자가 “당연히 먹을 줄 안다”고 답하자, “여자가 고추 먹을 줄 알면 되나. 고추를 좋아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세 신문은 김재원 청장의 발언 때문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불쾌해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김재원 청장은 일부 기자들에게 대리운전비로 쓰라며 술잔에 1만원짜리와 5만원짜리 지폐를 감아 건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지역 언론은 이 또한 부적절한 행동으로 지적했다. 새전북신문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여성기자 6명을 포함해 2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전북지역 주요신문들은 이 소식을 주말이 지난 뒤 16일자 신문으로 보도했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새전북신문은 이재원 청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전라일보와 전민일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전라일보에서는 만찬에 직접 참여한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으나, 편집국 데스크가 이를 기사화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라일보 권희성 사회부장은 2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만찬 당일인) 13일 오전 경찰청 출입기자 캡(cap) 회의 결과 ‘만찬 기사는 각사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했다.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으나, 내가 종합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킬했다. 뉴스가치보다 사회부장으로서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권희성 사회부장은 ‘기사화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취재기자들은 취재를 열심히 하는 것이지만 데스크 회의에서 ‘아니다’ 판단할 수 있다. 데스크로서 편집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른 신문이 썼다고 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상덕 편집국장은 “내부적인 문제로 답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전라일보가 해당 기사를 내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공직사회를 감시하고 사회적 인권 감수성 확산에 기여해야 할 언론사가 오히려 사회지도층이 빚은 물의를 축소보도하려 했다는 점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전북민언련은 “김 청장의 언론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자리는 사실상 출입기자단과의 첫 번째 상견례 자리였다고 한다. 출입처와 기자단 사이의 긴장관계를 감안한다면, 이날 벌어진 추태와 패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김 청장은 경찰청 대변인 출신이 아닌가! 그만큼 지역언론을 우습게 보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재원 청장은 기자들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16일에도 기자실을 찾아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재원 청장은 “술에 취해 말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이유를 불문하고 불쾌함을 느낀 분들께 사과 드린다”며 “술잔에 돈을 건네준 행동도 먼 곳까지 찾아와 준 손님들께 감사의 의미로 차비를 건네고 싶었을 뿐 다른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북도민일보는 전했다.

전북지역에서는 김재원 청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일고 있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18일을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은 단순히 기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김 청장은 해당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만일 사퇴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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