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소속 기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언론인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한다. 노동조합은 ‘정당한 조합활동’이자 ‘표현의 자유’라며 비판했으나 연합뉴스는 징계를 강행하는 분위기다. ‘해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인사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에 열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지난달부터 현업언론인 시국선언을 조직했고, 49개 언론사에 소속된 언론인 4713명은 11월4일 전국단위 일간신문에 “언론인의 양심으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냈다. 연합뉴스 기자들의 경우, 회사가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사규 위반’ 등을 거론하며 ‘징계’ 엄포에 선언에 참여한 개별 기자들의 이름 대신 ‘연합뉴스’로 참여했다.

연합뉴스는 언론사 내 국정화 반대 여론에 가장 공격적으로 대응해왔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김성진)이 시국선언 참여자를 모으자, 그달 28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기자가 시국선언에 참가하는 것은 일반 국민을 비롯해서 대외적으로 연합뉴스의 보도 객관성에 심각한 우려를 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참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연합뉴스가 언론사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그것도 노조위원장을 징계하고 나선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회사가 실제 징계 가능 여부를 떠나서 논란을 일으켜 청와대로부터 ‘연합뉴스 경영진은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는 ‘윤리헌장 위반’을 징계사유로 들고 있다. ‘직무와 관련해 판단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노조위원장이 어겼다는 이야기다. 연합뉴스 정천기 미디어전략부장은 1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징계를 추진하는 사유에 대해 “회사는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며 “‘연합뉴스’ 이름으로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경위를 묻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성명을 내고 “조합의 시국선언 참가는 지극히 정당한 조합활동이다. 사회적 주체인 노동조합에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며 “박노황 사장은 지금이라도 근거 없는 징계에 몰두하지 말고 공정보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부터 진행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편향된 기사를 써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는 10월15일 <역사교과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9건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국정화 논란이 아닌 ‘국정교과서 집필방향’에 대한 내용이었다. 같은 날, 연합뉴스는 ‘국정교과서’ 대신 ‘단일교과서’라는 표현을 쓰도록 지시했다. 10월29일부터 11월2일까지 내보낸 15건의 <바른 역사교육> 기획기사 또한 국정화 찬성론을 위주로 한 기획이었다는 지적이 연합뉴스 안팎에서 나왔다. 연합뉴스는 네이버 PC버전 메인화면에 등장하는 유일한 언론이고, 포털은 전체 뉴스의 30% 이상을 연합뉴스 기사로 편집하고 있다.

▲ 11월4일자 일간신문에 게재된 현업언론인 1차 시국선언.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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