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진영에서 EBS 사장 공모에 지원한 인사는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희 교수와 함께 하마평에 오른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원하지 않았다. 김대희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또한 지원하지 않았다. ‘이명희 내정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미디어스가 방통위(위원장 최성준)와 EBS를 취재한 결과, 지난 5일에 시작해 18일에 끝난 EBS 사장 공모에는 현 EBS 부사장과 감사 등 EBS 전·현직 임원 등 12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로는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유일하다. 이 교수는 공모 마감 직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3수가 되는 셈인데 오늘(18일)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2012년 공모에도 지원했다.

▲ 2013년 9월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기자회견에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명희 교수는 뉴라이트 진영이 ‘역사전쟁’ 목적으로 만든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자다. 그는 2013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출범시킨 ‘근현대사 역사교실’의 첫 강연자로 나서 “현재 좌파 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각각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정화 찬성 여론도 주도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99.9%의 검인정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지적하면서 예외로 ‘교학사 교과서’를 꼽기도 했다.

이명희 내정설에 힘이 실리는 것은 방통위 내부에서부터 감지된다. 방통위 핵심관계자는 1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명희 교수가 ‘원톱’(One Top)이다. 12명 후보 중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인사는 이명희 교수뿐이다. 그가 내정됐다는 이야기 때문에 여러 후보자들이 지원조차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미 지난 9월 조형곤 미디어펜 논설위원, 안양옥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국정화’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인사들을 ‘이사’로 임명했다. 교육부와 EBS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이사장이 됐다.

관건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판단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명희 교수 내정설과 논란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사장 선임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간담회에서 “이미 보도가 돼 알게 된 부분을 반영하겠다”며 “공교육의 보충, 사교육비 절감, 사회교육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분을 사장으로 선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성준 위원장이 ‘극우’로 평가되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조우석 KBS 이사 등을 임명·추천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최성준 위원장이 이명희 교수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 일부 상임위원들은 신용섭 현 사장(전 방통위 상임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9일 전에 사장을 선임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단장 추혜선)은 논평을 내고 “이미 두 번(2009년, 2012년 사장 응모 지원)이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었던, 인물이 정권의 은총을 받아 ‘역사 사유화를 위한 교과서 국정화’에 마침표를 찍는 EBS장악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희 교수는 역사학계, 소속대학 모두에서 이미 부적합인사로 공인된 인물”이라며 “그의 주장들은 학자로서의 최소한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자신의 성공을 위해 역사를 정권에다 팔려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교육방송의 사장이 된다는 것은 역사교육은 물론이고 우리 교육계의 큰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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